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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사계절 펴냄)에 의하면 '미국의 3대 부자가 48개 국가의 총생산량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237쪽)'고 한다. 

이처럼 상위 몇 퍼센트의 재산이 나머지 인구가 가진 것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경제적 불평등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가? 그처럼 일부 특정인들이 많이 가지게 된 것은 과연 개인의 능력 덕분일까? 그래서 과연 당연한가?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경제 문제는 이와 같은 불평등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가능케 한 자본주의가 수정돼야 한다는 학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 객관적 성찰과 바람직한 대안이 필요하겠다. 경제적인 불평등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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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은 이런 필요성으로 출발했다. 책은 객관적인 시각과 성찰을 위해 독특한 설정을 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황폐해져 더 이상 살 수 없는 고향별 '아름다운 고리'를 떠나 지구에 정착한 외계의 이주민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지구에 살며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

'행복한 지구 생활을 위한 경제생활 십계명'을 설정, 교환과 재분배, 화폐, 신용, 이자와 부채, 노동과 직업, 소비 등과 같은 경제적 요소들을 설명한다. 아울러 지구에서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사고 전환과 필요한 삶의 방식들을 조근조근 조언하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이라고 해봤자 뉴스 등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보니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등 체계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경제 관련 다양한 지식이나 상식 등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의미 있고 유용한 책읽기였다.

▲ 통신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직접 만나지 않고도 서로 만족스런 거래를 했다는 몇몇 나라들의 '침묵교역' ▲ 특정 물건에 대한 사회적이며 장치적인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쿨라시스템'과 그를 설명하는 청바지 돌려 입기 ▲ 금 본위제의 시작과 역사 ▲ 바람직한 재분배의 대표적 사례인 포틀래치 ▲ 가축의 새끼에서 유래한 '이자'에 얽힌 인류사 ▲ 플랫폼 노동 혹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미래 화폐 유형에 대한 암시 ▲ '브래턴우즈 체제' 그 후 가속된 경제 불평등 등은 특히 흥미롭게 읽은 것들. 이중 가장 깊은 공감으로 읽은 것은 세계의 경제흐름을 설명한 제 9장의 브래턴우즈 체제에 대해서다.

수많은 죽음과 함께 인류를 불행으로 이끈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 7월, 미국의 '브래턴우즈'라는 작은 도시에서 역사적인 국제회의가 열렸다. '전쟁 이후 세계의 경제를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대책을 마련하고자 44개국 대표들이 모인 것이다.

회의에서 훗날 '세계은행'으로 변신한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와 'IMF(국제통화기금)' 등의 의 창설이 결정됐다. 관세와 교역을 위한 협정인 'WTO(세계무역기구)' 등이 태어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의 화폐인 달러가 기축통화(세계인이 교역할 때 기준이 되는 통화)가 된 것도 이 회의에서라고 한다.

우리가 이런 브래턴우즈 회의에 대해 이야기해야만 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을 위한 체제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오늘날 가난한 주변국들이 겪고 있는 많은 경제 문제를 낳았다(232쪽)'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세계 경제에, 특히 경제적 불평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턴우즈 결정으로 창설된 IBRD는 원래 선진국들의 경제 원조를 위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스스로 경제를 부흥시켰다. IBRD에서 돈을 빌린 것은 네덜란드뿐이었다. 그러자 IBRD는 선진국들이 아닌 주변국에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한 경우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돈을 빌려준 다음에 그 돈의 사용처까지 지적했다. 예를 들면 빌려준 돈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항만을 지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한 것이다.

물론 한 사회가 발달하기 위해 도로와 항만을 건설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선진국이 그 나라에 들어가 도로를 만들고 항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용으로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했다. 그러니까 도로가 생기고 항만이 생겼지만 이와 더불어 빚도 생긴 것이다. IBRD는 빚진 나라에 목재(나무)나 광물 자원 등을 팔아서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런 원자재 대부분은 선진국으로 팔렸고 선진국은 그 원자재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다시 빚을 진 나라에 팔았다.

간단히 말해, 목재를 팔게 한 다음 그것으로 의자와 식탁을 만들어 목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한번 빚진 나라는 그 빚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233~234쪽) 
 
책은 "오늘날의 지구 경제 문제를 파악하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며 IBRD 주도로 가난한 나라들이 '과도한 외채'를 떠안는 동시에 자원까지 고갈 당하는 과정 등 브래턴우즈 체제가 가속한 세계 경제적 불평등과 그로 인한 가난한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이야기 한다.

아울러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며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금 본위제 폐지(1971년)와 석유산업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세계 경제 흐름을 바꾼 중요한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우리의 가장 큰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경제적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한 사회 내의 경제적 불평등과 국가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 또한 민주화가 필요하다(239쪽)"는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 지난해 접한 한 뉴스가 떠올랐다. 이십 대들이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한다는 뉴스였다. 아마도 이와 같은 뉴스에 나처럼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으리라. 내가 알고 있는 이십 대는 어느 연령보다 정보에 밝은 세대라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 그러니 쉽게 걸려들지 않으리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의 보충 설명에 의하면 "이십 대들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기에 잘 걸려드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 외에는 알려고 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무관심과, 얼마 전까지 공부만 하던 세대라 세상물정에 어두워서"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뉴스가 떠올랐던 것은 청소년들 또한 그와 같은 이십 대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염려에서였다.

그래서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이처럼 경제관련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들려주는 이 책이 고맙다. 경제문제는 평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알고 있는 그만큼 도움 될 것이니 말이다.

저자의 다른 책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문화 편>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 경제 편 - 행복한 지구 생활을 위한 경제생활 십계명

이경덕 (지은이), 사계절(2019)


태그:#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적 불평등, #흙수저, #브래턴우즈, #이경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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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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