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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5일 오전 9시. 엄마가 돌아가셨다.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 듯 내게 조금이나마 눈 붙일 수 있는 하루를 선물하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딸을 배려하며 눈을 감으셨다. 약을 계속 투여했으면 어땠을까? 엄마는 내가 죽였다. 그런 거나 다름없다고, 나는 울음을 삼켰다. -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中
 

애도에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어떤 이는 하염없는 눈물로, 또 어떤 이는 침묵으로 애도를 표한다. 글쓰기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작가 김미향이 그런 경우다. 그는 글을 쓰며 슬픔을 통과한다. 

줄곧 꿈에 나타나는 엄마의 모습을, 생전의 기억을, 엄마의 전 생애를 기록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는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다. 엄마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글쓰기는 지금도 계속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진심을 다해 그의 존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 최선의 애도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 6월의 어느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김미향 작가와 만나 이야길 나눴다.

꿈속에서 엄마는 내 곁에 있었다

그의 엄마, 최정숙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눈 수술의 후유증과 그로 인한 우울 증세로 오랜 기간 힘겨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소설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 데 대한 당혹감. 엄마의 죽음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러한 물음표의 영역을 그는 글로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죽음과 상실, 여성, 엄마, 가족을 키워드로 쓴 책이에요. 어머니 세대의 여자로서, 귀에 장애를 가진 장애인으로서 많은 멸시와 차별, 학대를 겪어야 했던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이 시대 어머니의 삶,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자살 유가족으로서 남겨진 사람들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드러낸 책이기도 해요." 

그는 평소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줄곧 엄마 꿈을 꾸었다. 꿈속 엄마의 존재는 그리움을 달래주는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왔다. "꿈속에서 엄마는 거짓말처럼 내 곁에 있었다"고 한 그의 표현처럼. 꿈은 그가 엄마를 기억하고 기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다.

"살아 계실 땐 엄마가 이렇게 꿈에 자주 나오지 않았어요. 돌아가신 후부터 자주 나와요. 꿈에서라도 볼 수 있기를 소망했는데 그게 이루어진 거예요. 꿈은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고 마니까 잊기 전에 기록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주말이라면 꿈에서 깨자마자 노트북 앞에 앉아 꿈 내용을 적어요. 출근길에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정신없이 쓰고요. 특히 엄마의 꿈이라서, 더 세세하게 기록하려고 노력해요."

꿈꾸고 기록하는 치유의 글쓰기
   
 김미향 작가의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미향 작가의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 김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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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존재를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건 또 한 가지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남은 가족들과 그리움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다. 

"꿈을 꾸면 항상 동생과 꿈을 공유해요. 꿈 이야기가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거든요. 그런데 꿈 이야기를 한다고 그냥 말로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중언부언 횡설수설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더더욱 꿈을 기록하는 데 의미를 두게 된 것 같아요. 꿈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해서 동생과 공유하게 된 거죠. 동생도 마찬가지로 엄마 꿈을 꾸면 기록해서 저에게 보내 주곤 해요." 

한 살 터울인 여동생은 그가 책을 내기까지 그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청했다.

"동생이 교정 교열을 봐 줬고 제가 놓친 오자도 잡아 줬어요. 동생이 책을 빨리 읽는 편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책이 꿈 내용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꿈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1부와 현실에서 엄마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2부, 소설처럼 살다 간 엄마의 삶을 다룬 3부가 책의 뼈대가 된다.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엄마를 조명하는 것, 그가 엄마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식이다. 

"동생과 꿈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요. 엄마의 죽음 이후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온전히 털어놓진 못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하지 못한 것들을 글로 썼고 그게 묶여 책으로 나온 거죠. 그러니까 이 책을 낼 수 있게 해준 건 엄마예요.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런 책을 쓰지 못했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사랑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갔던 엄마의 삶을 뒤늦게라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는 나의 시도들…. 어쩌면 삶이란 이런 것인가. -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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