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2회, 골든글러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4회에 빛나는 톰 행크스는 1990년대 최고의 배우로 꼽힌다. 톰 행크스는 <빅>에서 13세 지능의 장난감 회사 부사장, <필라델피아>에서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 <포레스트검프>에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소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영어 교사 출신의 미 육군 중대장, <캐치미이프유캔>에서 꽃미남 사기꾼을 쫓는 FBI 요원을 연기하며 끊임없는 변신을 이어갔다.

비슷한 시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던 맥 라이언은 멜로 영화에 특화된 배우다. 그의 출세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시작으로 <프랜치 키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 라이언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 멜로 영화다. 물론 톰 행크스처럼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배우로서 특정 장르에서 강점을 보이며 인정받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80~1990년대의 맥 라이언처럼 세계적인 명성은 없지만 한국에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2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멜로 장르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인 배우가 있다. 바로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불리던 배우 김하늘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KBS의 <공항 가는 길> 이후 드라마 출연이 뜸했던 김하늘은 27일 첫 방송되는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를 통해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만난다.

영화와 드라마 넘나들며 꾸준히 히트작 만들어온 '믿고 보는 배우'
 
 김하늘은 2011년 <블라인드>를 통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김하늘은 2011년 <블라인드>를 통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 (주)NEW

 
1996년 송승헌, 소지섭 등을 배출한 청바지 브랜드의 모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딘 김하늘은 최호 감독의 영화 <바이 준>에서 여주인공 채영 역에 캐스팅되면서 공식 데뷔했다. 비록 영화는 흥행성적을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실패했지만 배우로서 김하늘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곧바로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 To Heaven >에 출연한 김하늘은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중 한 명이었던 이병헌과 애절한 멜로 연기를 선보이며 대형 신인 스타로 떠올랐다. 

< To Heaven >을 통해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를 구축한 김하늘은 이병헌, 송승헌과 함께 SBS 드라마 <해피 투게더>에 출연했다. 이어 차태현, 장혁과 함께 MBC 드라마 <햇빛 속으로>에 출연하면서 멜로 배우로의 입지를 차차 다져나갔다. 2000년에는 애틋한 사랑을 나누지만 주인공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영화 <동감>에서 <바이 준>에 함께 출연했던 유지태와 재회하기도 했다. 고수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SBS 드라마 <피아노> 역시 김하늘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작품이었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불멸의 명대사를 낳은 MBC 드라마 <로망스>를 통해 멜로배우로서 정점을 찍은 김하늘은 2003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두 주연배우 김하늘과 권상우 외에도 이제는 톱스타가 된 배우 공유와 뮤지컬 배우 김지우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엄청난 히트를 쳤다. 이후 영화에 집중한 김하늘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 <6년째 연애중>을 차례로 흥행시켰다.

2008년 드라마로 복귀한 김하늘은 김은숙 작가의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까칠한 톱스타 오승아를 연기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김하늘은 <온에어>를 통해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와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에서는 남다른 청력을 가진 시각장애인 민수아를 연기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했다(<블라인드>에는 김하늘과 함께 유승호, 박보검 같은 미래의 슈퍼스타들이 출연했다).

김하늘은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과 영화 <블라인드>에서 다소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더니, 김은숙 작가와 4년 만에 재회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는 친구(윤세아)의 남자친구(김수로)를 짝사랑하는 밝은 성격의 고등학교 윤리교사로 변신했다. 비록 <신사의 품격>은 김은숙 작가의 전·후속 작품인 <시크릿가든>이나 <상속자들>에 비하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김하늘은 <신사의 품격>을 통해 시청자들이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출산 후 선택한 첫 작품, 감우성과의 멜로 연기 호흡 기대
 
 멜로 연기에 특화된 김하늘은 27일 첫 방송되는 <바람이 분다>에서 감우성과 연기호흡을 맞춘다.

멜로 연기에 특화된 김하늘은 27일 첫 방송되는 <바람이 분다>에서 감우성과 연기호흡을 맞춘다. ⓒ <바람이 분다> 홈페이지

김하늘은 데뷔 초기 멜로 배우로 주목을 받았지만 커리어를 쌓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연기폭을 상당히 넓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호러 장르 영화 <령>과 스릴러 장르 영화 <블라인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멜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장동건, 이병헌, 송승헌, 장혁, 소지섭 등 당대 최고의 남자 스타들과 연기했던 김하늘은 김재원, 강동원, 공유, 김우빈, 박보검 등 신예 남자 스타들을 대거 발굴(?)한 배우로도 유명하다.

김하늘은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이후 2016년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다시 전공 분야인 멜로 장르로 돌아왔지만 흥행은 전국 40만 관객에 그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또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KBS2의 <공항 가는 길>도 연기에 대한 호평과는 별개로 시청률이 썩 좋지 않았다. 천만 관객을 넘긴 <신과 함께 : 죄와 벌>에서는 김하늘을 알아보는 관객조차 드물었을 정도다.

작년 5월 딸을 출산한 김하늘은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미세스 캅> 시리즈의 각본을 썼던 황주하 작가의 신작인 JTBC의 <바람이 분다>를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주말극이었던 <신사의 품격>을 제외하면 언제나 수목 드라마에만 출연했던 김하늘의 데뷔 첫 월화드라마이자 첫 종편 출연작이다. 드라마 <바람이 분다>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한 남자와 아이를 갖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6년 후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하늘은 <바람이 분다>에서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하는 결혼 5년 차 디자이너 이수진을 연기한다. <해피투게더>의 이병헌 이후 김하늘과 나이차이(8살)가 가장 많이 나는 감우성이 남편 권도훈 역으로 출연한다. 감우성과 김하늘 외에도 뮤지컬배우로 유명한 김성철과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김혜자/한지민)의 절친을 연기했던 김가은, 그리고 다양한 작품에서 감초 연기를 보여준 이준혁과 윤지혜, 박효주 등이 이 드라마에 출연한다.

김하늘은 데뷔 후 20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색깔을 가진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지만 시청자들이 김하늘에게 가장 기대하는 포인트는 역시 '멜로'에 있다. 김하늘 역시 멜로 장르에서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배우로 꼽힌다. <공항 가는 길>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김하늘이 신작 <바람이 분다>를 통해 자신의 이름에 어울리는 섬세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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