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선두 SK와의 화력 대결을 승리로 이끌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5일 통합 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트리며 10-7로 승리했다. NC는 나성범과 모창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양의지마저 선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SK를 상대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했다(30승21패).

NC는 5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현식이 2.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9회2사 후에 등판한 마무리 원종현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 세이브를 추가했다. NC는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한 타격을 펼친 가운데 부상에서 돌아온 이원재가 결승 홈런을 포함해 4안타 4타점 2득점을 작렬하며 완벽한 복귀 신고식을 펼쳤다.

고양 원더스 출신에게 너무 높았던 KBO리그 1군의 벽

1982년 KBO리그 출범 전까지 프로야구를 대신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실업 야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스타 선수들이 대거 프로에 진출하면서 긴 침체에 빠졌다. 그리고 1999년 현대 피닉스가 해체된 후 실업 야구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방출 후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버린 것이다.

따라서 2011년에 창단된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다. 비록 프로구단에 비하면 연봉 수준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현역 연장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고양 원더스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실제로 고양 원더스는 3년의 운영 기간 동안 20명이 넘는 선수를 프로에 진출시키며 독립 야구단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 중에서 프로 무대의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선수는 거의 찾을 수 없다. 2013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황목치승은 4년 동안 LG의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며 고양 원더스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가는 듯했지만 안정된 수비와 빠른 발에 비해 타격에서 약점이 뚜렷했다. 결국 황목치승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개인 사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고양 원더스 출신 중에서 야구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신성현이다. 고양 원더스에서 1년 가까이 활약하다가 2015년 한화 이글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신성현은 2016년 8홈런을 기록하며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7년 포수 보강을 노린 한화에서 최재훈과 신성현을 트레이드했고 신성현은 내야진이 강한 두산의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사실 신성현은 과거 일본 프로야구에도 지명됐던 선수다).

'디펜딩 챔피언' SK의 불펜투수 정영일 역시 2011년 잠시 고양 원더스에 몸담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영일은 KBO로부터 퓨처스리그 출전 제한 조치가 내려지며 일찍 팀을 떠났고 애초에 정영일은 진흥고 시절 한 경기 2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만큼 엄청난 유망주였다. 이 밖에 kt위즈와 NC를 거쳐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포수 김종민과 전준우(롯데 자이언츠)의 처남으로 유명한 kt의 외야수 김진곤도 풀타임 1군 선수로 정착하지 못했다.

부상 복귀전에서 4안타 폭발, 고양 원더스 출신 최고의 스타 탄생?

청원고와 호원대를 나왔지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이원재는 2011년 고양 원더스의 창단과 함께 독립 야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순수 아마추어 선수 출신이다. 2013년 초까지 고양 원더스에 몸담고 있던 이원재는 2013년 5월 김건국(롯데, 개명전 김용성), 이승재, 윤병호와 함께 육성 선수 신분으로 NC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이 중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김건국과 이원재뿐이다).

NC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곧바로 군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이원재는 2017년에야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작년 시즌에는 백업 외야수 및 대타 요원으로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304 5홈런19타점으로 출전 시간 대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NC가 작년 시즌 최하위로 떨어지며 순위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상대적으로 이원재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지난해 시즌의 활약을 바탕으로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이원재는 4월까지 26경기에서 타율 .338 5홈런15타점15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좌익수와 1루수를 오가며 활약하던 이원재는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재활 도중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복귀가 늦어졌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신예 선수에게 25일의 공백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25일 1군에 등록돼 곧바로 5번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원재는 한 달 가까운 공백이 무색한 대활약으로 NC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 SK 선발 문승원을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린 이원재는 이후 4번의 타석에서 안타 3개를 추가했다. 프로 데뷔 후 첫 4안타 경기를 만든 이원재는 .338였던 시즌 타율을 하루 만에 .371까지 대폭 끌어 올렸다. 규정타석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이원재의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115에 달한다.

작년 시즌부터 1군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해 많은 야구팬들이 이원재를 20대 초·중반의 신예 선수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 이원재는 대학교와 독립 야구, 그리고 꽤 길었던 2군 생활을 거친 31세의 중견 선수다. 비록 한 포지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탄탄한 수비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능력만큼은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고양 원더스가 배출한 진짜 스타가 고양 원더스 해체 5년 만에 드디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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