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백승호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

1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백승호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A매치 데뷔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대범하고 침착했다. 스페인에서 활약 중인 백승호(지로나)가 벤투호 체제의 첫 번째 기회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향후 대표팀 주전 경쟁에 불을 지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에서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벤투호는 카타르전 패배 이후 3월 A매치부터 4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 1무)을 질주했다.

벤투 감독, '플랜 A' 포백 가동…백승호 첫 선발

벤투 감독은 2019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이후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단 한 차례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2연전에서는 4-1-3-2를 내세우며, 투톱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지난 7일 호주와의 평가전은 3-5-2를 내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처음으로 정통 스리백을 실험한 것이다. 하지만 스리백 전술은 실패였다. 호주 2군을 상대로 답답한 공격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이 오는 9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이란전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플랜A인 4-1-3-2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호주전과 비교해 무려 6명을 바꾼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골키퍼는 김승규 대신 조현우를, 좌우 풀백은 김진수와 김문환을 쉬게 하고, 홍철과 이용을 선발 출장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의 위치에 포진한 백승호였다. 호주전에서 출전한 주세종을 대신해 백승호가 벤투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백승호는 생애 첫 A매치 데뷔전을 강호 이란전에서 치르게 됐다. 백승호 앞에는 나상호-황인범-이재성이 2선을 책임졌고, 투톱은 손흥민-황의조 콤비였다.

백승호, 후방 빌드업서 중요한 역할 수행 

4-1-3-2에서 1에 위치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후방 빌드업에서도 수비와 공격진의 연결고리를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2선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부족하거나 활동량이 떨어진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에게 가해지는 부담감은 막중해진다.

더구나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받는 이란의 피지컬과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백승호는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백승호는 센터백 2명 사이로 내려와 공을 받은 뒤 좌우 방향으로 횡패스를 뿌려줬다. 측면 공간이 비어있을 때는 정확한 롱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했다.

무엇보다 패스의 질과 볼 키핑이 돋보였다. 이미 스페인 라 리가에서 검증을 마친 탈압박 능력과 군더더기 없는 볼처리 등 제법 여유가 느껴졌다. 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지 않았지만 2선 미드필더 황인범, 이재성, 나상호와의 연계 플레이도 매끄러웠다. 

백승호의 진가는 전반 15분에 나왔다. 상대진영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이란 수비수 여러명과 경합하며 볼을 지켜내는 집념과 테크닉은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수비에서도 두드러졌다. 이란 미드필더의 패스 타이밍을 파악해 여러차례 공을 빼앗으며, 역습의 시발점이 됐다.

벤투 감독의 극찬…백승호, 주전 경쟁 불 지필까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백승호에 대해 "백승호는 두 번째 소집 만에 A매치 데뷔 기회를 얻었다"며 "백승호는 기술적, 전술적으로 중앙에 위치했을 때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소집 때 기대하는 역할과 원하는 부분을 설명해주고, 훈련을 통해 알려줬다"고 평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오늘 기회를 얻었고, 원하는 바를 잘 보여줬다. 특히, 볼을 가지고 있을 때 플레이가 좋았다. 이란을 상대로 자신감과 캐릭터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백승호는 과거 이승우와 함께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몸 담으며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에는 스페인 1부리그 지로나에서 활약하며, 꿈에 그리던 라 리가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지난 3월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2연전을 통해 벤투 감독으로부터 A대표팀에 선발됐다. 하지만 백승호는 두 경기에 모두 결장했다. 지난 7일 호주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백승호에게 이란전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부담이 될 법한 데뷔전에서 백승호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기성용, 구자철의 대표팀 은퇴 이후 현재 벤투호의 3선은 확실한 적임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우영, 주세종 등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험대에 올랐으나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그래서 백승호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젊은피의 성장과 활약은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향후 벤투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경쟁은 더욱 안갯속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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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벤투 이란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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