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 국제배구연맹

 
"우리는 세트 마지막 부분에서 압박 상황을 잘 운영하지 못했다."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중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 대표팀은 5일 오전(아래 한국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 3주차 첫 경기에서 미국에 세트 스코어 1-3(25-19, 15-25, 22-25, 18-25)으로 역전패를 했다.

미국은 여자배구 세계랭킹 3위의 강호이자 홈팀이었다. 이날 경기는 미국 링컨에 있는 '피너클 뱅크 아레나'에서 펼쳐졌다.

한국은 라이트 김희진 14득점, 레프트 표승주 12득점, 강소휘 7득점을 올렸다. 센터진은 박은진 8득점, 이주아 4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1세트만 뛰었음에도 블로킹 3득점을 포함해 6득점을 기록했다. 교체 멤버로 들어간 정지윤도 5득점을 올렸다.

미국은 센터 오그보구가 16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레프트 라슨 13득점, 센터 딕슨 10득점, 라이트 드류와 레프트 포엑케가 각각 9득점을 올렸다. 특히 라이트 교체 멤버로 들어간 톰슨이 높은 타점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작렬하며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톰슨은 3세트부터 출전했음에도 9득점을 기록했다.

'주포' 김연경, '있고 없고'의 차이 컸다
 
 2019 VNL 한국-미국 경기 모습 (2019.6.5)

2019 VNL 한국-미국 경기 모습 (2019.6.5) ⓒ 국제배구연맹

 
한국은 세계적 강팀인 미국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좋은 경기를 했다. 그러나 3세트 막판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1세트에서 김연경이 이번 VNL에서 처음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김연경은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과 블로킹으로 미국의 기세를 제압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전체적으로 서브 리시브 등 수비도 안정됐고, 서브도 강하고 까다롭게 잘 들어갔다. 미국은 한국의 초반 기세에 말려들며 범실을 남발했다. 1세트 내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그러나 2세트에서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을 제외시키고 휴식을 줬다. 김연경이 대표팀에 합류해 함께 훈련한 지 고작 2일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첫 경기부터 무리를 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연경이 빠지자 한국은 1세트에서 잘했던 플레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서브 시리브 등 수비에서 크게 흔들렸다. 그러면서 2세트 초반부터 미국의 강한 반격에 고전을 거듭했다. 3세트는 세트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승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고 범실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4세트는 미국의 기세가 더 올라갔다. 한국은 어린 장신 공격수인 톰슨에게 많은 득점을 내주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톰슨은 1997년생의 신예 라이트 공격수다. 신장이 193cm로 점프력이 탁월하고 공격 각도도 예리했다.

"어려운 고비 해결책 찾는데, 너무 오래 걸려"

라바리니 감독은 경기 직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트 막판 압박 상황'을 중요한 해결 과제로 지적했다.

그는 "1세트에서 우리가 서브로 미국 팀을 놀라게 했고 그래서 미국이 범실을 많이 했다"며 "2세트는 미국이 강하게 출발했고 서브도 강했다. 우리는 어려움에 빠졌을 때 해결책을 찾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3세트는 마지막 순간에 몇몇 실책 때문에 패했다"며 "우리는 세트 마지막 부분에서 그 압박 상황을 잘 운영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장 김연경은 "1세트에서 우리의 서브와 리시브가 훌륭했다. 우리가 전략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잘 작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세트부터 우리가 서브 리시브에서 특히 많은 실수를 했다. 그래서 전체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3세트에서 우리가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세트를 이기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팀으로 가는 최종 과제, '막판 압박 극복'

한국 대표팀은 이번 VNL에서 5일 현재까지 1승 6패를 기록했다. 16개 참가국 중 14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적은 대회 개막 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양효진, 박정아, 이재영, 이소영, 김해란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부상 재활 때문에 VNL 대표팀에서 빠졌다. 라바리니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VNL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기간도 고작 일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당연히 대표팀이 아직은 더 발전시켜야 할 과제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 경기들을 통해 한국은 중요한 순간 또는 2단 연결 상황에서 확실하게 득점을 내줄 수 있는 '주포'의 부재를 드러냈다.

특히 잘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거나 역전을 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세계 정상 중국과 대결... '매일 발전' 목표 이룰까).

​라바리니 감독도 미국전 직후 그 대목을 강조한 것이다. 바로 세트 마지막 부분에서 압박 상황을 잘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을 극복해내야 경기를 승리할 수 있고, 강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연경이 합류했기 때문에 '주포'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세트 마지막 부분을 승리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더 매끄럽고 정교해져야 한다. 그만큼 공격과 수비 조직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이는 시간과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VNL 주전 멤버들, '기대 이상 발전'

사실 이번 VNL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은 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표팀의 주 공격수와 주전 세터를 통째로 책임져 본 적이 없는 김희진, 강소휘, 표승주, 이다영, 그리고 프로 신인에 불과한 박은진, 이주아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점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박은진의 성장 속도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다.

세계 정상급인 라바리니 코칭스태프가 들어선 이후 여자배구 대표팀이 많은 부분에서 변화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5월 28일 유럽의 신흥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첫 승'을 올렸다. 그것도 완벽한 승리였다.

가장 큰 변화는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를 제대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격과 수비의 흐름이 빨라졌고,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다. 센터진의 활용도가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센터의 중앙속공과 이동 공격이 빠르고 강해졌다. 모든 선수가 강하고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면서 서브의 품질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스피드 배구가 완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대표팀 내 주전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신흥 스타'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큰 성과다.

한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 남미 강호 브라질과 VNL 3주차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브라질은 5일 독일과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한국-브라질 경기는 6일 오전 6시 30분에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 SBS Sports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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