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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첫 학교 공식행사로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재학생들이 1987년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될 당시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을 맞춰입고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 87년 이한열 선배 옷 입은 후배들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첫 학교 공식행사로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재학생들이 1987년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될 당시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을 맞춰입고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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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림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사진 속 아들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 사진 속 아들 얼굴 어루만지는 배은심 여사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림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사진 속 아들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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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심 여사가 모처럼 맘 편히 아들 모교를 찾았다. 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32년 만에 학교 공식 행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7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은 예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연세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회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아래 연세대기념사업회)에서 처음 단독 주관한 이날 추모식은 기독교 학교 관례에 따라 추모예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 대신 묵도와 기도, 민중가요 대신 찬송가로 추모식이 채워졌지만 고인을 기리는 뜻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이날 공식 추모식에 앞서 열린 학생 추모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같은 전통적인 민중의례로 진행된 탓도 있지만, 30년 넘게 이한열 열사 추모제를 도맡아온 시민사회와 졸업생, 학생들은 그 형식보다는 첫 학교 공식 행사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에서 출신 학생 추모식을 학교 공식 행사로 치르는 사례는 드물다. 연세대에서도 지금까지 졸업생 공식 추모 행사는 연세대 전신 연희전문대 출신인 윤동주 시인이 유일했다.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재학생이 기수단 사이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추모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이한열 열사 영정 든 후배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재학생이 기수단 사이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추모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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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김용학 총장 등 학교측 인사들과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학교 주최 행사로 치러졌다.
▲ 연세대학교 주최 첫 이한열 열사 추모식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김용학 총장 등 학교측 인사들과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학교 주최 행사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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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어머니 "앞으로는 학교 눈치 안 봐도 되겠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는 이날 "1987년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총학생회가 도서관 앞에서 추모제를 지낼 때마다 (학교 눈치를 보느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면서 "오늘 총장이 추모사하고 학교에서 추모제를 기독교식으로 정식으로 지내니 앞으로는 학교 눈치 안 봐도 되겠다"고 농담조로 얘기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이한열 추모제는 학교는 빠진 채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연세민주동문회, 총학생회 등 시민사회와 졸업생, 재학생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30주기였던 지난 2017년 추모식을 연세대 공식 행사로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학교 안팎에서 크게 일었고, 결국 지난해 2월 연세대 총장이 회장을 맡는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다만 지난해 6월 31주기 추모식은 양쪽 기념사업회에서 공동 주관했고, 연세대에서 추모식을 단독 주관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헌화하고 있다.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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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학교 주최로 처음 열린 가운데, 김용학 총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이한열 열사 추도사하는 김용학 연세대 총장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학교 주최로 처음 열린 가운데, 김용학 총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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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올해부터 지난 31년간 추모제로 진행되던 행사를 연세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추모식으로 치르는 걸 뜻 깊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기념사업회를 통해 이한열 열사와 연세대의 민주화 정신이 연세대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곳곳에 전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성구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오늘 추모식을 주최한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작년 2월에 출범했고 총장이 회장을 맡고 주요 보직교수가 당연직 위원이고 학교 밖에선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연세민주동문회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초유의 조직"이라면서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조직을 출범시키고 예산을 배정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첫 사업이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달 정기회의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이한열 열사 동생 이훈열씨가 '그동안 너무 괴로워 잊으려고 노력했고 학교 정문 앞에선 아무것도 보지않고 지나려 했는데, 오늘은 연세대 교정이 모교처럼 느껴진다'고 학교에 감사했다"면서 "연세대와 시민사회가 결속을 다지고 각자의 몫을 이행하고 실천 속에서 소통과 이해를 높이고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에 고인의 피격 당시 모습이 담긴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 이한열 열사 걸개그림 내걸린 연세대 학생회관  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에 고인의 피격 당시 모습이 담긴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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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 세워진 기념비. 전면에 새겨진 '198769757922'은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된 1987년 6월 9일, 사망한 7월 5일, 민주국민장이 열린 7월 9일, 고인의 나이 22살을 의미한다.
▲ 한열동산 기념비 "198769757922"의 의미는? 7일 오후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 세워진 기념비. 전면에 새겨진 "198769757922"은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된 1987년 6월 9일, 사망한 7월 5일, 민주국민장이 열린 7월 9일, 고인의 나이 22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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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앞에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경찰 직격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사건을 기록한 동판이 사건 현장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 이한열 열사 피격 현장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앞에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경찰 직격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사건을 기록한 동판이 사건 현장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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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옷 입은 후배들... "인류의 횃불되어 타거라" 찬송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한열 열사는 지난 1987년 6월 9일 신촌 연세대에 열린 '6·10 대회('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27일 뒤인 7월 5일 사망했다. 그해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른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는 서울에서만 100만 명이 참석했다.

한 세대인 30년이 지나면서 이한열 열사를 잘 알지 못하는 재학생들도 많다. 이날 연세대 교정에도 이한열 열사 추모 현수막보다는 봉준호 감독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20여 명의 재학생들로 꾸려진 학생추모단은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면서도 20대 젊은 감성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제32주기 학생추모단 부단장인 김현동(연세대 경제학부)씨는 "32주기 행사를 준비하면서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 것만이 추모와 기억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예년처럼 모든 단과대학에 분향소는 설치하되 열사를 기억하는 우리 20대만의 방식을 덧대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영화 < 1987 >을 상영하고 이한열 열사 사진전을 열어 1987년 당시 이한열 열사의 모습을 알리고 열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자료집과 기념품을 만들고 열사가 입었던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소매 옷을 입었다"고 밝혔다.

학생 추모제는 전통적인 민중의례를 따라 연세대 응원단이 깃발을 들고 이한열 열사 영정 행렬을 맞았고, 사회과학대 민중음악동아리 '늘푸른소리'에서 추모 공연을 진행했다.

학생 추모제에 이어진 공식 추모식은 기독교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찬송가와 성경 구절도 종교적 의미보다는 이한열 열사 추모 의미를 살렸다.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 (중략)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 되어 타거라."( 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33절)


추모식 집례를 맡은 한인철 연세대 교목실장(목사)도 "1987년 대한민국이 군부독재 탄압 아래 큰 혼란에 처했을 때 이한열 동문을 보내 민주화를 향한 대전환점을 만들어주신 걸 감사한다"면서 "연세의 모든 후학들이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맞섰던 이한열 동문의 삶을 본받아 어지러운 이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연세대 총장과 주요 보직교수들, 동문과 재학생 대표를 비롯해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장남수 회장을 비롯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과 더불어 이한열 열사 피격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던 정태원 기자도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가운데, 87년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 참석한 우상호 의원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가운데, 87년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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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가운데, 87년 6월 9일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될 당시 모습을 취재한 정태원 기자(당시 로이터 사진기자)가 헌화하고 있다.
▲ 정태원 기자, 이한열 열사 32주기 헌화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이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가운데, 87년 6월 9일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될 당시 모습을 취재한 정태원 기자(당시 로이터 사진기자)가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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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부근 한열동산에 1987년 6월 9일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된 직후 모습을 취재한 정태원 기자(당시 로이터 사진기자)의 사진을 본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 "한열이를 살려내라" 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부근 한열동산에 1987년 6월 9일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된 직후 모습을 취재한 정태원 기자(당시 로이터 사진기자)의 사진을 본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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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한열32주기, #배은심, #연세대, #6월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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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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