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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논란이라 하면 채용비리가 우선 떠오르지만, 사실 채용비리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감사원 감사 결과, 강원랜드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태백시 오투리조트라는 업체에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라는 명목으로 15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접한 동종 영리업체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이어서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오투리조트의 당시 경영난을 볼때 지원하더라도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원랜드 실무진들조차 반대했던 일이었습니다. 결국 이사들이 퇴임한 뒤 강원랜드는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에 대해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지난 5월 19일 선고되었습니다.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바를 이상훈 변호사가 정리했습니다. - 기자 말 

 
[광장에 나온 판결] 강원랜드의 150억원 부당지원 주도한 사외이사의 책임 인정한 대법원 판결
2016다260455손해배상(기)
대법원 제1부 재판장 권순일 대법관, 주심 박정화 대법관
 
최근 강원랜드의 150억원 기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이를 찬성한 사외이사들에 대해 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많은 언론에서 이 판결을 보도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에서 이 판결을 '거수기 역할에 그친 사외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로 소개하면서 대상 판례의 정확한 의미가 엇나간 측면이 있다. 아마도 법원이 '사외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하니까, 기업 오너가 부당지원을 추진해서 기업에 피해를 입혔고 사외이사는 이를 견제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만 한 사건이라는 선입견이 작동한 것 같다. 언어가 주는 착시효과가 원인으로 보이는데, 소송의 쟁점은 약간 다르다.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전경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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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사건은 2012년에 강원랜드가 태백시가 출연한 부실한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부당지원 한 것이다. 당시 오투리조트는 부채 비율이 2000%가 넘어 사실상 파산에 가까운 상태였고, 역시나 지원금 150억 원은 곧바로 오투리조트의 인건비 등으로 소진됐다. 결국 오투리조트는 계속된 경영 악화로 2014년에 회생절차로 넘어가 부영그룹에 매각됐다. 그 전에도 강원랜드는 오투리조트 전환사채 1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가 2년여 만에 모두 손실 처리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또다시 150억원을 지원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당시 외부 2개 로펌도 지원행위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고, 특이하게도 이를 주도한 이사는 다름 아닌 사외이사들이었다. 반면 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측 이사는 반대했고, 경영진인 대표이사와 상임이사는 기권 했다. 보통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일을 벌이고 사외이사가 견제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거꾸로 사외이사가 일을 벌인 것이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왜 사외이사들은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을까. 그건 폐광지역(태백, 영월, 삼척 등)과 강원랜드간의 독특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강원랜드는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태백, 삼척, 영월 등도 출자했고, 주주간 합작투자 계약서에 따라 강원랜드에 각각 1명씩의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그런데 태백시가 출연한 오투리조트의 부실이 갈수록 너무 심해지자, 태백시는 자신의 추천 몫인 김호규 이사를 통해서 강원랜드의 지원을 요청했다. 김호규 이사는 태백시의회 부의장까지 지낸 정치권 인사였다. 김 이사는 다른 이사들로부터 강원랜드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려고 했고, 다른 이사들이 이를 주저하자 막판에는 태백시장과 태백시의장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태백시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황당한 확약서까지 작성해 주었다.

결국 삼척, 영월 등의 추천 사외이사들은 태백시와 동변상련으로 태백시에 동조하면서 지원을 결정했고, 반면 대주주와 경영진은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경제를 위해서 별반 한 일이 없다는 원죄 때문에 따가운 시선 속에서 반대 또는 기권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진정한 의미는 '사외이사'가 아니라 '공기업 이사'에 방점을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즉 이번 판결은 공기업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엄중히 물었다는 데 주된 의의가 있다. 소송과정에서 피고들은 만일 오투리조트를 지원하지 않으면 그 금융채를 지급 보증한 태백시도 동반 파산할 수 있었다는 점을 항변하였지만,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설사 그렇더라도 이는 다른 절차로 해결해야 할 것이고, 영리법인의 이사들인 피고들은 법인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위 항변을 배척했다.

공기업 이사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정치적․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설사 그렇더라도 일단 공기업 이사로 선임된 이상 공기업의 이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대상 판결에서 연상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22조의 국고 손실을 야기한 MB 정부의 자원외교의 주요 관련자인 공기업 3사(가스공사, 광물공사, 석유공사)의 이사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일부는 기소되지 않거나 일부 기소된 이도 하급심 또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등 법적 책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서 자원 외교 의혹 관련자에 대해서도, 만일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형사상 책임 추궁이 어렵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반대가 아닌 ''기권'을 한 대표이사와 상임이사에 대해서 하급심과 달리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것은 아쉽다. 이사라면 이사회에서의 표결 뿐만 아니라 다른 이사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 감시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150억원 지원금이 바로 휴지조각으로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경영진이 단지 이사회에서 기권을 한 것만으로 책임이 면제된다고 본 것은 안이한 판단이다. 자칫 이사들에게 애매하면 기권하라는 잘못된 행위규범을 줄까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슬로우뉴스에 중복게재됩니다. 이번 칼럼의 필자는 이상훈 변호사이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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