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포스터

영화 <증인>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패기 넘치던 민변 출신의 순호(정우성)는 자신의 오랜 신념을 뒤로 한 채 성공을 꿈꾸며 대형 로펌에 합류, 현실과 적당히 타협을 모색 중인 변호사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한 여성(염혜란)의 무죄를 입증하면 그에게 승진을 보장해주겠노라는 달콤한 조건이었다.

해당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었다. 지우(김향기)였다. 지우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였으나 사실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소녀였다. 순호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이자 자폐 소녀인 지우를 만나게 된다.

그는 지우를 이번 사건의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전략을 짜고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험난함의 연속이다. 자폐 성향을 지닌 지우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념과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는 변호사

유독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던 까닭에 순호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순호에겐 지우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그는 닫힌 지우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물량 공세를 퍼붓기도 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해가며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영화 <증인>스틸 컷

영화 <증인>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은 살인사건의 변호사와 목격자 신분으로 만나게 된 한 남자 그리고 자폐증을 앓는 소녀가 서로에게 다가서며 진정성 있는 소통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순호는 지우를 법정에 세운 뒤 어떻게든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밝힐 계획이었으나, 그녀와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현실적인 성공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우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지우의 진정성을 믿고 변호사로서의 성공 기회를 과감히 포기할 것인지 깊이 갈등하게 된다.

이즈음 그와 대학 동창이자 비슷한 신념을 간직한 채 같은 길을 함께 걸어온 오랜 동지이기도 했던 수인(송윤아)과의 관계도 순호의 변절로 인해 데면데면해져가던 상황이다. 지우와의 소통 과정에서 싹튼 순호의 갈등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그의 신념을 흔들어 깨우며 다시 한 번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기회로 다가오게 한다.

우리가 알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영화 <증인>스틸 컷

영화 <증인>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극 중 지우가 순호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한다. 순호가 애초 지우에게 접근하고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했던 건 전적으로 그녀를 이용하여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밝히고,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로서 이른바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려는 야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우와의 소통이 거듭될수록 그는 순수한 그녀에게 점차 동화되기 시작한다. 이한 감독의 전작인 영화 <우아한 거짓말>과 함께 이 작품이 대중들에게 이른바 '착한 영화'로 다가오는 건 바로 이 지점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오로지 이익을 쫓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신념이나 소신마저도 손쉽게 내차버리거나 현실과 타협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영화 <증인>스틸 컷

영화 <증인>스틸 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은 따스한 극 내용만큼이나 주연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의 섬세하고 따뜻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며, 장영남, 이규형, 염혜란 등 조연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순호는 지우와 소통하면서 그녀가 앓고 있는 자폐적 성향을 장애가 아닌 특별함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쉽게 단정 짓거나 속단하는 현상, 이를테면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과 시각으로 받아들일 때 편협함에서 비롯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증인 이한 정우성 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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