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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비자림로 삼나무숲 900여 그루가 도로 확장 공사를 이유로 한꺼번에 베어지자 전국 여론이 들끓었다. 제주도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경관이 아름다운 도로'라며 일부 변경된 비자림로 설계안이 언론을 통해 공표했다. 그와중에 제주도 일각에서는 삼나무는 백해무익하기에 보존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2015년 3월 제출된 '비자림로 도로 건설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역시 비자림로 숲이 생태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한다. 평가서의 항목 중 하나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 및 철새 도래 현황'인데 평가서는 '계획 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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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로공사소규모환경영행평가서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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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3월 비자림로 공사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3월20일부터 비자림로 삼나무 숲에 오두막과 텐트를 치고 비자림로 공사 구간과 공사 과정을 모니터했다. 시민들은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벌목된 나무 수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 같으며, 삼나무 외에 다양한 나무들이 벌목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비자림로 숲의 생태적 다양성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비자림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이강협 양치식물 전문가는 "비자림로 삼나무 숲의 하부에는 30여종의 양치식물이 50m라는 짧은 구간에 분포되어 있다며 짧은 구간에 다양한 양치식물이 존재하는 것은 흔치 않다"며 삼나무 숲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30여종의 양치식물 역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는 누락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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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나무숲 아래에 사는 다양한 식물들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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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삼나무 숲에 자리한 오두막과 텐트에서 밤을 보내다 보면 노루 울음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3월27일 새벽에는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아기 노루를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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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킬당해서 부서진 노루의 뿔 .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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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모니터링단은 야생동물 전문가에게 비자림로 구간에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다는 귀띔을 받고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 있는 천미천의 생태지도를 찾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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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미천의 야생조류 관련 책 .
ⓒ 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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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20일부터 새들의 소리를 모두 녹음하기 시작했고 지난 25일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소리를 비자림로 3구간에서 들을 수 있었다. 팔색조 소리는 이후에도 연이어 확인되었고 시민들은 제주도 환경정책과에 확인을 요청했다. 이어 지난 28일 제주도 환경정책과 담당자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 직원, 조류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하여 비자림로 3구간에 팔색조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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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유역환경청 등과 팔색조 소리 찾기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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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도 공사 구간에 서식하고 있었다. 모니터링단은 인터넷 등을 통해 본 애기뿔소똥구리의 모습을 머리와 마음에 담고 26일부터 애기뿔 소똥구리가 서식할만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29일에는 애기뿔쇠똥구리를 2구간과 3구간 사이 구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영산강 유역 환경청 제주사무소 직원과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하여 애기뿔쇠똥구리가 비자림로 공사구간에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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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확인하는 애기뿔소똥구리 .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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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홍섭 환경기자에 따르면 팔색조는 전 세계의 서식 개체를 최소 2500 개체에서 최대 1만 개체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나마 서식지 파괴로 인하여 급격한 감소추세에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적색목록에 올라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 204호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조류학자인 주용기 전북대전임연구원은 "비자림로 숲에는 활엽수림과 삼나무림이 잘 우거져 있고, 땅 바닦이 지렁이가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팔색조가 둥지를 틀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애기뿔소똥구리는 농약의 과다 사용과 환경오염 탓에 발견되지 않고 있는 곤충으로 농약 성분이 묻은 풀이나 인공 사료를 먹인 소의 배설물에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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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목된 삼나무들 .
ⓒ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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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로동식물전면재조사하라는 시민들 피켓 .
ⓒ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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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자림로, #영산강유역환경청, #멸종위기생물, #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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