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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검찰의 추가 기소를 끝으로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 14명이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공판 준비를 거쳐 5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는 '외관상 공정성' 확보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왔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사법농단 가담자들의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애칭 부릅단)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1심 동안 운영합니다. 시민방청단은 함께 근무했던 법관이 전·현직 법관을 재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셀프재판' '제 식구 감싸기 재판'이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시민방청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재판을 현직 법관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재판을 방청하기 어렵더라도 증인신문이 있거나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실체규명이 이뤄질 때 월 1~2회 출동합니다. 그리고 재판장의 모습을 시민의 눈으로 기록하고 소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5월 29일 첫 부릅단 활동은 부릅단 임재민씨가 소개합니다. - 기자 말


5월 29일 오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햇볕은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참여연대의 시민방청단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첫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시민방청단은 일전의 참여연대 모집 카톡 알림을 받고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청단 모집 공지를 몇몇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니 지인 몇 분이 방청 의사를 밝혀 주셨습니다. 

작년부터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사법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매주 토요일 대법원 혹은 광화문에서 양승태가 구속될 때까지 열렸습니다. 사법적폐 청산은 어느 무엇보다 공정하게 국민의 법익을 지켜야 할 법원을 제대로 기능하도록 정화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별일이 없다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집회 자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몇몇 적폐 법관을 구속하고 기소하여 마침내 재판정에 세우는데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매주 열리는 집회에서 듣고 본 사법부의 잘못된 재판 피해자들의 직접 발언, MBC <스트레이트>에서 다루었던 양승태 사법부의 부정들을 다시금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재판은 절대로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대한민국은 법으로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을 분리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 안에서 절대권력을 쥐고자 한 대법원장이 정권과 유착을 하자 원칙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고, 국민을 위해 기능할 법원은 정권의 구미에 맞는 판결을 위해 국민에게 칼을 거두는 또 다른 의미의 국가 폭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피해자가 받은 피해와 억울함을 생각하면 같은 국민으로서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울 따름입니다. 

집회에 꾸준히 참여했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다 법정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양승태와 고영한, 박병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구속 중임에도 특별히 정장을 입도록 배려받고, 유명 법무법인의 많은 변호인단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오전 내내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읽는 것으로 채워졌습니다. 검찰이 자신들의 죄에 대해 그 오랜 시간 동안 공소내용을 읽는 와중에 피고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그들은 흡사 지루한 설교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수시로 눈을 감고 선잠을 자는 듯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역시 앉은 채로 눈을 붙였습니다. 고영한도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공소내용을 듣는 동안 죄의식을 느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 부조리한 피해노조들 등 부당한 재판거래로 삶 자체가 꼬여버린 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피고인들의 모두진술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분이 넘는 모두진술 시간을 쓰며 검찰의 공소내용을 전부 부정하고, 마치 어른이 아이를 꾸짖듯 검찰을 비난했습니다. 공소장을 법률전문가가 아닌 소설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쓴 소설로 치부하고, 자신 주변의 법률가들도 그리 이야기한다며 자신에 대한 검찰의 공격을 비전문적인 자들의 공상으로 몰았습니다. "재판거래, 블랙리스트 등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포장만 근사히 해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며 "증거라고 할 만한 건 전부 그럴싸하게 포장된 진술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검찰 쪽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억지로 받은 조서의 행간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사법권을 지키려 한 노력들이 어떻게 조직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냐"고 합니다. 또한 자신의청렴함과 억울함을 길게 피력합니다.

이들의 모두진술은 기사로도 검색 가능하니 길게 쓰진 않겠습니다. 재판에 임하는 피고인들이자 법률기술자들이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한 스탠스와 법리 다툼을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들은 그 이전에 공직자인 법관들이었습니다. 법관으로서 최소한 남은 양심으로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요? 

너무도 맑았던 날과 대조적으로 재판장을 나오는 마음은 너무도 무거웠습니다.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니 재판부에 관한 판단은 유보합니다. 
그러나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적폐 판사 일동에게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계속 주지시키기 위해서라도 많은 분이 방청에 함께 하셨으면 합니다.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죄를 열심히 부정하는 모습을 차갑게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오후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2시간 동안 민변 사무실에서 시민방청단에 참여하신 분들과 자기소개를 하고, 재판 절차와 공소내용에 대해 민변 변호사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글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시민방청단이란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참여연대와 민변에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의 일원인 시민 임재민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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