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26년 차를 맞는 배우 김소연은 데뷔 초기부터 성숙한 외모로 유명했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많았다. 데뷔작 <공룡선생>에서는 중학교 2학년의 어린 나이에 3~4살 연상의 이민우, 김희선 등과 함께 고등학생을 연기했고 같은 해 방송된 KBS 주말드라마 <딸부잣집>에서도 당돌한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공룡선생>에는 김소연보다 더 어린 박지윤도 출연했다).

김소연은 차인표, 이휘재, 구본승 등 현역으로 입대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신고합니다>에서 차성현 일병(차인표 분)을 짝사랑하는 영어학원강사 우지수 역을 맡았다. 또래 친구들이 영어학원을 다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영어선생님을 연기한 것이다. 김소연은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에 산부인과 의사 오소연을 연기했지만 시청자들은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김소연처럼 성숙한 외모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성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에 지나치게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학생연기를 하는 배우도 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고생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임수정이 대표적이다. 2001년 데뷔해 어느덧 연기자가 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임수정은 5일 tvN의 새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아래 <검블유>)를 통해 <시카고 타자기> 이후 2년 만에 시청자들을 만난다.

연기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동안 배우' 임수정
 
 <은교>의 김고은, <아가씨>의 김태리 전에 한국 영화에는 <장화, 홍련>의 임수정이라는 초대형 신인이 있었다.

<은교>의 김고은, <아가씨>의 김태리 전에 한국 영화에는 <장화, 홍련>의 임수정이라는 초대형 신인이 있었다. ⓒ 청어람

 
공부에 큰 관심이 없던 고교 시절 우연히 연극을 보고 연기자의 꿈을 키운 임수정은 잡지와 광고 모델로 활동하다 2000년 SBS 예능프로그램 <좋은 친구들>의 미니드라마 <흑과백>을 통해 TV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1년 <학교4>에서 무용과의 모범생 오혜라 역에 캐스팅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오혜라는 함께 출연했던 김보경의 중도하차로 인해 캐릭터가 흐지부지됐고 <학교4>의 주역은 임수정이 아닌 이유리에게로 넘어갔다.

<학교4>에서 기대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임수정은 2002년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대통령(안성기 분)의 반항기 있는 딸 영희를 연기했다. 하지만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서울관객 16만에 그치며 흥행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임수정은 여전히 원석인 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임수정은 2003년 6월에 개봉해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을 통해 드디어 껍질을 깨고 나왔다.

<장화, 홍련>에서 동생 수연(문근영 분)을 유난히 아끼는 언니 수미를 연기한 임수정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임에도 수미의 복잡한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임수정은 <장화, 홍련>을 통해 청룡영화제와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비롯한 4개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었는데 특히 청룡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임수정은 곧바로 영화 <…ing>의 여고생 민아 역으로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임수정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2004년에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였다. 캐스팅 당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임수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임수정은 소지섭과의 애절한 멜로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임수정은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2004년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네티즌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쓸었고 임수정이 극 중에서 입었던 의상은 크게 유행했다.

임수정은 2006년 경주마와 기수의 교감을 그린 영화 <각설탕>에서 시은을 연기해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맞붙었음에도 전국 1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박찬욱 감독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역시 영화의 흥행실패와는 별개로 임수정의 독특한 싸이보그 연기는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다. 2007년에는 허진호 감독의 <행복>을 통해 청룡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명감독들이 사랑한 배우, '김은숙 부사수'와도 호흡 잘 맞을까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김민희,엄정화,공효진 등을 제치고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김민희,엄정화,공효진 등을 제치고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주)NEW

 
<행복> 이후 2년 정도 휴식기를 가진 임수정은 2009년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를 통해 컴백했다. 물론 <전우치>가 액션 히어로 영화였던 만큼 임수정의 비중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지만 <전우치>는 '공룡' <아바타>와 맞붙었음에도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0년 공유와 함께 인기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김종욱 찾기>에 출연한 임수정은 2011년 저예산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무보수로 출연했다.

<전우치> 이후 출연한 두 편의 영화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했던 임수정은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그간의 부진을 훌훌 털어 버렸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을 통해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준 임수정은 4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흥행과 연기 모두 임수정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꼽기 손색이 없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은밀한 유혹>과 <시간이탈자>가 나란히 흥행에 실패한 임수정은 2017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13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시카고 타자기>에 출연했다. <베테랑>과 <사도>를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유아인과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늦은 전개와 잦은 결방 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임수정은 <시카고 타자기> 이후 <더 테이블> <당신의 부탁> 같은 저예산 영화에 출연했다.

5일 첫 방송되는 임수정의 신작 <검블유>는 이 시대 최고의 흥행 작가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한 권도은 작가의 데뷔작이다. 누구나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 사정은 잘 모르는 포털 사이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임수정은 업계 1위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서비스 전략 본부장 배타미를 연기한다. <검블유>는 임수정 외에도 이다희, 전혜진 등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 가는 여성중심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임수정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알만한 유명한 배우다. 박찬욱, 최동훈, 허진호, 김지운 등 충무로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을 했고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도 매우 넓은 배우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7년, 드라마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15년 가까이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과연 임수정은 <검블유>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들을 사로 잡는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다소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임수정은 <WWW>를 통해 오랜만에 경쾌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다소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임수정은 를 통해 오랜만에 경쾌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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