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부터 <김과장> tvN <시그널> <비밀의 숲>.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시청자들이 '시즌2'에 대한 열망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즌2 제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작가 감독 및 제작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의 일정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하는 데다, 시즌1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있어야 한다. 이들 작품이 모두 아직까지 시즌2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3일 첫 방송되는 MBC 드라마 <검법남녀2>는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시즌2로 돌아온다. 지난해 7월 종영한 <검법남녀>는 당시 흔하지 않은 법의학 수사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도철PD와 민지은 작가를 비롯해 시즌1의 주역들, 특히 법의관 백범을 연기했던 정재영을 그대로 캐스팅 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장진의 페르소나' 정재영, <이끼>의 천용덕으로 연기력 검증 완료
 
 '장진의 페르소나'로 불리던 정재영은 <이끼>를 통해 완벽한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장진의 페르소나'로 불리던 정재영은 <이끼>를 통해 완벽한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 시네마 서비스

 
지난 1998년 8월 연극 쪽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던 20대 청년 감독 장진의 장편영화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이 개봉했다. 최종원, 이경영, 손현주, 오연수 등이 주연을 맡은 <기막힌 사내들>은 서울 관객 1만4000명에 그쳤을 정도로 흥행 참패했다. 하지만 <기막힌 사내들>에는 신하균, 임원희 등 '장진 사단'으로 불렸던 서울예대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서울예대 시절부터 장진 감독과 동고동락했던 배우 정재영 역시 마찬가지. 장진 감독의 연극 데뷔작 <허탕>에서 유달수 역으로 데뷔해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 <초록물고기>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정재영은 <기막힌 사내들>에서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택시기사 연기로 관객들에게 독특한 웃음을 선사했다. 정재영의 어눌한 듯한 코믹 연기는 장진 감독의 차기작 <간첩 리철진>의 택시강도 연기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정재영은 2001년 장진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킬러들의 수다>에서 스나이퍼 재영 역으로 캐스팅됐다. <킬러들의 수다>는 '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 외에도 신현준, 원빈 등 당대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 동안 연극 무대에서만 주로 활약하던 정재영은 <킬러들의 수다>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재영은 2002년 류승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독불을 연기하며 더욱 주목받았다.

정재영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였다. <실미도>에서 684부대 1조장 한상필을 연기한 그는 배우 설경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실미도> 이후 충무로에서 입지를 다지고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나의 결혼 원정기> <바르게 살자>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2008년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 5년 만에 설경구와 재회해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정재영은 2010년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를 통해 70대 마을이장 천용덕으로 변신했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정재영의 실감나는 분장과 디테일한 연기는 큰 호평을 받았고 정재영은 <이끼>를 통해 부일 영화제와 청룡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력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검법남녀2>를 통해 까칠한 법의학자 백범으로 돌아오는 정재영
 
 정재영은 작년 첫 MBC 출연작이었던 <검법남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정재영은 작년 첫 MBC 출연작이었던 <검법남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 MBC 화면 캡처

 
연기자 데뷔 후 20년 가까이 한 번도 TV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던 정재영은 2015년 자신의 첫 드라마로 <정도전>의 제작진이 뭉친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를 택했다. 정재영은 <어셈블리>에서 여당 의원이면서도 친청계도, 반청계도 아닌 '딴청계'를 자처하는 노동자 출신의 국회위원 진상필을 연기했다. 비록 <어셈블리>는 그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더분한 매력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단을 선보인 정재영의 연기는 큰 호평을 받았다.

정재영은 2015년 8월에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르카르노 국제영화제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히혼 국제영화제, 들꽃 영화상까지 무려 5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가 국내외 5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어 정재영은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MBC 드라마를 선택했다.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등 시트콤으로 이름을 날렸던 노도철 PD의 법의학 수사드라마 <검법남녀>였다. <검법남녀>는 초반 이야기가 다소 어렵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률을 끌어 올리며 전국 9.6%의 준수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두 주인공 정재영과 정유미는 연말 MBC 연기대상에서 남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즌1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검법남녀>의 배우와 제작진들은 1년 후 <검법남녀2>를 통해 다시 한 번 뭉쳤다. 시즌2 제작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던 백범 역의 정재영은 "제작진·배우들과의 가족 같은 편안한 호흡 때문에 시즌2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검법남녀2>에는 정재영과 정유미, 오만석 외에도 안석환, 박준규, 주진모, 고규필, 박희진 등 시즌1에 출연했던 반가운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변호사들> <신입사원> <히트> 등 MBC에서 시즌제를 추진하던 드라마들의 속편 제작은 그동안 여러 이유로 무산돼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2007년에 방송된 <궁S>의 경우 작가와 배우, 세계관이 모두 다른 별개의 작품이었다). 따라서 MBC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 <검법남녀2>가 짊어진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시즌1처럼 좋은 대본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선보인다면 정재영은 늘 그랬던 것처럼 믿음직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않을까.
 
 시즌1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그대로 모인 <검법남녀2>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즌1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그대로 모인 <검법남녀2>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검법남녀2>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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