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보사 논란'이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될 수도 있다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보사 허가 당시 주성분 중 하나가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제출한 자료가 허위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어쩌면 인보사 문제는 2005년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노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황우석 사태보다 심각할지 모른다. 황우석 사태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 논문의 조작에서 끝났지만 인보사는 연구 단계를 넘어 식약처가 판매 허가 승인을 하고 환자들이 실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국내 3707명, 미국 100여 명 정도다.

그리고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을 고발하고, 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 기관이 우리나라 식약처지만 이런 부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혀냈다. 연골세포로 둔갑한 신장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위험성도 있다.

식약처가 4월 초부터 자체 시험검사, 코오롱 현지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코오롱을 고발했지만, 식약처의 책임과 의무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관련한 정부 기관의 의약품 인허가, 관리, 검증 시스템을 지적하는 전문가, 시민단체들이 많다. 의약품을 거짓과 은폐로 판매까지 한 코오롱의 범죄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무겁지만, 그렇다고 식약처가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남은 과제를 깊이 고민하고, 변화한 시대 환경에 맞는 의약품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인보사 허가 취소 후 남은 과제

먼저 식약처가 책임져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인보사 논란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인보사 허가를 낸 박근혜 정부 당시 식약처의 의혹이 함께 제기됐었다. 인보사 개발에 지원된 100억 원 가량의 R&D(연구개발) 자금과 의약품 허가 심의 기구의 심사위원 교체 등 투명하지 않은 사전 절차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당시 식약처장의 내부 조직에 대한 부당한 지시는 없었는지, 코오롱이 받은 지원금의 심사 절차는 어떠했는지, 인보사 시판 허가를 논의한 중앙약제심의위원회의 전문가 위원 교체는 어떤 경위에 의해 이뤄졌는지 등은 핵심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 코오롱이 받은 인보사 R&D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 물론 규정에 근거해야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27조에는 지원된 사업비 환수기준이 명시되어있다.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해 중앙행정기관이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중단되거나 실패한 과제로 결정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 등 규정에 따라 환수해야 한다.

세 번째 식약처의 의약품 검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정부가 203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을 약속한 분야인 만큼 앞으로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판매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기존 의약품과 차원이 다른 유전자 치료제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력 확충과 전문성 확보가 요구된다. 미국 FDA가 인보사에 관한 거짓을 밝혀낸 이번 사례가 정부 기관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행정절차와 관리·감독체계가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 번째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에 대한 보상과 철저한 사후 관리다. 식약처는 전체 환자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 간의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부족하다. 민간 기업의 조작으로 정부 기관의 허술한 행정 행위로 환자들이 잘못된 약을 사용했다. 공동의 책임이다. 앞으로 진행될 추가적인 조사, 감사 결과에 근거하여 식약처와 코오롱은 환자들에게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8일 논평에서 "피해 환자들이 법정소송을 하지 않고도 경제적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정부와 코오롱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고민해야 한다.

식약처가 인보사에 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한 후 식약처의 반성과 사과가 없다는 것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코오롱 고발 결정, 조사·검증 절차, 환자안전 대책, 제도 개선을 담은 내용만 건조하게 전달했을 뿐 환자와 국민을 향한 감정 전달은 찾을 수 없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고, 소비자·시민단체는 식약처를 형사고발했다. 식약처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어떤지, 정부 기관으로서 식약처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