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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IT 지면을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대한 보도들이 가득채우고 있다. 국내 수출시장이 D램 가격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육성 계획은 불경기를 타파할 대비책으로 여겨지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중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를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더불어 정부의 비메모리 분야 육성 정책은 비메모리를 육성하자는 기조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관련 반도체 장비 및 소재공급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반도체 경기가 숨통을 트고 있다.

 비메모리란?
 

비메모리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구성 성분들 간의 공통 특성에 의해 규정되어진 단어가 아닌 단순히 메모리가 아닌 것들을 모아놓은 여집합의 개념이다. 따라서 비메모리 분야에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품목들이 존재하며 그 각각의 품목 시장 또한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점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출처 : https://m.sedaily.com/NewsVIew/1S5UXSTHBJ
▲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비교 출처 : https://m.sedaily.com/NewsVIew/1S5UXSTHBJ
ⓒ 고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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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D램과 낸드 플래시 등의 개별 품목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타이틀을 대입하고, 다양한 품목이 존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여 비교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인과관계의 오류가 되는 셈이다. 제대로 된 각 분야별 시장 사이의 비교를 위해서는 각각의 공통 특성들로 묶인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크게 시스템 반도체, 개별 반도체, 광학 반도체, 파운드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또한 Logic IC, MICRO component, Analog IC 시장으로 나뉘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양한 구성 산업분야들의 시장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3분기 기준 3%에 미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약 80%인 것에 반하면 이상하리만치 낮은 비율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모바일, 자율주행차 시장의 확대는 곧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야기한다. 이는 곧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육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며 한국의 경기 회복을 위한 발판의 역할을 할 중요한 먹거리 산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3%에 미치는 시장 점유율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보다 정확한 시장 상황 파악과 더불어 방향성 있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반도체 대한민국은?

Logic 반도체의 경우 스마트폰 AP, 통신칩(BP), 디스플레이의 화소를 조절하는 DDI 등의 품목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AP 시장의 경우 2년 연속 글로벌 출하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각 기업들의 생산 능력,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Digital Times는 보도 했다.

 
출처 :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19/02/25/0025
▲ 모바일 AP 시장점유율 출처 :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19/02/25/0025
ⓒ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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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19/01/214/
▲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출처 :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19/01/214/
ⓒ 이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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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침체 속에서도 퀄컴은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중저가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만의 미디어텍 점유율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10% 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약 20%나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퀄컴의 영향력 때문이다.

퀄컴과 스마트폰 AP시장에는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다. 퀄컴은 시장 내의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통신칩과 AP를 묶어 판매하거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로부터 과도한 특허료를 받는 등의 관계(NO License, No Chip)가 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법원은 퀄컴이 불법적으로 시장 경쟁을 억압하고,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챙겼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퀄컴이 스마트폰 AP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모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다. 미 연방법원은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전면 재협상하고, 경쟁사들에 공정한 가격으로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이는 곧 스마트폰 AP 시장의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10% 대의 점유율에 머물던 삼성전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함과 동시에 시장을 새로 선도할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칩(BP)의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모뎀칩이 있다. 모뎀칩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반도체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이 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하지만 통신칩의 경우에도 AP시장과 마찬가지로 퀄컴의 영향력이 강하다. 현재 약 35% 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퀄컴은 미국식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CDMA(코드 분할 다중 접속)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한때 국내 CDMA 시장의 100% 가까이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독점적인 기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자체 모뎀칩 개발로 탈 퀄컴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퀄컴과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퀄컴의 영향력이 상승세를 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약 8%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삼성전자만의 자체적인 모뎀칩은 삼성의 스마트폰에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점유율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반도체 중 디스플레이의 화소를 조절하는 DDI(Display Driver IC) 시장은 눈여겨봐야할 분야이다. 삼성전자 LSI 사업부의 매출에 있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 품목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물론 기술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레드오션이기도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운영하는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흔들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LG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면서 국내 최대 팹리스 기업인 실리콘 웍스가 정부의 주도하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맡기게 되면서 DDI 분야에서 상생협력을 하게 되었다. 삼성전자 LSI사업부와 실리콘웍스는 경쟁관계이기에 앞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생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MICRO 컴포넌트 분야의 경우 CPU를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을 수 있다. 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거의 모든 점유율을 차지한다. 현재는 인텔이 미세공정에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내보이지 못하는 점과 공급부족의 문제로 AMD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관심있게 보아야할 부분은 서버용 CPU 시장이다. 서버용 CPU의 재고부족으로 성장이 한풀 꺾였던 데이터센터 시장에 지난 2월 구글이 15조원을 투자하면서 반도체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인텔에서도 보안 문제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캐스케이드레이크'를 출시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증설은 서버용 D램의 수요로 직결되기 때문에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청신호가 되는 좋은 소식이다.

  
출처 : 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89046619212528&mediaCodeNo=257
▲ CMOS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출처 : 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89046619212528&mediaCodeNo=257
ⓒ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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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센서로 대표되는 광학반도체 분야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과거 소니의 독점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던 CMOS 이미지 센서 시장은 현재 삼성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CMOS 이미지 센서는 렌즈가 받아들인 광학 영상을 감지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반도체이다.

스마트폰의 화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요가 높을 뿐더러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렌즈의 수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이 약화되고 있는 형국이지만 자율주행차의 발전으로 이미지센서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점유율 또한 초미세공정을 기반으로 한 파운드리를 보유한 삼성이 기술력을 앞세워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그 밖에도 앞서 말한 파운드리 시장 또한 투자가치가 충분한 분야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성능의 CPU 등을 생산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기업은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앞세울 만큼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재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와 양대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AMD, IBM, 엔디비아 등의 팹리스 업체의 수주를 따내는 것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주된 요소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IBM의 서버용 7나노 공정 CPU의 위탁 생산을 맡아 관련 사업 분야에서 신뢰도를 쌓고 있는 중이다. 엔비디아의 경우에도 7나노 GPU 생산을 두고 삼성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삼성반도체이야기
▲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출처 : 삼성반도체이야기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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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지난 14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를 개최하여 3나노 GAE(Gate-All-Around Early)의 공정설계키트를 팹리스 고객사에게 배포하고 SAFE™-Cloud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영향력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반면에 TSMC는 지난 1월, 1만 장 이상의 웨이퍼가 오염되면서 16/12 nm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GPU, ARM의 서버 프로세서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약 5.5억 달러의 손해를 보는 곤혹을 겪었다. 해당 라인은 지난해 8월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하루 동안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TSMC는 7나노 공정에서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사로부터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하여

 현재 대한민국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3%밖에 안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AP, DDI, CMOS 이미지센서, 파운드리 등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것이 비메모리라는 단어에 매몰된 잘못된 시선을 가지면 안되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는 정확한 시장 상황파악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진 투자를 목표로 해야한다.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개요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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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이에 맞춰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금을 통한 직접적인 방법과 제도적인 방법을 통한 간접적인 방면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해나가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찬사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오랜 시간 투자와 개발을 통해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AP, DDI, 이미지 센서, 파운드리 등의 분야는 기업의 장기적인 목표가 결실을 맺어가는 단계이다.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만으로 정부주도 육성정책이라 한다면 열매가 맺히려할 때 한 방울의 물을 주고 내가 키운 열매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수있다.

또한 CPU와 같은 시장처럼 해외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 있는 분야로 만들겠다는 것도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계획으로 보인다. 이곳에 쓰이는 지원금이 또다른 국가적인 먹거리 사업으로의 지원을 끊는 일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부의 주도하에 반도체 산업을 국가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반도체 장비, 재료 등의 후방사업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구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그:#비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투자, #비메모리,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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