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t와 경기를 끝으로 김기태 KIA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김 전 감독은 시즌 144경기 중 정확히 100경기를 남겨둔 채 13승 1무 30패, 승률 302로 리그 최하위의 성적을 남기고 씁쓸히 퇴장했다. 이대진 코치 역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난 21일 사퇴했다.

김 전 감독이 사퇴하자 KIA는 박흥식 퓨처스리그 감독을 급히 불러들여 17일 한화전부터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박 감독대행은 17일 김민호 야수 총괄코치가 수석코치, 서재응 불펜코치를 투수코치로 변경하는 등 코치진을 대폭 변화시키며 새판 짜기에 나섰다.
  
경기 승리한 박흥식 감독대행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에서 승리한 기아 박흥식 감독대행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경기 승리한 박흥식 감독대행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에서 승리한 기아 박흥식 감독대행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대행 체제는 코치진 변경으로 인한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그리고 베테랑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내어 10일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팀 전력을 바꿔놓았다. 이로 인해 무너진 중심타선은 살아났으며 선발,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농락당하던 마운드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KIA는 베테랑과 신인들이 조화를 이루고 투타 모두 급격한 상승력을 보여주면서 박 대행 체제 이후 9경기에서 8승 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놓았다. 박흥식 대행이 도대체 어떤 마술봉을 휘둘렀기에 KIA가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살아난 선발, 젊은 불펜진 '백발백중'

박흥식 대행 체제 이후 9경기에서 KIA는 팀 평균자책점이 2.89로 대폭 떨어졌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에이스 양현종이 되살아났다. 여기에 존재감이 미미해 퇴출 위기에 놓였던 선발 제이콥 터너와 윌랜드도 구위를 회복하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16일 이전까지 1승 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이어지자 혹사 논란이 불거졌고, 이로인해 양현종의 심적 부담 또한 더욱 더 커졌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예전 구위는 되살아났다.

양현종은 박 감독대행 이후 두 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19일 한화, 25일 kt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갔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 중인 양현종이 든든한 선발을 지켜내면서 팀 마운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터너와 윌랜드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제이콥 터너는 김기태 감독 당시 10경기에서 1승 5패로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박 감독대행 이후 17일 한화, 23일 롯데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시즌 3승을 올렸다. 터너는 두 경기에서 각각 2점, 1점만 내주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퇴출 논란을 불식시켰다.  

김 전 감독 시절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3승을 올렸던 윌랜드는 지난 26일 kt와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팀 7연승을 이끌었다.

선발진이 안정되자 불펜진도 살아났다. KIA는 무엇보다 젊은 불펜진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팀 연승을 이끌고 있다. 최근 9경기에서 문경찬이 1승 2세이브로 뒷문을 책임지고 고영창이 2홀드 1세이브, 박준표와 전상현도 각각 2홀드로 마운드에 힘을 보태며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베테랑+젊은 공격진, 막강 화력 뽐내

KIA 마운드가 안정된 배경에는 되살아난 타선이 있었다. 타자들이 경기 초반 점수를 뽑아낸 덕택에 투수들은 한층 여유롭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KIA는 박흥식 대행 이후 9경기 중 8경기에서 선취점을 올리며 선발 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KIA가 9경기 동안 얻어낸 점수는 60점으로 평균 6.6점이다. 이 중 10점 이상 얻어낸 경기는 세 차례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타격이 살아난 배경에는 베테랑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시즌 초반 끝없는 부진에 빠졌던 최형우는 박 대행 이후 9경기에서 타율 0.400,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김선빈도 9경기 중 7경기에 뛰며 타율 0.471, 3타점, 안치홍은 9경기 타율 0.368, 10타점으로 타선의 중심을 받쳐주고 있다.

KIA는 특히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이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원준은 지난 24일 kt전에서 5타수 5안타를 터뜨렸으며 26일 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로 펄펄 날았다. 박찬호도 지난 19일 대전전 5타수 4안타, 26일 kt전 6타수 3안타 등 최근 9경기에서 15안타를 때려냈다. 규정타석에 진입한 박찬호는 현재 타격 6위로 KIA 타자로는 올 시즌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

KIA가 최근 막강한 화력을 뽐내는 배경에는 '기동력', 이른바 뛰는 야구가 있었다. 박 대행 이후  KIA는 9경기 12개로 10개 팀 중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KIA의 올 시즌 팀 도루가 34개임을 감안하면 박흥식 감독대행이 얼마나 기동력 있는 야구를 강조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KIA의 발 빠른 야구는 다른 팀의 내야진을 급격히 흔들어 놓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6일 kt전 17-5 대승도 1회 말 2개의 도루 덕택이 컸다. 박 감독대행의 기동력 야구는 '진루→도루→안타→득점'이라는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 그대로 들어맞으면서 효율성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된 팀 분위기, 중위권 도약 발판 마련

10위로 최하위에 머물던 KIA는 연승을 하면서 이제 8위 kt와는 승차 없이 9위다. 공동 6위인 삼성·한화와 승차는 불과 2경기다. KIA는 27일 현재 53경기를 치러 21승 1무 31패로, 5할 승률을 달성하려면 아직 10승을 더 채워야 한다. 당장은 힘들지만 현재 추세로라면 시즌 초반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이번 주 한화, 키움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이어간다면 중위권 도약도 노려볼 수 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 속에 기동력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KIA가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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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박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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