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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그때만큼 대한민국을 힘차게 많이 불렀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대다수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인지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너도 나도 대로로 뛰쳐나갔다. 광화문, 시청 등 넓은 광장만 있다면 자발적으로 모이고, 없던 광장도 도로를 막아 만들어서 붉은 옷을 챙겨 입고 다 같이 길바닥에 앉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대한민국. 그렇다. 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내가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듯 나의 국적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적은 어쩌면 단순한 선택 사항이라고 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안에서는 잊고 살던 나의 국적은 여권을 가지고 해외에 나갈 때나 느끼게 된다. 외국에 있으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비로서 외국에 나가봐야 국가의 위상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실 나랏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 누구나 그렇듯 망각 속에 사는 것이 편하다는 자발적 의지도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임정로드 탐방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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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이번 '임정로드 탐방단 1기, 임시정부 탐방단'(이하 임정로드) 참여는 거창한 애국심이나 원대한 정치적 뜻을 가지고 참여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TV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를 접하고, 그 동안의 수많은 여행을 해왔지만, 나의 공허함을 채워줄, 단순한 휴양이나 관광을 벗어난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던 나에게 순례길의 대안일 뿐이었다. 그런 단순한 생각해서 시작된 일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처럼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임정로드'를 결심한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에 종사하시거나 평소에도 독립운동에 관련해서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 직접 현장을 보고자 참여하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행인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이제라도 최대한 임시정부에 대해서 알기 위해 추천도서 목록을 참고로 독서를 시작하고, 참고 영상으로 추천해주시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오마이TV의 로드 다큐 <임정>과 책 <임정로드 4000km>를 기초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큐도 찾아 보고, 이 책을 기본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등장하는 사건들이나 인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백범일지>를 다음 책로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김구 선생의 글 대부분은 임정 이전의 이야기였다. 당황했지만 '임정로드'라는 목적이 있어서, 이 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소원' 단락까지 왔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서, 백범일지의 핵심은 '나의 소원'에 있었다. <백범일지>를 다 읽을 자신이 없다면, 꼭 '나의 소원'이라도 읽어보시길 꼭 부탁한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었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말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길래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은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놓으신 것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다음은 김구 선생의 지혜의 깊이와 국제적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방 공산당이 주장하는 소련식 민주주의란 것은 이러한 독재정치 중에도 가장 철저한 것이어서 독재정치의 모든 특징을 극단으로 발휘하고 있다. 즉 헤겔에게서 받은 변증법, 포이에르바하의 유물론 이 두 가지와, 아담 스미드의 노동가치론을 가미한 마르크스의 학설을 최후의 것으로 믿어, 공산당과 소련의 법률과 군대와 경찰의 힘을 한데 모아서 마르크스의 학설에 일점일획(一點一劃)이라도 반대는 고사하고 비판만 하는 것도 엄금하여 이에 위반하는 자는 죽음의 숙청으로써 대하니, 이는 옛날에 조선의 사문난적에 대한 것 이상이다.
<백범일지>를 읽고 난 후, 임정로드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고, 왜 내가 가야 하는지 분명해지는 순간을 맞았다. 순례길의 대안으로서 시작된 나의 '임정로드'는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를 끌어내었다. 우리는 아직도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던 하나된 조국의 독립을 이루지 못하였다.

냉전시대가 끝났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6.25 이후 우리는 아직도 휴전 상태며, 정전 선언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그 냉전의 산물인 휴전선을 고스란히 품고, 핵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반쪽짜리 평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나는 '건국절 논란'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인지하지 못했고, 남의 나라 일처럼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항일 정신의 역사인 일제시대를 잊고 싶은 것이고, 일제시대를 잊으려고 하는 것은 일본이 원하는 것 이전에 그들에게 충성했던 친일파가 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임시정부를 잊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통해서라도 자력으로 독립을 이루려고 했는지 잊어서도 안 된다. 계속해서 상기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  

그리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독립을 이루려고 했고, '3.1 혁명'을 비롯하여 '만민공동회' 등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그 당시 국민들이 활동했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우리의 비폭력 집회문화는 갑자기 뚝 떨어져 형성된 것이 아님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임정로드'는 출국 전부터 초기 의도와는 다르게 뜨겁게 시작됐다.

태그:#임정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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