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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표지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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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겪는 이 증상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감정은 사람의 상태를 말한다. 몸이 외적인 건강을 보여준다면 감정은 내적인 건강을 의미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듯이 슬프면 울어주고 답답하면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적인 아픔을 풀어주어야 한다.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감정을 알지 못하는 건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행동이다.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는 솔직한 자신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을 다룬 에세이집이다. 우리는 특별한 사건 혹은 특별한 상황에서 겪는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자체는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생각을 지니거나 어떤 감정을 품게 되면 이를 놓치거나 잊어버리려 든다. 이 책의 작가인 조연주 작가 역시 그랬다.

독서 모임에서 '감정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게 상처로 남았고 그 사건 이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감정일기'를 통해 진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 사이에 편치 않은 감정은 오래 묵혀둬서 좋을 게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은 참고 인내하고 무시하려는 시도 자체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작은 상처도 내버려 두면 곪고 썩어 문드러지듯 감정의 상처 역시 언젠가 잊힌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했다간 더 깊은 마음의 병만 얻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치유해주는 일은 감정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게 된다. 나 자신을 스스로 토닥여주는가 하면 상대의 작은 말 하나에도 위안을 받고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작품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작가는 어린 시절 '웃지마, 못생겼어'라는 말을 들은 후 웃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넌 웃는 얼굴이 가장 예뻐'라는 말을 해주기 전까지 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작가의 말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또 상처를 이겨내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말이 지닌 힘을 보여주는 작품 속 일화 중 하나가 미용실과 관련된 일화이다. 작가는 평소 단골인 미용실 원장과 일정이 맞지 않아 다른 미용실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엉망인 헤어스타일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다시 단골 미용실을 찾아간 작가에게 원장은 실력 문제가 아닌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사람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감정을 파악하려는 자세가 헤어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인간은 사람을 뜻하는 인(人)과 사이를 뜻하는 간(間)이 결합된 단어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존재하는 사회적인 존재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때에만 인간의 존재 가치는 성립된다. 서로가 서로를 연결시켜 주는 요소는 감정이다. 감정에는 동화의 힘이 있다. 누군가 웃을 때 함께 웃게 되고, 눈물을 흘릴 때 함께 울 수 있는 이유는 감정이 지닌 동화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때 상대도 내 감정을 이해하고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고 힘임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는 특별하지 않아서, 남들과 달라서, 드러내면 안 될 거 같아서 '사소하게' 여겨왔던 내 감정을 알아보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관계를 향해 나아가는 특별한 에세이집이다.

사소하게 여겨왔던 감정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와 감정에 관한 전문가 세 사람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책은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 이 순간 내 마음을 만나고 싶을 때

조연주 (지은이), 북스고(2019)


태그:#사소하지만내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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