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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네이버를 공동창업한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쏘카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택시면허 매입 얘기가 여론의 호응을 얻자 이 대표가 한 발 뺀다며 그를 저격한 것이다. 

"서민은 돈을 1억 원이나 모으고, 그 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고, 면허 취득 기준에 맞는 무사고 이력을 쌓아야 하고, 우버 같은 외국계나 대기업은 아무런 면허권 취득도 안하고 투자도 안 하고 자가용 운전자나 모으고 카니발이나 사고 아무나 써서 운행을 하면서 수입을 올려도 된단 말입니까? (중략) 4차 산업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되죠."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김 대표는 최근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대표와 함께 '택시면허 매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택시업계와 IT업계와의 갈등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며,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공유차량 논란에서 시작된 '공유경제' 논쟁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소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담론은 끊임없이 회자됐으며, 그로 인한 장밋빛 미래와 암울한 미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혹자들은 4차 산업혁명만 하면 모든 사람의 먹거리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비관한다. 혹자는 대기업의 투자를 촉구하지만, 다른 이들은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똑같은 4차 산업혁명을 가지고 전혀 다른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컴퓨터나 인터넷의 발명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나, 더 이상의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독이 될지 해가 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불확실함이 단순히 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인류는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냉전이 끝나고 자본주의에서 영원한 번영을 누릴 줄 알았지만 온갖 사회적 문제가 쏟아지고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 환경오염, 기후 변화, 고령화 등. 과학과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 눈앞에 닥친 범인류적 위기에 무력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책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는 '사회 혁신'을 제안한다.

사회 혁신의 정의와 특성

 
 도서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도서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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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회적 난제의 해법으로서의 사회 혁신. 말은 선명해보이지만 개념은 애매모호하다. 저자 스스로도 정의하기 어렵다고 밝힌다. 담아야 할 내용도 많고, 모두 합의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사회 혁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총칭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사회혁신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 등에 따라 정의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2012년부터 진행된 유럽의 6개 연구 기관의 공동 연구를 근거로 사회 혁신을 정의한다. 그들이 2012년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렸던 정의와 3년 뒤의 정의가 미묘하게 변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회 혁신의 특성도 지적한다.
 
사회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고 새롭거나 발전된 역량과 관계 그리고 동시에 자산과 자원의 더 나은 쓰임새를 끌어내는 새로운(기존의 해범보다 더 효과적인) 해법(제품, 서비스, 모델, 시장, 과정 등)이다. - 40p

사회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이다. 수단과 목적이 모두 사회적이어야 한다. 수혜자를 참여시키고 조직하며, 그들이 힘과 자원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돕는다. - 40p
 
저자는 우선 사회 혁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사회 혁신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힘과 자원을 새롭게 배치하고 조정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것 자체가 사회 혁신이다.

특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혜자, 사회 혁신의 주체이다.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인지하는 당사자이며, 그들이 스스로 얼마나 참여하고 조직하느냐에 따라 사회 혁신의 성패가 좌우된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깨어있는 시민이 얼마큼 조직돼 참여하느냐에 따라 사회 혁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회 혁신의 사례

저자는 이와 같은 정의와 특성을 바탕으로 사회 혁신과 관련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우선 도시재생은 사회 혁신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데 퀘벌, 영국의 그랜비 포 스트리츠, 대한민국의 독산 4동 등 기존의 쇠락한 도시들이 사회 혁신을 통해 어떻게 거주하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났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상상을 실현한 결과이다.

또한 저자는 정부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실험들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등으로, 이는 그동안 정부가 재정을 통해 끝없이 지원해야 했던 복지 분야와 일자리 창출이 사회 혁신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촘촘하게 만들어지는 지역의 돌봄 체계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이는 정부가 기존의 권위를 내려놓고 당사자인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기술의 발전 또한 사회 혁신의 주요 사례이다. 저자는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혈액을 실어나르는 무인 항공 공급 체계를 구축한 벤처기업 짚라인이나 적정기술로 값싼 의료장비를 만든 피크 등의 예를 주시한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이 기업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업계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도 그것이 혁신인 냥 하는 IT 기업가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정치 플랫폼을 이야기한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사회에서 대의민주주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데, 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참여예산과 브라질의 이-데모크라시아 등이 대표적인 예로서 이는 소위 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도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회 혁신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내가 주체적인 시민이 되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이룰 수 있는 것으로서, 급변하는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옳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 샤를로트 드 빌모(휠리즈 창업자) - 23p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30가지 사회 혁신 실험

윤찬영 (지은이), 바틀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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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