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픽션> 포스터

뮤지컬 <더 픽션> 포스터 ⓒ HJ컬쳐

 
범죄자들을 처형하는 살인마 블랙. 어둠 속에 숨은 살인마를 다룬 소설 속 사건들이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HJ컬쳐의 뮤지컬 <더 픽션>은 이러한 큰 줄기를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2017년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첫공연을 올린 후 2018년 첫 서울 장기공연에 이어 2019년 공연으로 대학로에 입성했다.

무명 작가에서 인기 작가로 발돋움하는 그레이 헌트 역에 박유덕, 주민진, 박규원, 그를 지원하는 뉴욕트리뷴 신문 기자 와이트 히스만 역에 유승현, 박정원, 강찬, 황민수, 사건의 진실을 쫓는 형사 휴 대커 역에 박건, 김준영, 안지환이 출연한다.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사진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사진 ⓒ HJ컬쳐

 
하지만 이 뮤지컬은 앞서 언급한 시놉시스와 별개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사실 살인사건은 극의 설정에 가까우며 <더 픽션>은 관객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레이(grey)와 와이트(white), 소설 속 살인마 블랙(black)을 두고 벌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와도 같다. 생명의 무게를 놓고 생기는 대립은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주제다. <더 픽션>은 이것을 누군가에게는 숫자로, 통계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점으로 풀어낸다.

극 중반에 이르러 미스터리 플롯은 금세 해소되지만 <더 픽션>의 장점은 거기에서부터 발휘된다. 플롯이 아닌 인물의 심리를 관객에게 투영시키기 때문에 극의 개연성보다도 더 강한 전달력을 지닌다. <더 픽션> 속 이야기를 따라가면 '우리는 모두 한 권의 이야기로 남길 원한다'는 작품 속 대사처럼 관객들 역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음을 되새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뮤지컬 <더 픽션> 공연사진

뮤지컬 <더 픽션> 공연사진 ⓒ HJ컬쳐

 
또 뮤지컬 <더 픽션>은 또 단순히 극의 내용 외에도 관객친화적인 면이 돋보인다. 살인 등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에서 자극적인 묘사 등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더 픽션>은 손쉽게 호기심을 끌 수 있는 그런 묘사를 최대한 배제했다.

총기 사용도 무대예술적으로 풀어내는 등 관객의 편안한 관람을 유도한 <더 픽션>은 극단 '섬으로 간 나비'에서 공연했던 <무인도 이야기>, <히킥고모리> 등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윤상원 연출, 관객 분석과 피드백에 능한 HJ컬쳐가 합작해낸 것이 아닐까.

물론 <더 픽션>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7년 DIMF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당시해도 정말 미스터리, 스릴러 쪽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4년여의 시간을 들이며 꾸준히 개발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틀고, 완성도를 높여가며 지금에 이른 것이다. 1회성 지원, 초연 후 관리를 돕지 않는 현재의 많은 뮤지컬 제작 시스템이 본받아야 할 모습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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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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