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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오늘도 일을 찾아 해매는 수 많은 청년들과 또 일 가운데 파묻혀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미룬채 발을 동동거리며 '이것만 끝내고...' '저것만 끝내고...' 하는 청년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속으로 '아오... 그만둬버릴까.' 를 되내이며 그저 되내임만으로 끝내야만 하는 당신을 위한 2030세대의 '일'의 이야기를 다룬 공론장이 있습니다.

공론장은 우리 사회 여러 가지 의제를 다루며 문제 도출하고 대안 상상하는 자리입니다. 시민단체인 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LAB2050은 총 6회에 걸쳐 2030세대가 체감하는 우리 사회 여러 영역의 문제를 토론하고 그들만의 대안을 도출하고는 공론장을 연속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열린 첫 번째 #오픈공론장에서 2030세대 100여명은 우리 사회 여러 의제 중 가장 시급한 의제로 노동을 뽑았습니다. 그렇게 노동을 주제로 한 첫 공론장이 5월 25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2030 청년 50명의 참석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시사인 송지혜 기자
▲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시사인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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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다면?"

2015년 연말, 멀쩡한 회사를 다니다 퇴사한 2030 청년들의 사연을 다뤘던 송지혜 기자가 퇴사 후의 그들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이른바 엘리트 직장인이었던 인터뷰이들이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대체로 유사했습니다. 급여를 포함한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족, 개인의 성장 가능성의 부재와 장기적 비전의 부재 등입니다.

특히 대기업 퇴사자의 경우 높은 업무강도와 과로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번아웃(burnout)'을 느끼거나, 스스로가 '부품'으로 여겨지는 일터 문화에 회의감을 토로하였습니다. "원래 다 그렇게 힘든 거야", "먹고 살려면 버텨야지", "정상적으로 살려면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어야지"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퇴사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새내기 퇴사자들은 3년 뒤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송 기자가 다시 만나본 퇴사자들은 업종을 전환하여 스타트업, 프리랜서, 소규모 자영업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자신이 소모품으로 느껴졌던 데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열린 회사에서는 좀 더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자기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과 위주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노동자의 과소모,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으로 반복되는 자기 착취의 문제 등은 여전했습니다. 

결국 서른 무렵의 2-3번째 직장을 찾던 퇴사자들은 '평생 직장'은 이제 없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명예퇴직이 없고 정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직업을 통해 자아성취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만족할 수 없을 때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스스로 흙수저라고 지칭하는 청년층부터 수십억의 투자를 받는 청년 CEO까지 넓은 스펙트럼과 빠르게 달라지는 일의 환경 속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요? 결국 직업 이외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개로 나누어 투자하는 '정체성 분산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발제 중이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발제 중이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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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비정규직 여성에게 가해지는 노동 차별 

20대 여성의 노동 문제 역시 다루어졌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레나 활동가는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레나 활동가는 2016년 생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전 3-4시간만 일해도 하루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는 구인광고를 보고 아파트 소독 노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잦은 성희롱에 노출되었고 소독 약품에는 건강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하루에 3-4백 세대를 방문해야 하는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한 압박감도 컸습니다. 소독이나 위생 지식에 관한 제대로 된 사전 교육이 없으니 현장에서 대처는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었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몫이었습니다.

결국 노동환경 자체에 꿀이 있을 수가 없는데도 고소득 꿀알바로 포장해 구직자를 현혹했던 것이죠. 하지만 현실에서 비정규 청년 여성의 노동은 "아가씨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느냐?" 는 시선 속에 저평가되기 일쑤였습니다. 

이 같은 차별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레나 활동가는 먼저 가장 노동자를 과로한 업무로 몰아넣는 것은 컨트롤 할 수 없는 노동 강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 "일하다 쉬면 흐름이 끊긴다." 는 이야기는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서 적절하게 주어져야 할 휴게 시간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게 만들며 과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평가 절하된 노동과 책임 전가 역시 문제입니다. 청년 여성 노동자의 경우 그들의 노동력이 이중적으로 저평가되고 성적 대상화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젊은 여성의 육체노동은 이중의 낙인을 당하고 그들의 노동은 생계를 위한 정식 노동이 아니라 용돈 벌이 정도로 폄하됩니다. 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성 가장만을 생계부양자로 인정하는 정상가족 담론과도 연결됩니다. 이처럼 여성 노동이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폄하되는 노동환경은 성폭력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에게 낙인이 찍히고 피해자 스스로 검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레나 활동가는 이러한 문제에 여러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대상화되는 노동 속에서 스스로 평가절하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요?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하며, 사회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성 평등한 노동은 언젠가 가능할까요?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발제중인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텝
▲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발제중인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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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회사에 불만 많으시죠?" 법적, 제도적으로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말인 "갑질"이란 무엇일까요. 또 직장이란 또 무엇일까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도 직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진호 갑질119 총괄스텝에 따르면 직장갑질119에 접수되는 갑질 신고 사례는 하루 평균 60여건, 연간 2만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갑질119에는 상사의 모욕과 직장 내 따돌림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갑질이 신고됩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버스 기사에게 피해액을 적은 개목걸이를 채운 "개목걸이 갑질", 가전회사 직원에게 마라톤 동호회에 참여하도록 강요해 연습과 대회에 강제로 참가시킨 "마라톤 갑질", 군대 내 단장이 부하직원 중 체육학과 출신자들을 개인 헬스트레이너로 이용하고 물리치료과 출신자에게 마사지를 시킨 "마사지 갑질",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시킨 한림병원 "장기자랑 갑질" 등 우리 사회의 직장 내 불합리한 행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 갑질119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갑질을 경험했으며 대표적으로 '취업정보사이트 채용정보가 실제와 다르다,' 나 '시간 외 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거나 일부분만 지급한다.' '휴게공간,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등도 갑질 사례로 제시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한 대응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참거나 모른 척 했다(41.3%)는 점입니다. 그들이 참거나 모르는 척 한 이유는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5.5%)와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4.1%)였습니다. 

오진호 총괄스텝은 직종별 모임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개별 사업장을 뛰어넘은 연대로 갑질에 대응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갑질119는 방송계갑질 대응 모임, 보육교사 모임, 반월시화공장 모임, 대학원생 모임 등이 있으며 갑질센터119에서는 향후 지속적으로 직종별 모임을 조직하고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테이블토론 현장
▲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테이블토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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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세대가 생각하는 워라밸은?

2030 청년 세대는 일의 미래에 주제 중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는 반대로 워라밸이 2030세대에게는 가장 잘 안지켜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 참가자 중 비교적 워라밸이 보장될 것으로 짐작되는 초등학교 교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생업을 병행해야 하는 음악가 등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각자의 일터에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녀서 돈을 많이 벌어도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을 모으게 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부터 퇴근 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워라밸이 맞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장 자체에서의 적성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일과 삶이 균형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요? 우선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는 꼭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법적 휴가는 다 쓴다고 했다죠? 더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특히 휴가를 쓸 때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연구자들이 가지는 안식월, 안식년 제도 보장이나 회식 문화의 개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점심 회식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즉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때 일과 삶의 균형은 물론 질 역시 향상될 것이라는 대안입니다. 또 법정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법적으로 퇴근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거나 일거리를 가지고 집에서 근무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조직문화 개선과 개인 의견 존중, 출퇴근 시간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와 다양한 근무 형태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워라밸에 관련된 논의 이외에도 노동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숙의와 토론을 통해 2030이 선정한 일의 미래에 대한 대안은 "bit.ly/일의대안"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선택된 여러 대안들
▲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지난 25일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2030 일의미래를 상상하다." 공론장 현장에서 선택된 여러 대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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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론장, #노동, #사회, #민주주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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