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뉴질랜드 관광 상품의 하나인 스피드 보트
 뉴질랜드 관광 상품의 하나인 스피드 보트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뉴질랜드의 퀸즈타운(Queenstown)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도시다. 오늘은 퀸즈타운으로 향한다. 숙소가 있는 클라이드(Clyde)에서는 한 시간 정도 운전해야 하는 거리다. 전날 보았던 높은 산과 강(Clutha River)을 바라보며 운전한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높은 산과 큰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런 길은 자주 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강이 흐르는 계곡 사이를 30여 분 운전했을까. 높은 산이 조금 뒤로 물러난 곳에 포도밭이 펼쳐진다. 포도주 시음장도 많이 보인다. 시음장에는 관광버스도 주차해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 같다. 뉴질랜드산 포도주가 좋다는 것을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시음장 한 곳에 들어가 보았다. 많은 포도주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포도주와 곁들여 먹는 여러 종류의 치즈, 포도주잔 그리고 뉴질랜드 기념품까지 전시해 놓고 관광객을 부른다. 많은 종류의 와인을 잠시 둘러본다. 그러나 내가 즐겨 마시는 적당한 가격의 포도주는 보이지 않는다. 고급 포도주만 전시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만 쇼핑을 끝내고 다시 길을 떠난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퀸즈타운(Queenstown)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퀸즈타운(Queenstown)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퀸즈타운 도시에 들어선다. 길이가 무려 80km나 된다는 바다와 다름없는 와카티푸(Wakatipu)호수가 펼쳐져 있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시내 중심가는 자동차와 사람으로 넘쳐난다. 무료 주차장에서는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관광객으로 붐비는 광장에 들어선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광장에서는 주말 시장이 열리고 있다. 호수 주변에 좌판이 줄지어 있다. 천천히 둘러본다. 뉴질랜드 특산품을 비롯해 귀걸이 같은 장식품도 팔고 있다. 좌판 하나 차려놓은 한국 사람을 만났다. 그림을 전시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호수에는 관광객을 태운 보트가 빠르게 질주한다. 각종 물놀이 기구도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바쁠 것 없이 주위를 즐기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한국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호숫가 모래사장에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피아노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숫가 앞에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한다. 주위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 청년이 바퀴가 달린 피아노를 끌고 와서 카페 건너편 거리에 세운다. 능숙한 몸놀림으로 뚜껑을 열고 피아노를 고정하더니 연주를 시작한다.

떨어져 있어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 즐기는 악사의 뒷모습이 시선을 즐겁게 한다. 기타나 바이올린 등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는 많이 보았다. 그러나 피아노를 갖고 다니는 악사는 처음 본다.
    
주말 시장이 열리고 있는 호수 건너편에는 퀸즈타운 공원(Queenstown Gardens)이 있다. 꽃과 정원을 좋아하는 아내 때문에 지나칠 수 없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꽃들을 사진에 담는다. 침엽수가 울창한 산책길도 걷는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잠시 구경하기도 한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즐거운 모습으로 산책하는 수많은 사람을 본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시내 한복판을 빠져나와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 번지점프 하는 곳을 찾아 나섰다. 외곽으로 들어서면서 고풍이 물씬 풍기는 다리를 만났다. 다리를 건너 주차했다. 깊은 계곡을 흐르는 강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다리가 시선을 유혹한다. 안내판을 보니 1919년에 완공한 다리라고 한다. 다리에 얽힌 간호사의 사연도 적혀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상류에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다리에 가본다. 다리 아래 깊은 계곡에는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번지점프 하는 장소다. 그러나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점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1919년에 완공한 멋진 다리가 멀리 보인다
 1919년에 완공한 멋진 다리가 멀리 보인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다리를 걸어본다. 다리 중간쯤에 점프하는 사람이 뛰어 내리는 발판과 로프가 있다. 발판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 보니 물줄기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 꽤 높은 곳이다. 보기만 해도 서늘하다. 이러한 높이에서 밧줄 하나에 목숨 걸고 뛰어내리는 사람들, 존경스럽다. 스릴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서는 엄청난 엔도르핀이 발산할 것이다. 나도 뛰어내릴 수 있을까? 자문해 본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빠른 속도로 물살을 헤치며 달리는 보트가 보인다. 보트는 좁은 협곡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승객의 고함을 유도한다. 또 다른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을 구경한다.
 
번지점프로 유명한 다리. 높이가 꽤 높다.
 번지점프로 유명한 다리. 높이가 꽤 높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영국 여왕도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물론 여왕이 번지 점프를 하거나 보트를 타고 환호성을 질렀다는 기록은 없다. 사람에 둘러싸여 일생을 지낸 여왕이다. 경치 좋은 이곳에서도 사람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지나쳤을 것이다. 관광객처럼 산책도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는 자신만의 시간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뉴질랜드, #남섬, #QUEENSTOWN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