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이> 영화 포스터

▲ <더 보이> 영화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어느 날, 붉은 섬광과 함께 미국 캔자스의 작은 마을 브라이트번에 떨어진 다른 세계의 아이 '브랜든'. 아이를 간절히 원하던 카일(데이비드 덴맨 분)과 토리(엘리자베스 뱅크스 분) 부부는 브랜든을 축복으로 여기며 정성스럽게 보살핀다.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한 12살 소년으로 성장한 브랜든(잭슨 A. 던 분)은 점차 자신이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알게 된 브랜든은 숨겨져 있던 사악한 본능을 드러내며 세상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화 <더 보이>는 다른 세계에서 온 특별한 힘을 가진 소년이 사악한 존재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지구에 온 다른 세계의 아이? 소년이 가진 특별한 힘?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슈퍼맨>(1979)이다. <더 보이>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대표하는 <슈퍼맨>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시나라오 작가 듀오인 브라이언 건과 마크 건은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찾아온 다른 세계의 소년이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된다'는 <슈퍼맨>의 전개에 "그 아이가 자라서 사악한 존재가 된다면?"이란 의문을 던지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힌다.

<슈퍼맨>을 정반대로 뒤엎은 서사. 흡사 슈퍼히어로 장르에 <오멘>(1977)을 섞은 듯한 <더 보이>를 연출한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은 "나는 수많은 히어로 무비를 보며 자랐고, 당연히 초능력에 대한 환상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내 상상 속 초능력은 어두운 면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공포스러운 슈퍼히어로 무비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총괄 프로듀서 사이먼 햇은 "<더 보이>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은 영화다. 우리는 수많은 슈퍼히어로 무비를 제작해왔고, 이 영화는 우리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공포 영화다"라고 소개한다.

'슈퍼맨' 설정을 뒤집은 영화, '색'의 의미 살펴봐야 하는 이유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슈퍼히어로의 힘을 가진 소년이 사악한 존재가 된다면?"이란 질문을 <더 보이>가 처음으로 던졌던 건 아니다. 비슷한 영화로 <크로니클>(2012)을 꼽을 수 있다. 두 영화는 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짜임새에선 다른 형식을 취한다. <크로니클>은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인 '파운드 푸티지' 장르와 슈퍼히어로 장르를 합쳤다. 반면에 <더 보이>는 정통적인 공포 영화에 충실하다.

플롯과 장르로만 따진다면 <더 보이>는 새롭기보단 진부한 구석이 많다. <더 보이>는 색과 가면을 활용하여 독특함을 얻는다. <슈퍼맨>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휘감은 슈퍼맨의 복장이 성조기를 상징했다. <더 보이>에선 빨간색과 파란색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로 끊임없이 충돌한다.

카일과 토리는 주로 파란색 의상을 입으며 브랜드의 방은 파란색으로 도배돼 있다. 브랜드이 사악한 본능에 눈 뜰수록 빨간색이 늘어난다. 옷, 망토, 가면, 그림, 눈의 색깔, 핏자국 등 빨간색은 다양한 형태로 브랜든을 지배한다. 브랜든은 진실, 정의, 미국적 가치가 담긴 슈퍼맨의 반대편, 바꾸어 말하면 미국의 다른 얼굴인 셈이다.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가면은 많은 공포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던 소품이다. 영화 속 많은 살인마가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죽였다. 브랜든을 처음부터 악한 존재로 본다면 색과 가면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성이 없다. 공포 영화의 관습으로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간색과 파란색의 충돌하는 모습이 미국의 어두운 면을 은유한다고 본다면 가면의 의미는 달라진다.

영화에서 주위의 아이들은 브랜든을 괴롭히며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다. 브랜든의 외삼촌은 생일에 총을 선물한다. 이런 모습들엔 흑인, 유대인, 동성애자, 이민자 등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움직임, 트럼프 시대를 지배하는 혐오,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등 현실의 미국 풍경이 겹쳐진다.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채로 살인을 저지르는 브랜든은 마치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단'처럼 보인다. 브랜든이 상대의 눈과 입을 공격한다는 사실도 유의미하게 읽어야 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균열을 담은 공포영화

<더 보이>의 원제는 극 중 브랜든이 사는 마을 이름인 <브라이트번(Brightburn)>이다. 영화에서 브랜든은 자신의 이름 '브랜든 브라이어'의 앞의 문자를 딴 'BB'를 마크로 만들어 범죄 현장에 남긴다. 영화는 마을 'BB'와 인물 'BB'는 동일한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브랜든은 곧 마을이고 미국이기 때문이다. 브랜든이 'BB' 마크를 데칼코마니 형태로 만든 건 그가 거울상으로 존재한다는 걸 강조한 설정이다.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더 보이>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더 보이>에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건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는 <슬리더>(2006)에서 연출을, <새벽의 저주>(2004)의 각본을 맡는 등 공포 영화에서 잔뼈가 굵다. 2010년에 연출한 <슈퍼>에선 현실적인 슈퍼히어로를 다룬 바 있다. 제임스 건은 "<더 보이>는 슈퍼히어로 장르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한다.

제임스 건의 표현처럼 <더 보이>는 슈퍼히어로와 공포를 결합하며 슈퍼히어로 장르의 어두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더 보이>는 여느 소년과 다를 것이 없는 초능력을 가진 12살 외계 소년이 가차 없이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며 악행을 저지르는 광경을 빌려 아메리칸 드림의 균열을 목격한다.

<더 보이>는 현실의 무서움을 담은 공포 영화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슈퍼히어로 영화다. 영화는 '깨어나는 악'인 브랜든을 통해 묻는다.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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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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