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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로 들어가는 숲길. 왼편으로 계곡이 흐른다. 굴참나무, 층층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로 울창한 숲길이다.
 선암사로 들어가는 숲길. 왼편으로 계곡이 흐른다. 굴참나무, 층층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로 울창한 숲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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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시원한 숲길이 있는 절집으로 간다. 절집으로 가는 길, 왼편으로 계곡이 흐른다. 숲에는 굴참나무, 층층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가래나무, 단풍나무로 울창하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인정을 받은 숲이다. 전각도 수수하다. 언제라도 고향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순천 조계산 선암사다. 절집으로 가는 숲길에 선녀들의 이·착륙장, 요즘말로 비행장이 있다. 선녀들이 하늘나라로 오르내릴 때 이용한 곳이다. 이륙장이 승선교(昇仙橋)다. 돌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다리다. 반달 모양으로 생겼다. 보물로 지정돼 있다. 교과서에도 나온다. 선암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반달 모양의 선암사 승선교. 돌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선암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반달 모양의 선암사 승선교. 돌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다. 선암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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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의 반달 모양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착륙장이다.
 승선교의 반달 모양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착륙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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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의 반달 모양 사이로 보이는 누각은 강선루(降仙樓)다.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착륙장이다. 선녀들이 강선루를 통해 내려와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승선교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승선교는 1713년(숙종 39년) 호암대사가 처음 쌓았다. 자연암반 위에 다리를 올렸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균열이 생기면서 지난 2003년말 해체해 다시 쌓았다. 기존의 아치석도 그대로 다시 넣었다. 너무 부식돼 더 이상 쓸 수 없는 아치석 30개도 한쪽에 따로 전시해 뒀다. 당초 승선교를 구성하던 아치석의 5분의 1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다시 썼다.
  
승선교를 다시 쌓으면서 다시 쓰지 않은 기존의 아치석. 승선교 한쪽에 따로 전시해 뒀다.
 승선교를 다시 쌓으면서 다시 쓰지 않은 기존의 아치석. 승선교 한쪽에 따로 전시해 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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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 용머리에 걸려있는 엽전 세 냥. 호암대사가 돌다리를 쌓고 남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승선교 용머리에 걸려있는 엽전 세 냥. 호암대사가 돌다리를 쌓고 남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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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동전 세 닢'이다. 승선교의 아랫부분, 불쑥 튀어나와 있는 용머리에 엽전 세 냥이 걸려 있다. 언뜻 보면 보이지 않고, 자세히 봐야 보인다. 호암대사는 돌다리를 쌓으려고 시주를 받았다. 시주 받은 금품을 돌다리 만드는 데에 다 쓰고, 세 냥이 남았다고 한다.

호암대사는 시주한 금품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용의 머리에 걸어둔 이유다. 나중에 돌다리를 보수할 일이 생기면, 그때 쓰라는 의도였다. 그 엽전이 지금도 걸려 있다. 승선교 바로 밑에까지 내려가서 용의 머리를 찬찬히 살펴보면 보인다.
  
청량산(淸凉山) 해천사(海泉寺) 편액. 선암사 일주문 안쪽에 걸려 있다. 밖에는 조계산 선암사로 씌어 있다.
 청량산(淸凉山) 해천사(海泉寺) 편액. 선암사 일주문 안쪽에 걸려 있다. 밖에는 조계산 선암사로 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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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요사채의 벽에 새겨져 있는 물水, 바다海. 절집의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절집 요사채의 벽에 새겨져 있는 물水, 바다海. 절집의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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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는 백제 때 아도화상이 지은 고찰이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자주 일어났다. 그때마다 중창불사를 했다. 지세가 산강수약(山强水弱)한 탓이라 믿었다.

절집의 이름을 청량산(淸凉山) 해천사(海泉寺)로 불렀다. 산과 절집 이름에 한자로 물수(水), 바다해(海), 샘천(泉) 자를 넣었다. 지금도 일주문 안쪽에 보면 '청량산 해천사' 편액이 걸려 있다. 절집 요사채의 벽 군데군데에 물水, 바다海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선암사는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은 절집이기도 하다. 선암사는 우리나라 태고종의 본산이다. 스님들이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계종과 대비되는 종파다.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 다른 절집 6곳과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스님이 범종을 치고 있다. 선암사의 저녁 예불 시간이다.
 스님이 범종을 치고 있다. 선암사의 저녁 예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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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선암사 뒷간. 지은 지 400년 된 건축물이다. 유홍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화장실"이라고 극찬했다.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선암사 뒷간. 지은 지 400년 된 건축물이다. 유홍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화장실"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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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선암사에 가서 문장자랑하지 말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화엄사에서 주먹자랑을, 대흥사에선 염불자랑을, 송광사에선 계율자랑을, 백양사에선 인물자랑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통한다. 선암사는 대각국사 등 빼어난 문장가를 많이 배출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도 선암사 대처승(시조시인 조종현)의 아들이다.

문화재도 어느 절집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선암사다. 문화재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절집이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승선교를 포함해 18점이다. 지방문화재 9점, 문화재자료 3점도 있다.

일주문도 문화재다. 중간이 굵고, 위아래가 가는 배흘림기둥에다 지붕은 사람 인(人) 자를 그리고 있는 맞배기와로 이뤄져 있다. 석탑과 대웅전도 보물이다. 뒷간으로 이름 붙은, 지은 지 400년 된 해우소도 문화재(문화재자료 제214호)로 지정돼 있다. 유홍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화장실이라고 극찬했다.
  
선암사의 매실나무 군락. 격이 다른, 문화재급 나무들이다.
 선암사의 매실나무 군락. 격이 다른, 문화재급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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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숲길에서 만난 다람쥐. 선암사는 언제라도 고향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선암사의 숲길에서 만난 다람쥐. 선암사는 언제라도 고향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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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도 하나같이 장식이 화려하지 않다. 오래된 풍경화처럼 은은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나무도 격이 다른, 문화재급 나무가 많은 절집이 선암사다. 무우전 옆 매실나무는 '선암매'로 정평이 나 있다. 고려 때 대각국사가 심은 것으로 수령이 600년 됐다. 국내 최고령의 매실나무다. 천연기념물이다.

천불전 앞에 드러누워 있는 와송은 500살이나 먹었다. 솔향기 여전히 짙고 깊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처진 올벚나무도 눈길을 끈다. 장경각 앞의 측백나무와 석류나무, 삼성각 앞 동백나무에서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고목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것도 선암사를 제대로 만나는 여행법이다.
  
조계산 편백숲.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조계산 편백숲.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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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암사, #승선교, #강선루, #호암대사,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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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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