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VNL 터키 대표팀 선수들... 뒷줄 99번 선수가 터키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세·194cm)다.

2019 VNL 터키 대표팀 선수들... 뒷줄 99번 선수가 터키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세·194cm)다. ⓒ 국제배구연맹

 
한국 여자배구의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 획득에 '터키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터키 여자배구 대표팀은 24일 새벽(아래 한국시간)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 1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강' 세르비아를 세트 스코어 3-0(25-19, 25-23, 25-20)으로 격파했다.

두 팀 모두 1군 주전 멤버들이 출전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터키는 주 공격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세·194cm)가 20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에브라르는 2000년생에 불과한 장신 라이트 공격수다.

이어 레프트 공격수 한데 발라든(22세·189cm) 11득점, 멜리하 이스마일로을루(26세·188cm) 8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센터진도 퀴브라 아크만(25세·197cm) 8득점, 제흐라 귀네쉬(20세·196cm) 6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세터 잔수 외즈바이(23세·182cm)도 4득점을 올렸다. 리베로는 심게 아쾨즈(28세·168cm)가 나섰다.

세르비아는 주 공격수 보스코비치(22세·193cm)가 15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자였다. 이어 레프트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28세·190cm) 9득점, 부샤(25세·187cm) 1득점을 기록했다. 센터진은 벨리코비치(29세·190cm) 5득점, 미나 포포비치(25세·187cm) 5득점, 알렉시치(22세·188cm) 2득점을 올렸다. 세터는 미르코비치(25세·185cm), 리베로는 푸시치(26세·170cm)가 출전했다.

'무서운 기세' 터키... 1주차 3전 전승 '공동 1위'

터키 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2018 세계선수권 대회의 주전 멤버들이 대거 출전했다. 유일하게 주전 센터 에다 에르뎀(32세·188cm)만 1주차 대회에 제외됐다.

특히 터키 대표팀의 주전 멤버 7명(리베로 포함)은 모두 세계 최정상 클럽인 바크프방크와 에자즈바쉬 소속 선수들이다. 김연경(에자즈바쉬)의 팀 동료이거나, 터키 리그 왕좌를 놓고 혈투를 벌였던 라이벌 팀의 선수들이기도 하다.

세르비아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주도한 보스코비치-미하일로비치-부샤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그대로 출격했다. 센터 벨리코비치도 주전 멤버다. 세계선수권 주전 멤버 중 센터 라시치(29세·191cm), 세터 오그네노비치(35세·183cm), 리베로 실비야 포포비치(33세·176cm) 3명은 휴식과 재활 차원에서 VNL 대표팀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 출전한 알렉시치, 푸시치도 세계선수권에서 교체 선수로 활약한 1군 멤버다. 세터 미르코비치도 세계선수권 대회 후보 엔트리에 포함됐었다.

터키는 이번 VNL 1주차 대회에서 '무서운 기세'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주차 대회를 마친 결과, 터키는 3전 전승으로 16개 참가국 중 미국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강 세르비아에 완승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컸다. 세르비아는 현재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 팀이다. 지난해 2018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터키 강세, 한국 도쿄행 '중대 변수'... 중국, 아시아예선전 밀려올 수도
 
 2019 VNL 터키-세르비아 경기 모습 (2019.5.24)

2019 VNL 터키-세르비아 경기 모습 (2019.5.24) ⓒ 국제배구연맹

 
문제는 터키의 강세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 큰 '근심거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8월 2~5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대륙간 예선전)'에서 1위를 하면 본선 출전이 확정된다. 세계랭킹 9위인 한국 여자배구는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4팀이 풀리그를 펼친 후, 1위 팀에만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실패할 경우에는 마지막 기회가 한 번 남아 있다. 내년(2020년) 1월 초로 예상되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본선 티켓을 획득한다. 대회 장소는 태국이 유력하다. 여기에서 우승을 못하면, 여자배구의 도쿄 올림픽 출전은 완전히 무산된다.

그동안 배구계에선 세계 최정상급인 중국이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무난히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때문에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는 올림픽 개최국 일본과 중국이 출전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한국과 태국이 본선행 티켓을 놓고 '끝장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터키의 강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이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조 1위로 본선 티켓을 획득한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중국과 터키는 같은 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B조는 중국(2위), 터키(12위), 독일(15위), 체코(24위)로 구성돼 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가 포함된 F조와 함께 '죽음의 조'라고 할 수 있다.

중국-터키 대결은 세계 최고 명장들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 랑핑 중국 대표팀 감독과 구이데티 터키 대표팀 감독은 여자배구 세계 최고의 명장이다. 두 감독의 지략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터키에 패해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 출전하게 된다. 중국, 한국, 태국이 도쿄행 티켓 1장을 놓고 사투를 벌여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엄청난 차이'...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올인'해야

결국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를 격파하고,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데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내년 1월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수와 프로구단 입장에서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도쿄행 티켓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조기에 본선 진출 확정하면,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은 당연히 출전하지 않는다. 대표팀 선수와 프로구단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한결 여유가 생긴다.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는 큰 흥행 요소까지 추가된다. V리그 일정 조정 문제로 골머리가 아픈 한국배구연맹(KOVO)이나 주관 방송사 입장에서도 '초대박'이다. 또한 올림픽 세계예선전 직후 서울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선수권 대회'(8.17~25)도 배구계와 팬들이 몰려가 '축제의 장'으로 치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정반대가 된다. 곳곳에서 애로 사항이 발생한다. V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한 달 가까이 팀을 떠나야 한다.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연경도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라바리니 감독과 대표팀도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국가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KOVO도 한목소리로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적극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앞서지만, 한국 대표팀이 총력을 쏟아부을 경우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 세계예선전은 각 팀이 3경기만 치른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전력 이외의 변수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 소위 '미친 선수'의 예상밖 대활약 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내년 1월을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8월 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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