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

2000년대 중후반,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고 많은 유럽축구팬들이 생겨났다. 그 중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을 구성하던 맨유-리버풀-아스널-첼시 등의 구단은 '빅4'로 불렸다. 수많은 팬들이 생겨나면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각자의 팀들을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팀들도 소위 말하는 '입덕 계기'가 있듯이 첼시 팬들의 입덕 계기는 화려한 선수들이었다. 이제는 첼시의 전설들인 램파드, 드록바, 체흐, 존테리 등 선수들의 플레이와 매력 덕분에 첼시라는 팀에 매료되는 선수들이 많았다. 또한 이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좋은 성적까지 내면서 첼시 팬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점점 노쇠화하고 성적도 들쑥날쑥해지면서 그들에 이어 첼시의 대표성, 상징성을 이을 선수가 필요했다. 즉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첼시는 유럽 대륙 곳곳에서 수많은 유망주들을 영입하면서 대를 이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영입된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릴에서 미친 활약을 보인 에당 아자르였다.

아자르, 유망주에서 에이스로
  
 첼시의 에당 아자르 선수(자료사진)

첼시의 에당 아자르 선수(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리그앙에 있는 릴 OSC에서 프로 데뷔를 한 아자르는 2010-2011 시즌 릴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역대 최연소 시즌 MVP 선정되었고 다음 시즌에는 리그 20골을 넣으며 2년 연속 MVP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2년생인 아자르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 리그를 지배했고 당연히 빅클럽들의 구애가 이어졌다. 아자르의 선택은 그 당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첼시였다. 당시 어린 벨기에 선수였던 아자르는 첼시의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릴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이어나갔다.

아자르는 유려한 드리블로 프리미어리그 '대표 크랙'으로 불렸다. 2010년대 초반에는 마타, 오스카와 '마자카르' 라인을 구성하며 리그 정상급 2선 라인을 구축했다. 공을 가지고 운반하는 '온 더 볼' 능력은 최고였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나가 득점을 만들기까지 하면서 좋은 결정력까지 과시했다. 마타, 오스카가 떠난 뒤에도 첼시 왼쪽 공격수 자리에서 미친 활약을 하면서 오랫동안 첼시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독보적인 에이스의 위치에서 아자르는 2014-2015 시즌 리그에서만 14골 9도움을 만들어내면서 커리어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기록했고, 그 해에 받을 수 있는 모든 개인상을 독식했다. 아자르의 절정의 활약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의 첼시를 만들어낸 선수들의 뒤를 이은 아자르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고 불리며 첼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이 되었다. 아자르는 첼시뿐만 아니라 벨기에 대표팀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역대 벨기에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자르는 첼시에서만 352경기를 뛰며 110골 81도움을 기록했고, 2개의 리그 트로피-2개의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1개의 FA컵, 리그컵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2010년대 첼시를 상징하고, 프리미어리그를 상징하게 된 아자르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벨기에가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를 기록하는 데 에이스로서 큰 역할을 했다. 월드컵에서 실버볼을 차지하고 2018 FIFA 올해의 베스트 일레븐에도 선정되면서 많은 것을 이룬 아자르는 이적을 통해 더 큰 도전을 꿈꿨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프로다운 활약, 아름다운 이별
 
18-19 시즌 전부터 이적 징후가 보였지만 아자르는 첼시에 남았다. 흔들리는 첼시에서 혼자 팀을 이끌며, 진정한 에이스-프로가 뭔지를 보여줬다. 그는 첼시가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아자르는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며, 첼시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하며 직간접적으로 첼시에서 떠날 것임을 밝혔다.
 
아자르의 선택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6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자르가 마드리드 스타가 되었고, 계약기간은 5년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첼시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한 아자르는 이제 팀과 리그를 바꾸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최근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기 위해, 훈련에 불참하거나 감독 혹은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며 말썽을 피우는 선수들이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 행보를 보였다. 아자르는 프로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의 소속팀에 대한 예의를 확실히 드러냈다. 이적이 거의 확실시된 시즌 후반기에서도 아자르는 경기에 집중하면서 첼시의 후반기 반등을 이끌었고, 유로파리그 결승에서도 멀티골을 넣으며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아름다운 이별을 한 아자르에게 첼시 구단은 공식 성명에서 'Thank you Eden'이라는 글을 올리며 헌정 영상을 만들어줬으며, 많은 첼시 팬들도 자신의 팀을 대표했던 선수를 아름답게 보내주었다. 아자르 또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21세에 첼시로 와서 한 사람이 되었고 선수로 성장했으며 많은 것을 이뤄냈다, 첼시에서 보낸 모든 순간을 사랑했고 앞으로 첼시가 선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지지했던 팬들에게 감사 인사와 작별 인사를 동시에 보냈다.
 
잉글랜드의 유명한 저널리스트들은 아자르가 라리가로 떠나는 것은 호날두가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갔을 때만큼이나 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아자르는 첼시를 넘어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했던 스타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가 된 그는 이제 어떤 활약을 보일지 많은 축구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PL 아스널·첼시, 런던 더비서 2-2 무승부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의 게리 케이힐과 에덴 아자르가 아스널을 상대로 한 득점을 자축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소속의 게리 케이힐과 에덴 아자르(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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