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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거리의 녹색당 선거 포스터.
 독일 거리의 녹색당 선거 포스터.
ⓒ 클레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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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간(5월 23일~26일)에 걸쳐, 유럽연합 28개국 회원국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치뤄졌다. 이는 총 751석에 달하는 유럽의회에 보낼 자국의 의원들을 직접 선출하는 국민투표였다.

영국 BBC방송 및 미국 <뉴욕타임스> 등 대다수 서구언론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1994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인 50%를 넘기는 가운데, 유럽의회에 관한 현지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5월 27일자 <뉴욕타임스>의 유럽의회선거(European Parliament Elections: 5 Biggest Takeaways)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는 양극화(polarization)와 파편화(fragmentation)라는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며, 유럽의회의 점차적인 양분화현상을 분석했다.

이 현상의 구체적인 사례로 정통 중도좌파와 우파당들의 입지는 줄었으나, (독일과 프랑스) 녹색당의 승리와 함께 군소정당의 성장을 지적했다. 또한 우익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이태리,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활동하는 극우당은 5년 전 선거의 20%에서 25%로 의석을 늘리며 선전한 결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양극화로 인해 유럽연합의 미래는 더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의회에서 96석을 차지하는 독일의 경우, 녹색당이 많은 표를 얻으며 제 2당이 되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는 지난 2014년 선거의 약 두 배로 20% 이상의 표를 기록한 것이다.

독일의 녹색당은 1983년 독일 의회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급진적인 환경주의와 우드스탁 참여로 기존 정치시스템에 충격을 주었으나, 한동안 정치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다. 그후, 36년이 지난 지금, 몰라볼 정도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독일 시민의 48%는 환경이슈가 어느 당에게 표를 줄지 제일 중요한 관건이라고 하는데, 이는 2014년에 비해 28%나 증가한 수치다. 그만큼 독일인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애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녹색당의 급상승한 인기는 처음 투표를 한 젊은 투표자의 36%(통계자료 infratest dimap)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4년 선거와 비교하면,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교민주연합/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 (CDU/CSU)은 7%p 하락하며 선거사상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이 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SPD)도 단지 15.6%의 표를 얻으며, 11%p나 하락하며 2위를 녹색당에게 빼앗기는 모욕을 기록했다. 과거엔 40%까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겨우 15%의 표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패배를 경험했다. 이 결과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이런 사민당이 연정에서 빠지지 않을까 하며 정세를 관측하기도 했다.
 
유럽의회 선거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독일공영방송 ZDF 보도 화면
 유럽의회 선거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독일공영방송 ZDF 보도 화면
ⓒ Z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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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도좌파 사민당의 선거패배는 외관으로는 진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서민계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녹색당으로 탈당하게 만들었다는 논평이 많다. 그 한 예로, 독일의 언론사 도이체벨레와 인터뷰(2018년 12월 10일자)에서, 브뤼셀에 기반한 싱크탱크, 라스무스 글로벌 컨설팅(Rasmussen Global)의 올라프 뵌케 (Olaf Boehnke) 상임고문은 "녹색당과 '독일을위한 대안(AFD)' 정당의 큰 인기는 그간 독일을 이끌었던 정통 여당에 대한 실망에서 얻은 어부지리일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메르켈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잃었다. 사회노동자당의 후신인 정당이 이젠 오히려 기업의 이해에 더 충실하다. 이런 변질은 스스로 공표한 '사회정의'라는 철학에 맞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한, 도이체벨레는 '녹색당의 놀라운 성공'(Surprising Success of Germany's Green party)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녹색당이 현 여당의 신뢰추락으로 큰 득을 봤으나,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정당'으로 방향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베를린 소재 자유대학 정치과의 게로 노이게바우어(Gero Neugebauer) 교수는 "우리는 더 이상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정당(catch-all parties)'을 논하지 않는다.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라며 점차 양극화되어가는 현 독일 정치 상황을 지적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가 이미 퇴임을 선언했지만 이번 선거의 참패로 그의 후계자인 크램 크랜바우어 (Kramp-Karrenbauer)로의 권력이양이 좀 더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했다. 

독일도 환경 관련 개선할 문제가 많다. 2018년 프라운호퍼 인스티튜트(Fraunhofer Institute) 조사에 의하면, 독일은 40%의 전기를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고 있지만, 아직도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자동차 제조회사 폭스바겐사의 "디젤 스캔들"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차 배기가스량은 1990년대 이후 큰 변화도 없었기에,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조약에서 약속한 '2020년 배기가스 목표'에 달하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 독일은 유럽연합에 환경오염 문제로 고소를 당한 케이스도 존재한다.  

참고로, 녹색당은 정당의 공식 웹사이트에서(2019년 1월 1일 기준), 7만 5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장 중점을 두는 환경 문제 이외에도, 여성,난민, 이민자, 성소수자의 인권과 평등 문제, 최저임금 및 청년실업, 무상교육및 독립언론 진흥, 소셜미디어에서의 혐오표현 처벌법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주제에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https://www.unicum.de/de/aktuelles/news/die-gruenen-wahlprogramm-2019?fbclid=IwAR2nf8OE7iuqeMi0myzyymyzQgorPFT79FS39lafAFL6p5cB4eN6r6lFjbI)

기후변화의 위기가 현실로 체감되는 비상 상황에서 녹색당이 급성장한 것은 독일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시민사회의 깊은 고민과 독일의 정부가 환경보호정책에 더 큰 노력을 하라는 독일인들의 질책일 것이다. 81%의 국민들이 정부의 환경정책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5월 24일자 도이체벨레의 여론조사 발표는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태그:#독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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