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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영상 속 화면 1.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남녀 경찰관이 취객 2명을 제압하고 있는 영상 속 모습.

2. (왼쪽부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취객과 그런 취객을 제압하는 남녀 경찰관의 모습.
▲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영상 속 화면 1.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남녀 경찰관이 취객 2명을 제압하고 있는 영상 속 모습. 2. (왼쪽부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취객과 그런 취객을 제압하는 남녀 경찰관의 모습.
ⓒ MBN뉴스 영상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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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이는 '문과를 나와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이 취업난을 풍자하며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최근에는 '여송(여성경찰관이라서 죄송)'할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다.

지난 13일 오후 10시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남성 취객 2명이 난동을 부린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여성경찰관이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체포 과정이 찍힌 50초 내외의 동영상이 온라인상으로 퍼지면서 '여경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여경 무용론'까지 나왔다. 비판 여론에 구로경찰서는 2분가량의 동영상 원본을 공개했지만, 누리꾼들은 여성경찰관이 혼자 힘으로 취객을 제압하지 못하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다며 더욱 분노했다.

영상에서 취객 A씨가 남성경찰관에게 지속적으로 욕을 하고 뺨을 때리자 남성경찰관은 곧바로 A씨를 제압한다. 취객 B씨는 수갑을 전달하려는 여성경찰관(아래 C경장)을 밀치고 남성경찰관을 잡아끈다. B씨의 저항이 심해지자 C경장은 무전으로 경찰관의 증원을 요청하고, 남성경찰관이 B씨를 제지하는 동안 무릎으로 A씨를 눌러 제압한다. 그 과정에서 C경장은 "남자 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 빨리"라고 다급히 말하며 시민(*이후 교통경찰로 밝혀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후 화면이 꺼지고 수갑을 채우느냐고 묻는 남성과 빨리 채우라는 C경장의 음성이 들린다. 영상은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C경장의 음성으로 끝이 난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여경을 '경찰조무사', '치안조무사'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경 무용론'을 내세우고, 여경의 '체력'을 문제 삼았다. 경찰 채용 체력검정에서 남녀 평가 기준이 달라 여성의 체력이 남성보다 약하다며, 여경들은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초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할 때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구로경찰서는 지난 17일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자료를 냈다. '추가로 도착한 경찰관과 함께 최종적으로 피의자들을 검거한 것으로, 여성경찰관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공무집행을 하는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할 경우 '필요시 형사, 지역경찰 등 지원요청'을 하는 현장매뉴얼에 따라 지구대 내 다른 경찰관에게 지원요청을 한 것이고, 출동 경찰관들은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경을 도와 수갑을 채웠던 교통경찰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데 여경이 (취객을) 무릎으로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고, 여경과 같이 수갑을 채웠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처럼 수갑을 채운 남성이 시민이 아니라 교통경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가 여경의 조치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경찰들이 "여경폐지 주장은 여혐몰이"라고 말하는 이유

경찰대 교수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위와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논란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표 의원은 "남성경찰관이 무술 유단자라 하더라도 혼자서 취객 한 명을 제압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영상만으로 해당 여성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를 논하거나 이를 여성경찰관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여경 무용론'에 대해서는 "세계 경찰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육체적인 물리력이 사용되는 일은 30% 미만이다. 경찰 업무의 70% 이상이 '소통'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여성경찰관의 수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들 역시 이번 사건이 '여경 무용론'으로 비화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다. 이용원 홍익지구대 경감은 MBC뉴스 인터뷰에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같은 사건에는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굉장히 많아 여경이 아니면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고, 여성 주취자도 여경이 대처를 해야 논란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직 여경들도 마찬가지로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순찰은 2인 1조다. 한 명이 치안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한 명은 무전으로 추가 지원요청을 한다", "여경 폐지 주장은 전형적인 여혐몰이다. 여성 시민들은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여성청소년과를 찾고, 일반 사무에서도 여경을 찾는 일이 많은 것은 왜 모르나", "여경이 필요한 사건은 많다. 여성 취객들을 부축하는 업무만 해도 부담을 느끼는 남성 경찰들이 많다. 물리적인 힘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비난이다".

 
MBC뉴스 <경찰청 용역보고서, 경찰 직무 분석> 경찰 478개 직무 중 '체력과 무관한 직무' 76%, 체력과 관련한 직무는 24%에 불과.
▲ MBC뉴스 <경찰청 용역보고서, 경찰 직무 분석> 경찰 478개 직무 중 "체력과 무관한 직무" 76%, 체력과 관련한 직무는 24%에 불과.
ⓒ 네이버TV-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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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입수한 경찰청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의 478개 직무를 분석한 결과 체력과 무관한 직무가 76%, 반면 체력과 관련한 직무는 24%에 불과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통계는 모든 경찰 업무가 무력을 필수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 표창원 의원은 2년 전 포항 북부경찰서 소속 최아무개 경장이 근무 중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최 경장은 31살의 나이로 일반 성인 남성보다 훨씬 더 뛰어난 체력을 가졌지만, 4~6시간 정도 취객의 난동을 진압하는 업무를 한 후 지구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사망했다.

경찰 인력 부족으로 지구대에서 해결해야 하는 업무는 상당히 과중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고, 여경의 체력 문제만 꼬집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기초 체력과 실무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 여경은 MBC뉴스 인터뷰에서 "맨손 힘보다는 적절한 상황 판단이나 아니면 무기장비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담대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말처럼, 경찰이 언제나 상대방보다 힘이 세다는 보장은 없으며 힘으로 따진다면 운동선수나 격투기 선수가 경찰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 상대방을 효과적이고 합법적으로 제압하고 체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경의 체력이 문제라며 극단적으로 여경 무용론을 주장할 게 아니라,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기충격기, 삼단봉, 테이저건 등의 장비나 장구 사용을 확대하고,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 인력을 늘리는 등 업무 환경 개선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MBC뉴스 <공공기관 여성 직원 비율> 우리나라의 경찰 중 여경 비율 11.3%, 지구대 여경 비율 7.1%로, 공공기관의 여직원 비율인 29.8%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 MBC뉴스 <공공기관 여성 직원 비율> 우리나라의 경찰 중 여경 비율 11.3%, 지구대 여경 비율 7.1%로, 공공기관의 여직원 비율인 29.8%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 네이버TV-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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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경 무용론'이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의 여경 비율은 높은가? 그렇지 않다. MBC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 중 여경 비율은 11.3%, 지구대는 7.1%로, 공공기관의 여직원 비율인 29.8%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여성·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 데이트·가정폭력, 몰카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 보호, 여성 범죄자 조사를 하는 등 여경이 필요한 사건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한 흉악·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여경 무용론'이 전혀 합당한 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정부가 2022년까지 경찰 총인원 중 여경 비율을 15%까지 늘린다는 방침은 비판 받을 사안이 아니다.  

'미스 윤' '윤양'... 여경은 언제쯤 같은 동료로 여겨질까
 

지난 2018년 OCN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2018년의 형사가 1988년의 형사와 만나 벌어지는 수사극이다. 주로 80년대를 배경으로 전개돼 그 시절 경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극 중 윤나영 순경은 경찰 업무에는 배제된 채 주로 커피 심부름에 빨래까지 도맡아 한다. 호칭은 이름도 직급도 아닌 '미스 윤' 또는 '윤 양'으로 불린다. 다방 종업원이 떠오르는 호칭이다.

여경을 대하는 현재의 모습은 어떨까. 누리꾼들은 여경을 '치안조무사'라고 비하한다.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을 보인다. '여경'을 80년대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극 중 2018년에서 80년대로 돌아간 한태주 형사는 유일하게 윤나영 순경에게 '순경'이라는 직급을 붙여 부르고 사건도 함께 해결해 간다. '여성'이 아닌 동등한 동료 '경찰'로 여긴 것이다.

경찰 선발 체력검정 기준이 남녀가 공평하지 않다는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무래도 체력검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여경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점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논란이 일고 있는 영상 속 여경의 행동이 과연 여경을 폐지해야 할 정도로, 여경을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할 수 있을까. 논란이 돼야 할 대상이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취객인지 아니면 현장 매뉴얼대로 행동한 여경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여경'이라는 단어에서 '여성 혐오'가 떠오르지 않고 '경찰관'이라는 오롯한 하나의 의미가 형성되도록, 남녀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찰 선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스스로도 성숙하고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서로를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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