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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풍경 신작로 건너가 포 사격장.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꿍 꿍 포성이 지축을 흔드는 고향이다.
▲ 고향풍경 신작로 건너가 포 사격장.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꿍 꿍 포성이 지축을 흔드는 고향이다.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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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잔 건네줄 사람 없는 고향

고향 가는 길

2019년 6월 5일

고향으로 가는, 정거장마다 섰다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 모두 
도시사람들처럼 세련되지 못하다

노인네나 중년 사내나
젊은 아낙이나 좀 더 젊은 처자나
짝 달라붙는 바지를 입은 아가씨나
껍질이 벗겨진 노란 군고구마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서울에서 50년을 산 나도
태생은 어쩔수없는지 버스 안에서만큼은 
참으로 촌스럽고 고향스럽다

버스에서 내리니 차부는 없어지고
금탑 다방이 반겨준다
50년 전 11사단 포대의 포성도 
변함없이 들려온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막걸리 한 잔은커녕 물 한 잔 못 얻어 마시고
낯선 사람 왔다며 짖어대는 개 몇 마리
발길을 되돌려 차부까지 오면서
땅만 보고 걸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서운한 마음에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위로를 받으러 갔던 고향 쓸쓸함만 더하다


20여년 전 손목 힘줄이 끊어져 수술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뭐가 잘못됐는지 별 충격도 없는데 끊어져 대학병원을 갔더니 최소한 두 달은 일을 못할 거라는 말에 사실 수술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큰딸은 제힘으로 시집을 갔지만, 작은딸 시집도 보내야 하고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아직은 더 벌어야 하는데 입원 및 물리치료가 최소한 두 달이나 걸린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화원이나 경비원을 자신들보다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고 보호하려는 기업 문화가 뿌리 깊게 박힌 이런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할 자신도 없습니다. 수술을 포기한다는 말은 엄지손가락을 펴지 못하고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혼자 속으로 위로를 해보지만 울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고향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내 고향은 한계령 넘기 전 인제 가는 길목에 있는, 유월이면 청포도가 익어가는 홍천입니다. 타관생활 50년 즐거운 날보다는 서러운 날이 많아 하늘에 달조차 있는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만 그 서러운 마음을 안고 고향을 가면 동구 밖 멋들어지게 굽은 소나무와 키 큰 장승은 타관에서 묻어오는 억만 시름 고향 땅에 발 들여놓지 못하도록 수호신을 자처하고 나섭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향도 예전의 고향이 아닙니다. 차부에서 연세 드신 분들의 귀에 익은 구수한 이야기만이 여기가 내 고향이로구나 할 뿐입니다. 물 한 잔 얻어 마시려 해도 집마다 빈집이요 개 몇 마리 짖어댈 뿐입니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의 나무 그늘에 앉아 소리 없이 울다가 왔습니다만……

태그:#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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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