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홈 6연전을 5승 1패의 호성적으로 마쳤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6일 대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리며 4-3으로 승리했다. 25일 경기에서 합계 26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10-9로 승리했던 삼성은 이날 키움이 자랑하는 '광속 마무리' 조상우를 무너트리며 공동 6위로 뛰어 올랐다(23승 29패).
 
 프로 데뷔 후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 이승현

프로 데뷔 후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 이승현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2-3으로 뒤진 9회 말 최영진과 김헌곤의 안타로 만든 2사 1, 2루 기회에서 포수 엔트리가 허리 부상 중인 강민호밖에 없음에도 박한이를 대타로 투입하는 과감한 작전으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박한이가 끝내기 안타를 때린 덕분에 9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 투수는 이틀 연속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안정된 구위를 자랑하는 우완 이승현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구단 지명받은 화순 토박이, 7년 만에 대구행

2002년에 야구부를 창단한 화순고는 김선빈(KIA타이거즈)이 활약하던 2006년 대통령 배에서 4강에 오른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구단은 아니다. 김선빈을 비롯해 홍건희(KIA), 이형범(두산 베어스), 정진기(SK 와이번스), 고영표(kt 위즈, 사회복무요원) 등 프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전국에서는 물론 전라권에서도 화순고는 변방에 가까운 팀이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16순위)로 LG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이승현은 화순고가 배출한 최초의 드래프트 상위 지명 선수였다. 물론 그 해 신인 드래프트는 박종훈(SK)과 이재학(NC), 이태양(한화 이글스) 정도를 제외하면 스타로 성장한 선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흉년'으로 꼽히는 해였다. 전면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지명된 이승현의 계약금이 고작(?) 1억 원에 불과했던 이유다.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승현은 입단 후 2년 동안 한 번도 1군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다. 대졸 신인이었던 입단 동기 신정락은 차치하더라도 2011년에 입단한 임찬규가 프로 첫 시즌부터 65경기에 등판하며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한 것과 크게 비교됐다.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승현은 상무나 경찰 야구단에도 가지 못하고 2011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이승현의 1군 데뷔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1년이 더 흐른 2015년에야 이뤄졌다. 이승현은 마무리 봉중근(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이 부진한 틈을 타 15경기에 등판해 5.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LG가 가을야구에 출전했던 2016시즌에는 시즌 첫 등판 경기였던 4월 1일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는 등 3승1패3홀드5.49로 더욱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16년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선발 투수가 류제국 1명 밖에 없었던 LG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확실한 토종 에이스의 필요성을 느꼈다. LG는 2016년 12월 FA시장에서 95억 원을 투자해 국가대표 좌완 차우찬을 영입했고 차우찬을 내준 삼성은 보상선수로 이승현을 지명했다. 화순에서 나고 자라 서울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승현이 7년 만에 대구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삼성 이적 3년 만에 잠재력 폭발시키며 삼성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

익숙한 팀을 떠나는 것을 반기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승현에게 삼성 이적은 썩 나쁘지 않았다. 임정우(사회복무요원)와 정찬헌, 임찬규 등 비슷한 또래의 우완 투수가 즐비한 LG에 비해 삼성은 해외파 장필준과 유망주티를 벗지 못한 최충연 정도를 제외하면 우완 불펜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승현은 삼성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7년 30경기에 등판해 2승 5.12를 기록하며 새 팀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25일 대구 키움전에서 무실점 구원승을 거둔 삼성 이승현

25일 대구 키움전에서 무실점 구원승을 거둔 삼성 이승현 ⓒ 삼성 라이온즈

 
하지만 팀도 본인도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년 시즌 이승현은 19경기에서 1승 1패 2홀드 7.94로 부진했다. 실제로 1군(17이닝)보다 퓨처스리그에서 던진 이닝(27.1이닝)이 더 많았을 정도. 여기에 작년 시즌을 통해 최충연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이승현의 입지는 더욱 작아졌다. 따라서 이승현이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때만 해도 올 시즌 삼성 불펜에서 이렇게 역할이 커질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있는 이승현은 27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3홀드 1.76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10개 구단 불펜 투수 중에서 30이닝 이상을 넘게 던지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LG의 루키 정우영(1.95)과 이승현뿐이다. 지금까지 필승 조에서 활약하지 못한 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다.

시즌 개막 후 25경기에서 1패 3홀드만 기록했던 이승현은 키움과의 주말 3연전에서 이틀 연속 승리를 챙기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25일 경기에서 6회 2사 후에 등판해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이승현은 7회 말 공격에서 삼성이 결승점을 뽑으면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승현은 26일 경기에서도 2-3으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9회 말에 터진 박한이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또 한 번 승리를 추가했다.

여전히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승현은 올해로 프로 입단 10년째를 맞는 중견 선수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매년 아쉬움을 남겼던 이승현은 20대의 마지막 시즌에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틀 연속 승리를 챙기며 단숨에 팀 내 다승 공동 3위가 된 이승현은 어느덧 최지광, 우규민과 함께 김한수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우완 셋업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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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이승현 보상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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