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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의 대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의 대화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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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와 정책실장의 대화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화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두 사람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도 모르고 관료들에 대한 속마음을 이야기한 것이 보도된 것이다.

(이)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
(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집권)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
(이)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
(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 걱정이에요."
(이)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


언론들은 이 대화를 해프닝처럼 보도했지만 정작 관료 사회는 싸늘하게 반응했다. 여당과 청와대가 최근의 정책 실패를 전부 공무원의 탓으로 돌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14일 국토교통부노동조합은 "공무원을 한낱 하등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묘사하는 등 여당과 청와대의 공무원에 대한 평소 인식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고 성명을 내고,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했다.

공무원들이 집단 반발하자 이번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서 조직을 다독였다. 지난 17일 김 장관은 국토부 내부망에 "최근 공직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목소리 또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의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 3년차에 접어들며 많은 분들이 우리 정부와 국토교통부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며 "국민적 요구에 성과로 화답한다면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또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고위 관료의 반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2016년 7월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2016년 7월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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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어쨌든 마무리 되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선 해프닝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비록 공무원들이 반발하자 장관이 수습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정부 관료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류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대통령 한 명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그것은 단지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기 전,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되었던 관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와 관련한 공무원 관여 의혹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공직 사회의 청렴성에 의심이 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스스로를 엘리트요, 이 사회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고위 관료들은 현 정부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민을 개, 돼지라고도 언급했던 사례도 있지 않은가. 일부 관료들에게 촛불혁명을 내세워 집권한 현 집권여당은 불편한 존재일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와 같은 관료집단의 오만함은 이번에 더 큰 사고를 일으켰다. 외교부 공무원이 국가 3급 비밀인 한미 대통령의 비공개 통화내용을 유출한 것이다.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일탈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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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외공개가 불가한 기밀로 분류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고, 유출한 사람도 그 누설을 시인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9일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5월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5월 말 방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정보가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 관료에게서 나온 것임이 밝혀진 상황이다.

언론에 의하면 그 외교관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6년 외교부에 들어온 이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지난 2017년 3월 주미대사관으로 발령 났다고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강 의원의 고등학교(대구 대건고) 후배라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 의원의 주장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정도는 (기밀) 내용이 아니라고 본다"(나경원 원내대표)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이라며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은 담당 외교관을 마치 공익을 위해 비리, 부정을 고발한 내부고발자처럼 포장했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관료는 국가 기밀을 보수야당에 넘긴 사람이다. 오죽하면 야권에서도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지금은 집권 3년 차다. 공무원들이 아직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한시적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복지부동하거나 학연, 지연, 혈연을 내세워 미래권력에 줄을 대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일벌백계하여 공무원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만약 관료사회가 깨끗하고 투명했다면 MB와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소위 사자방 사업이나 국정농단도 힘들었을 것이다. 누가 뭐라든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관료주의 사회다. 관료가 바뀌어야 사회가 변한다.

태그:#관료, #강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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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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