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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입자는 자신의 주거권 실현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
 
무주택자의 날을 이틀 앞둔 6월 1일, 대학로 카톨릭회관 앞에 이삿짐 사다리차가 등장했다. 높이 올라간 사다리차에는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라는 문구와 함께 "전월세인상률상한제, 세입자 평생 계약갱신권,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하라!"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대학로에 나타난 이삿짐 사다리차. 1일 열린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 무대장치였다.
 대학로에 나타난 이삿짐 사다리차. 1일 열린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 무대장치였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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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주거권위원회와 서울시당은 이날 무주택자의 날 기념해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 200여 명은 난생처음 '세입자'라는 자기 정체성으로 거리에 나섰다.

민중당 서울시당 오인환 위원장은 "주거의 문제는 '모든 인간에게 보장해야 할 보편적 권리'임을 분명히 제기하고, 세입자의 권리는 물론이고 주거권이라는 시민들의 보편적 권리를 확보하고 지켜내자"고 호소하며 이번 대회의 취지를 알렸다.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에 약 200여명의 세입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집은 인권이다"라고 외치며 주거권 보장을 촉구했다.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에 약 200여명의 세입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집은 인권이다"라고 외치며 주거권 보장을 촉구했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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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입자들의 절절한 증언도 이어졌다.

20대 청년 성치화씨는 "월세가 낮은 방은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첫 자취방에서 느꼈다"며 창문 없는 반지하에 살던 때를 회상했다. 장마철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방 전체를 곰팡이가 뒤덮고 천장이 무너져 내려 방이 물로 가득했다는 그 방은 알고 보니 불법 증축한 건물이었다고 한다.

성씨는 "등록금을 부모님께 지원받는데 월세마저 받을 수는 없었다"며 "대한민국 청년들의 주거권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청년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건설 노동자라고 직업을 밝힌 박남신씨는 "지금껏 수백, 수천 채의 집을 지었지만 나는 아직 세입자 신세다. 내가 직접 집을 지으면서도 왜 나는 아직 집이 없는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하고 없는 사람은 가질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사회에서 우리끼리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세입자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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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의 80%를 융자를 받아 집을 구매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도영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비정규직 임금으로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집을 샀는데, 평생 은행에 이자를 갖다 바치는 또 다른 월세에 살게 됐다"며 "이자를 감당하느라 저축은커녕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나영 민중당 주거권위원장은 "우리들은 일터에서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해 한번 착취당하고, 삶터에서 높은 임대료를 납부하며 두 번 착취당하고 있다"며 세입자 운동을 벌이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또 영구임대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한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며 "소득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이 지급되듯 모든 국민이 영구적으로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연설 중인 최나영 민중당 주거권위원장. 그는 자신을 "월계동 세입자 최나영"이라고 소개했다.
 연설 중인 최나영 민중당 주거권위원장. 그는 자신을 "월계동 세입자 최나영"이라고 소개했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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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정부에 "수도세, 전기세, 술값, 담배값도 규제하고 집 가진 사람들의 세금도 깎아주면서 왜 유독 임대료만 규제하지 않느냐"고 일침을 놓으며 "이제 세입자들은 권력자들에게 줄서서 청원하고 부탁하지 않고 뭉치고 단결해 직접정치 투쟁으로 권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세입자 직접정치 선언문>을 함께 낭독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 

무주택자의 날 기념 2019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
주거권을 쟁취할 세입자 직접정치를 선언한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주거권은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집은 인권이며 주거권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임을 확인하며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겠다 선포한다.

1. 우리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주거권 실현을 국가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모두의 주거권 실현을 위해, 정부는 재정을 국회는 법률을 통과시켜라.

2. 우리는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원하는 집에서 계속 살 권리가 있다.
건물주의 일방적 임대료 인상, 재계약 거부같이 주거권을 위협하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실직, 사고 등으로 인해 임대료를 내지 못할 시에도 강제 퇴거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

3. 세입자는 부담가능한 적당한 가격으로 임대료를 정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민간 주택이라 하더라도 주거비 부담이 소득수준을 넘지 않도록 공정임대료제도와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라.

4.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삶을 위해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최저 주거 기준 이하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

5. 세입자의 사생활은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세입자는 건물주의 무단출입과 생활간섭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6. 세입자는 임대차 이력, 수리 내역, 재산세 감면 같은 사는 집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7. 주거권은 개발이익보다 우선 보호받아야할 권리다. 도심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주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모든 의사결정에서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라.

8. 우리는 집을 투기의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부와 국회는 다주택자 투기방지대책을 마련하라.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 도입하라.

9. 세입자권리를 위해 세입자 단체를 구성할 권리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세입자에게 단체를 구성할 권리와 법률적 지위를 인정하라. 또한 세입자단체 대표에게 주거 정책과 예산 결정하는 정부 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라.

10. 모든 세입자는 자신의 주거권 실현을 위해 단결하고 투쟁할 권리가 있다.

이에 우리는 2019년 무주택자의 날을 맞아 세입자 직접정치를 선포한다.

2019년 6월 1일
2019년 세입자 권리찾기 대회 참가자 일동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은혜님은 민중당 대변인입니다.


태그:#민중당, #주거권위원회, #주거권, #무주택자의날,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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