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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키녜(Mukinje) 마을의 아침. 평화롭게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눈을 떴다. 깔끔한 방안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창 밖 건너편을 보니 우리가 푸른 녹음 속에서 편안한 밤을 지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오늘은 온전히 플리트비체(Plitvička) 국립공원만을 여행하기로 한 날이라 시간도 여유가 있어서 마음이 편안했다.
 
플리트비체 가는 길 이른 아침의 호수에서 물안개가 피어 올라오고 있다.
▲ 플리트비체 가는 길 이른 아침의 호수에서 물안개가 피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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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숙소 근처 식당에서 오믈렛과 커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드디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향해 길을 나섰다. 무키녜 마을에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이어진 마을 뒤편의 오솔길을 따라 20분을 걸었다. 낙엽 깔린 흙길을 아내와 단 둘이 걸어가는 분위기가 너무나 호젓했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우리가 선택한 H 코스는 도보로 4~6시간 소요되는 코스로 길이는 8.9km였다. 코끼리 열차같이 생긴 버스를 타고 플리트비체 호수의 상류 쪽에 있는 3번 정류장(St3)으로 올라갔다. 아직 이른 오전 시간이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버스는 길가에 자란 무수한 나뭇잎들을 스치며 우리를 국립공원 입구에 내려주었다.
 
플리트비체의 호수 물 속에 잠긴 나무와 물고기가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 플리트비체의 호수 물 속에 잠긴 나무와 물고기가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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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입구에서부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여행 준비하면서 플리트비체의 수많은 사진들을 보아왔지만 사진은 사진일 뿐이었다. 호수 옆 도보 길은 자연친화적인 나무로 만들어 호수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는데, 물이 너무나 맑아서 물 속의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큰 호수에서 만나게 되는 에메랄드 빛 물빛 또한 기가 질릴 정도로 아름답다.

H 코스는 호수의 상류 쪽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내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물길은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가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물빛은 한 없이 파랗고 투명하기 만 했다. 요정이 사는 숲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플리트비체는 푸른 신록이 우거진 계절에 가장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초록빛 나뭇잎과 푸른 하늘이 빛나는 오늘에 플리트비체를 걷는 것이 너무나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영화 속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이미 저 앞에 앞서 가서 보이지 않는다. 아내와 둘이 걷는 길이지만 H코스의 트래킹 길은 전혀 잃어버릴 염려가 없었다. 길을 걷다가 보면 H코스 안내판이 곳곳에서 스스로 길을 안내해 준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나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어서 길을 걷는 내내 따분할 틈도 없다. 급한 일 없는 우리는 호수 길을 천천히 걸었다.
 
플리트비체의 폭포 이끼 낀 바위 위에서 떨어진 폭포수가 청량하기만 하다.
▲ 플리트비체의 폭포 이끼 낀 바위 위에서 떨어진 폭포수가 청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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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비체는 눈부신 호수들의 향연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폭포를 원없이 볼 수 있는 폭포의 나라이기도 하다. 길을 걸어 호수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폭포는 더 화려하고 커지며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눈 앞에 펼쳐지는 폭포의 변화무쌍한 풍경들은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정도이다.

시원스런 물줄기는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 계속 따라왔다. 작은 폭포수의 물길은 심지어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나무다리 아래로도 흐르고 있어서, 폭포수 바로 위에 서면 맑은 폭포수의 소리가 우렁차게 귓가를 때린다. 분무기처럼 뿌려지는 폭포수의 분말들은 내 얼굴을 간지럽히기도 한다.
 
플리트비체 여행자 가는 길마다 카메라를 빼어 들지 않을 수 없다.
▲ 플리트비체 여행자 가는 길마다 카메라를 빼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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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힘이 정녕 위대하다는 것은 호수 주변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느끼게 된다. 이 자연의 작품 앞에서, 누가 보아도 사진을 남겨야 된다고 여겨지는 곳에는 몇몇의 여행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 있다.

이곳에서는 어느 여행자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고, 또 상대방은 보답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이 신비로운 자연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정말 놀랍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남기고 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아내도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호수 유람선. 사람이 걷는 속도로 운항되는 유람선은 마음에 여유를 준다.
▲ 호수 유람선. 사람이 걷는 속도로 운항되는 유람선은 마음에 여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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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의 상류 지점이 끝나는 곳에는 시원스럽게 큰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이 호수는 작은 유람선을 타고 이동하게 되어 있다. 넓은 호수를 따라 유람선이 움직이는 이 구간은 플리트비체 여행 구간 중 가장 편안하게 쉬어가는 구간이다.

이 유람선은 내가 지금까지 타 본 배 중에서 가장 천천히 움직이는 배다. 배는 거의 사람이 걷는 속도로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배에 탄 사람들도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배 위에서는 절경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눈길들 만이 남아 있다. 유람선 주변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으니, 가히 플리트비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하다.
 
호수 휴게소 수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소풍 온 것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호수 휴게소 수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소풍 온 것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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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건너 도착한 P3 선착장에는 간단한 음식들을 파는 레스토랑과 함께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많은 여행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야외 테이블마다 여행자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여행자들의 표정은 마치 소풍 와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듯한 들뜬 표정들이었다.

이 휴게소의 레스토랑 입구에서부터 햄버거 패티를 굽는 냄새가 나의 후각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곳의 식당에서 파는 햄버거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인데, 나와 아내는 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햄버거를 사 먹어 보기로 했다. 줄을 서서 산 햄버거의 사이즈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덩치처럼 엄청나게 컸다. 햄버거에 깊은 풍미는 없었지만 조리한 지 얼마 안 된 따뜻한 햄버거는 너무나 맛있었다.
 
햄버거와 커피 투박한 음식이지만 따뜻할 때 먹으면 맛이 좋다.
▲ 햄버거와 커피 투박한 음식이지만 따뜻할 때 먹으면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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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커피를 함께 먹고 싶다고 하여 커피 매점 앞에 가서 또 줄을 섰다. 햄버거에 비해 커피 값은 아주 쌌다. 커피를 사 가지고 왔더니 아내 옆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는 한가롭게 앉아 있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아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커피 사 오셨어요? 나도 이 커피 마시고 있는데, 무슨 커피 맛이 이런지 모르겠네. 이게 커피?"

그녀가 커피 맛을 보며 너무 맛이 없어 깜짝 놀란다는 표정을 짓자 아내가 크게 웃었다. 깊고 다양한 커피 맛과 카페문화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그녀에게 이곳의 커피 맛은 분명히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플리트비체의 분위기에 취해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달콤했다.

"플리트비체 이 공원을 몇 시간 둘러보세요? 우리는 너무 짧게 일정을 잡아서 아쉬워요."
"우리는 H 코스인데, 여유 있게 하루 종일 있다가 가기로 했어요."
"하루 종일이요? 너무 부러워요."


그녀는 식당의 창가에 앉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부부가 진정으로 부러운 모양이었다. 나중에 보니 심심해 보이던 그녀에게도 여행동료들이 있었고 그녀는 친구들이 부르자 안타깝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우리는 소풍 온 기분으로 야외 테이블로 나가 좀 더 이 자유의 시간을 만끽했다. 우연히도 맞은 편 테이블에는 젊은 한국인 신혼부부가 와서 앉았다. 그들이 신혼여행지 선택을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상쾌했던 힐링의 시간을 마치고 이 아름다운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신혼부부에게 좋은 신혼여행 하라고 말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플리트비체의 꿈 같은 호수와 폭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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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