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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중인 한 여성노동자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고공농성중인 한 여성노동자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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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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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적으로 지치고 소화도 안 돼, 잘 먹지도 못하고 있어요"  

5일 서울 은평구 응암 재개발 3구역 현대건설의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 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서면서, 이곳에 있는 5대 타워크레인도 모두 멈췄다.

타워크레인은 멈췄지만, 크레인 조종석에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남아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인 정아무개(47)는 지난 3일 오전 7시 이 현장에 있는 50미터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다. 그는 5일 현재까지 지상에 내려오지 않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씨가 머무는 공간은 1평도 안 되는 조그만 조종석, 제대로 누울 수도 없는 공간이다. 음식과 물은 하루 3번 조합원들이 올려 보낸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홀로 오랜 시간 머물면서, 피로감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날 오전 수화기 너머 정씨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씨는 "좁은 공간에 오래있어서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고, 밥맛이 없어져서, 음식도 잘 안 먹게 된다"며 "대소변을 가리는 문제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비 점검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무인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내려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틀 넘긴 고공농성 "무인 크레인 안전대책 약속 전 못나가"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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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인 노동자가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인 노동자가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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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봉투에 담긴 점심식사를 고공농성중인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끌어올리고 있다.
 검은봉투에 담긴 점심식사를 고공농성중인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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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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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5일 현재 전국 2008대 타워크레인(민주노총 1224대, 한국노총 784대)에서 현재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이다. 타워크레인 양대 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째. 오랜 기간 농성에 버티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기 광명에서 농성 투쟁을 하던 한 조합원은 5일 새벽 건강상 문제가 생겨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양대 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운전석이 없는 소형 타워 크레인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용자 측과 임금협상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소형타워크레인 규제 요구에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왜 이들은 고공농성을 하면서까지 소형타워크레인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소형 타워크레인에 일자리를 뺏기는 노동자들이 밥그릇 싸움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런데 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는 어렵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소형 무인크레인.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소형 무인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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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크레인은 사람이 올라가지 않고, 지상에서 무선조종기를 이용해서 작동한다.
 무인크레인은 사람이 올라가지 않고, 지상에서 무선조종기를 이용해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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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타워크레인은 소형과 대형 크레인으로 구분된다. 크레인이 들 수 있는 무게가 3톤 이상이면 대형, 3톤 미만이면 소형으로 분류된다. 크레인 위에 조종석이 마련돼 있는 대형크레인과 달리 소형크레인은 지상에서 리모콘으로 조작한다. 소형크레인은 조종석이 따로 없어 '무인크레인'이라고도 불린다.

소형 크레인은 필기와 실기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면허를 받는다. 별도의 시험도 보지 않는다.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조종 자격이 주어지고, 실습까지 받아야 하는 대형 크레인과 비교하면 자격 요건을 얻는 게 훨씬 쉽다.

최근 소형크레인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4대였던 소형크레인 수는 2016년 1332대, 지난해에는 1808대까지 늘었다. 소형크레인 일감도 늘면서 대형크레인에서 소형 크레인으로 자리 이동을 하는 노동자들도 늘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운전 가능한 소형크레인, 안전 문제도 대두

양대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소형크레인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안전 문제다. 소형 크레인은 면허 취득도 쉽고, 크레인 높이, 자재 등을 제한하는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의 한 공사장에선 소형 타워크레인이 전도(붕괴)됐고, 같은해 9월에는 소형타워크레인 접합 부분이 파손되면서, 타워가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풍속 20m/s 바람에 소형타워크레인 붐대가 꺾이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자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9건의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발생해,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경실련은 "소형크레인의 전도 사고는 정부의 통계에도 잡혀 있지 않다"며 "정부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식승인과 기계 검사를 계속한다면 타워크레인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장 노동자들도 이런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소형크레인을 운전하는 백아무개(37)씨는 "작업을 할 때면, 관리자가 크레인이 들 수 없는 장비들도 옮기라고 채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소형 무인크레인.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소형 무인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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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소형크레인 안전 규정 마련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조합원 황옥용씨는 "소형타워크레인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필요한 안전 규정들을 정부가 제대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소형크레인은 단 3일만 교육받으면 운전할 수 있는데, 운전면허보다 더 취득하기 쉬운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일부에서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데, 소형 크레인을 운전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많다"면서 "조합원들이 소형크레인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정부는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 소형 타워크레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을 벌인 노동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번에 구성되는 협의체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시민단체, 타워크레인 사업자, 건설단체 관련 인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협의체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의 규격 제정, 면허 취득 및 안전장치 강화 등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대책과, 글로벌 인증체계 도입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소형크레인 안전대책 마련을 확정함에 따라, 양대노조는 이날 오후 5시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태그:#타워크레인,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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