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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모OO씨는 근처에 있는 한 사우나에 들어가려다가 깜짝 놀랐다. 어두컴컴하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에 고양이 한 마리가 묶여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약 1m가량의 줄에 묶여 있었는데,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니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잘 살펴보니 고양이가 묶여 있는 곳에 모래 화장실 하나와 밥그릇 하나가 보였다. 맑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답답한 지하 공간인 것은 물론이고, 차량이 통행하는 길이라서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고양이가 묶여서 살던 지하 주차장
 고양이가 묶여서 살던 지하 주차장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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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과 밥그릇만 구비된 채 묶여 있는 고양이
 화장실과 밥그릇만 구비된 채 묶여 있는 고양이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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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가 물어봤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동물학대가 우려되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을 통해 주인을 찾을 수 있었으나, '삼시세끼 밥을 주고 있으니 동물학대는 아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학대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나, 고양이가 지내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밥만 먹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한 번 구청 쪽에 문의했고, 동물복지팀에서 출동하여 주인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고양이의 주인은 '고양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털이 너무 날려서 집안에서는 키울 수가 없고, 물은 잘 먹지 않길래 물그릇 없이 밥만 챙겨 주었다'고 설명하며, '난 최선을 다했으나 문제가 된다면 고양이의 소유권은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밖에 묶어 키우게 된 것인지, 사람을 따르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묶어 놓고 키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가 예뻐서 돌보고 키운 것은 사실인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고양이는 지난 1년가량 지하주차장에 묶인 채 질병과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던 상황.

결국 소유권을 인계받고 신고한 구조자가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주기로 했다. 고양이가 잠시 지낼 수 있는 임시 보호처를 찾아 보호하다가, 앞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과정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폭력만 학대는 아니다

지난 5월 27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모씨는 고양이가 처한 열악한 환경과 구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는 그래도 오랫동안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를 해왔고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나름대로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고양이를 전혀 모르는 분들은 이게 고양이에게 위험한 사육 환경이라는 걸 아예 모르시기도 하고, 또 새로 입양처를 구해주거나 하는 조치도 너무 막막했을 것 같더라고요."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는 동물학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이다.

그러나 이처럼 육체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만이 동물 학대는 아니다. 동물을 키우려면 우선 그 동물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 내에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수직 공간이 필요하고, 물을 잘 먹지 않더라도 깨끗한 물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처럼 사실상 동물을 방치하면서도 그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도 있고, 학대라고까지는 볼 수 없으나 동물을 부적절한 사육 환경에서 기르는 사람들도 많다. 뜨거운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산책 한 번 하지 못하고 묶여서만 사는 개들도 셀 수 없다. 이들은 그저 '집 지키는 개', '밭 지키는 개'로 1m의 반경 내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물론 주인이 꼭 그 개를 괴롭히려고, 악의가 있어서 그렇게 키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을 잘 모르고, 배울 기회가 없었고, 이전 세대부터 늘 그래 왔기 때문에 '개는 원래 그렇게 키우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답습한 경우도 많으리라. 이번 일에서도 고양이의 주인은 '고양이를 예뻐하고 삼시세끼를 챙긴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사람도 숨 쉬기 답답한 지하주차장에서 짧은 줄에 묶인 채 방치되어 있던 셈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 구조 후 임시보호처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
 지하주차장에서 구조 후 임시보호처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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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키울 자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도 동물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알아보려는 의지가 없으면 동물이 부적절한 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교육도, 인식도 여전히 부족한 탓이다.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탓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한 생명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물을 키우기 전에 동물을 키울 자격을 검증하거나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 수준의 학대가 아니라면, 부적절한 사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 역시 거의 전무하다. 구청 측에서는 "이러한 신고가 들어올 경우, 우선 사육 환경 개선에 대한 계도 조치를 한다. 이번처럼 소유권을 포기하실 경우에는 동물단체 등을 통해 다른 입양처를 찾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지하주차장에 묶여 있는 일은, 동물보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국가의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던가?

우리가 진정성 있게 관심을 갖고 동물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구조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면, 동물보호법이 아직 보호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닿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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