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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지, 교대 일 힘들지?"

딸이 종종 격려합니다. 딸 바보 아빠에겐 큰 위안입니다. 딸은 지난 해 휴학했습니다. 학과 특성 상 공부 보충이 필요하단 이유입니다. 친구의 서울 원룸에 더부살이 중입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와 학원 수강을 병행하며 한창 세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 체험들이 훗날 삶의 보약이 될 것입니다.

"없는 부모 만나 고생이다."

이는 옛말입니다. '삶'은 물질 유무에 따라 갈리는 게 아닙니다. 삶은 참다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또 몸으로 직접 행하는 실천궁행(實踐躬行)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날의 고생은 피와 살이요, 온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경전입니다. 겨울을 뚫고 피어난 꽃향기가 그윽한 것처럼, 고생 경험이 궁극적으로 인격 완성을 도울 것입니다.

딸을 얕잡아 보며 텃세부린 고양이, 어찌됐을까?
 
집에 뒤늦게 합류한 딸에게 텃세부린 고양이랍니다.
 집에 뒤늦게 합류한 딸에게 텃세부린 고양이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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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할까?"

집에 온 딸, 밥 먹는 아빠 옆에서 재잘재잘 애교를 부립니다. 평소 같으면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시원하게 찬물 한 바가지 끼얹었을 겁니다. "시끄럽다"고. 그럼, 딸은 뾰루퉁해 "다른 집은 딸이 옆에서 말 걸어주는 것도 감지덕진데, 아빠는 왜 그래. 대체 뭘 믿고 그래. 우리 집은 바꼈다니깐!" 했겠지요.

이번엔 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지라. 얼굴 못 본 공백을 메울 소통이 필요하니까. 하여, 소통 방법을 달리합니다. "우리 딸에게 무슨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꼬?"라고 맞장구쳤더니, 기가 완전 삽니다.

"친구가 집에 고양이를 키워. 근데 고양이가 나를 얕잡아 보는 거야. 내가 그 집에 뒤에 합류했잖아. 고양이도 텃세를 부리더라고."
"그래? 거 참 재밌네."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한번은 참치 통조림을 혼자 먹는데 고양이가 옆에서 달라고 귀찮게 하잖아. 고양이를 탁 밀쳤더니, 어쩐지 알아?"
"뭐야. 이야기라더니 수수께끼야?"


"다른 때 같으면 바로 반발했을 텐데, 웬일인지 얌전히 있더라고. 그게 얼마나 재밌던지. 더럽고 아니꼬와도 맛있는 참치를 먹기 위해서라면 이런 수모쯤은 견딜 수 있다 하는 폼이더라니까."
"삶의 제1 법칙.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
"고양이가 기다리든 말든 무시하고 모른 척, 그냥 혼자 참치를 다 먹었어. 그랬더니 고양이 반응이 어땠을까?"
"…"


기습적인 질문. 사람이 어찌 고양이 마음까지 읽을꼬. 그러나 모든 생명은 하나로 통하는 게 있습지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할 뿐.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설령 고양이일지라도...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설령 고양이일지라도...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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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꼬?"

딸, 대답 대신 피식피식 웃습니다. 웃음 속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는 '그렇게 고양이를 알게 됐다!'는 반성과 친해졌다는 뜻도 포함되었습니다. 

"(하나도 안 남기고 혼자 다 먹었더니) 고양이가 치사하다는 듯 발로 할퀴고 가더라."

아뿔싸! 탄식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애비인 저는, 지금껏 딸에게 '상생'교육을 못한 겁니다. 뒤늦게 집에 합류한 인간이 참치를 나눠 주길 학수고대 했을 고양이를 떠올렸습니다. 뒤늦게 헛탕이었음을 '알아차린' 고양이에게 딸 대신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던졌습니다.

"모든 생명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살이. 많은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수입니다. 다행인 건 뒤늦게 고양이와 친해졌답니다. 우주에서 제일 예쁜 우리 공주님.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텃세, #고양이, #딸, #나눔,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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