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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모집 안내문.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격이 거세다.
 한 매장의 알바 모집 안내문.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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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받을 수 있는 하루치 유급휴일수당을 일컫는 말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서 결근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임금의 16.7%나 차지하는 이 수당은 1953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던 제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주지도, 받지도, 알지도 못했던 주휴수당

일단 월급이나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게 주휴수당은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받는 급여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었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통상임금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조차도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따져 물을 이유가 없었다. 이들에게 주휴수당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형식적으로 주휴수당을 받든지 말든지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하자면, 주휴수당을 뺀 나머지 기본급이 최저임금 이상인지 아닌지를 따져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는 당연히 무시되었다. 

결국 시급으로 임금을 받는 시간제 노동자에게나 주휴수당이 중요한데, 이들에게는 그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묘사일 것이다. 그 배경에 시간제 노동이라는 걸 젊은 사람들이나 주부가 짧은 기간 한시적으로 하는 견습이나 보조적인 노동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시각은 시간제 노동을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이끌고 말았다. 

80년대생인 나는 20대 시절 서점, 곰방(벽돌, 모래, 시멘트 등을 나르는 일), 공장, 물류창고, 학원 등 여러 알바를 했는데, 단 한 차례도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오로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일하는 시간을 곱해서 급여를 받았을 뿐 주휴수당의 존재는 전혀 알지 못했으며 누구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옛날 신문기사를 제공하는 경향, 동아, 매일경제, 한겨레 4개 신문에서 주휴수당을 검색해 보았더니 해방 이후부터 1999년까지 주휴수당이라는 단어는 스무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알아도 안 주는 주휴수당, 만연한 꼼수

그렇다면 요즘은 줄까? 2011년 청년유니온의 카페베네 고발은 주휴수당을 널리 알리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고 실제로 미지급 주휴수당을 신고하는 사례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휴수당 지급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17년 알바노조가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2%의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이 적법한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는 91%가 나왔다(2017국정감사 정책자료집 :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와 과제 P20).

충북교육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9.4%의 도내 학생 알바노동자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노조는 6월 5일 집회를 열고 서울시를 상대로 관급공사의 주휴수당 지불을 촉구했다. 

이렇게 고용주들이 주휴를 주지 않는 일차적인 이유는 주지 않아도 사실상 처벌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단속은커녕, 신고가 들어가도 늦게라도 지급만 하면 벌금이나 형사 처벌은 없다. 그렇다면 고용주들은 일단 모르는 척 주지 않다가 신고가 들어와서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똥 밟은 셈'치고 줘 버리면 그만이다. 신고가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으니 주휴를 주지 않는 것이 우월 전략이다. 

주휴수당 요구를 알바가 자기 뒤통수 친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의 태도는 주휴수당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 준다. 원래 안 줘도 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프랜차이즈의 영업 구조나 지역상권의 분위기가 배경이다.

이를테면 편의점을 처음 열 때 프랜차이즈 영업사원이 비공식적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인건비에서 주휴수당을 제외해 예상수익률을 과대계상하는 것이다. 이 계산상으로 장사를 하는 점주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해서 수익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알바가 주휴를 요구하거나 나중에 신고가 들어오면 원래 마땅히 내가 가져가야 하는 돈을 알바가 법을 악용해서 편취한다고 느끼게 된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부풀린 수익률에 혹한 신규 유입으로 편의점 개수가 더 늘어나고, 늘어난 총 매출만큼 고스란히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은 늘어나지만 편의점당 평균 이익률은 하락하면서 점주는 더더욱 노동법 위반을 감수하면서 이익률을 유지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한편 특정한 지역상권과 업계에서는 주휴를 일단 기본적으로 안 주는 돈으로 보고 고용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카르텔을 구축한다. 이렇게 되면 알바가 신고를 한다 해도 찍어서 해당 상권이나 업계에 재취업 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릴 수 있으므로 신고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정 회피할 수 없으면 꼼수를 쓴다. 주 15시간 이상 노동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노동시간을 잘게 쪼개서 알바들의 노동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4대보험 가입의무도 회피할 수 있는 부가적 이익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원래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성행하는 수법이었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주휴수당의 부분적인 결함이 낳은 고용주들의 편법이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휴수당 제도 자체가 문제인 양 포장되어 오히려 제도 자체를 공격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주휴수당 폐지? 안 준 것부터 일단 내놔야

불법과 편법으로 주휴수당을 회피해 왔던 고용주들은 소상공인 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를 내세워 급기야 주휴수당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이 부담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자꾸 신고가 들어오는데다 편법인 '쪼개기 계약'도 노무관리에 부담이 되니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게 이들의 속셈이다. 게다가 대규모로 시간제 비정규직을 고용하며 주휴수당을 지출하고 있는 일부 재벌들에 주휴수당 폐지론은 16.7% 임금삭감론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들의 후안무치함은 원래 주어야 하는 돈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편의점의 2017년 주휴수당 미지급률 92%를 전체 편의점 업계에 적용해 총 미지급 주휴수당을 계산해 보면 1천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갈취한 이익은 누구에게 갔는가? 점주의 호주머니로,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와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한 업계의 한 해 미지불 주휴만 해도 이 정도인데, 53년 이후 고용주들이 갈취한 주휴수당 총액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 적어도 이들이 폐지론을 주장하기 위한 도덕적 자격이라도 얻으려면 지금까지 부당하게 갈취한 주휴수당부터 내놓아야 한다. 

지불여력이 없음을 강조하는 소상공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주휴수당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도가 아니라 원래 마땅히 주어야 하는 돈이었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시간제 노동자들을 우롱해 왔으면서도 이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의식 없이 무작정 폐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못 준다고 치면, 최저임금이 형편없었던 시절에도 눙치고 있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시간제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대적 약자들을 후려치며 저임금 노동에 기생해 왔던 편한 습성을 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약관과 갱신 때마다 임대료를 두세 배씩 올리는 건물주, 매출에서 퍼센티지로 떼어가는 카드사에는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면서도, 아예 이들과 한편이 되어 어떻게든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후려쳐 뺏으려고 하는, 누운 자리 보고 발 뻗는 이중성을 어디까지 참아 줘야 하는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 지급해야

앞서 언급한 초단기시간 근로 확대를 이유로 주휴수당 폐지에 부화뇌동하는 주장도 눈에 띈다. 이는 주 15시간 노동이라는 엉뚱한 전제조건을 이용하는 업주들의 '쪼개기 계약' 꼼수 때문이지, 주휴수당이라는 제도 자체가 야기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보험약관의 허점으로 보험사기가 판치니 보험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꼴이다. 

이 법을 만들고 개정할 때 초단기시간 노동을 제대로 된 노동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식과 영세한 사업주에 대한 보호를 염두에 두고 예외조항을 두었겠지만, 시간제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지금에 와서는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고용주들의 꼼수에 활용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을 초단기시간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초단기시간 노동자라고 해서 유급휴일수당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기에 현행법은 위헌적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엉뚱하게 주휴수당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주 15시간 노동 및 개근 조건을 폐지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주휴수당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휴수당 개혁 로드맵 만들어야 

마지막으로 주휴수당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휴수당이 노동자의 재생산비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원래 기본급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통상임금 산정에서 복잡한 법적 분쟁을 발생시킨다는 점, 일정한 법률지식이 없는 노동자들은 찾아먹기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주휴수당이라는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현 논의 상황에서는 사용자들과 정치권의 주휴수당 폐지론의 탈을 쓴 임금삭감론에 이용만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철할 로드맵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주휴수당의 조건 없는 전면적 보장을 이룬 후, 최저임금 정책이 안정성과 일관성을 갖춘 시점에서 주휴수당 16.7%를 최저임금 인상분에 단계적으로 얹는 방식으로 기본급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들의 목표는 인상률에 있지 않다. 어차피 경기지표에 겁먹은 정부가 공익위원을 통해 동결로 밀어붙일 것이므로,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파괴라는 숙원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상 최저임금 16.7%삭감과 최저임금 제도의 무력화를 대놓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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