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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나라)'는 누가 구할것인가 .... 생명살림의 '고수'

[리뷰] 노무현 10주기에 보는 영화 '남한산성'
19.05.23 11:0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의 포스터 영화 남한산성의 포스터 ⓒ 영화 '남한산성'

"'나루'야 연 날리러 가자! "
처참한 전쟁영화
<남한산성>의 마지막 대사이다.

2017년 10월에 나온 영화인데,
이제야 봤다.

주화파(화친을 맺자고 주장하는) 이병헌 vs 척화파(화친을 배척하는) 김윤석.
두 사람의 썰전이 백미다.  선택하기 주저하는 조선의 왕, 인조 박해일의 고뇌 또한 무게감 있게 다루어 진다. 

명분을 따라 죽을 것인가?
목숨을 잃는다 해도 명분이 산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길이 아닌가?
진정한 '삶'의 길은 무엇인가?
백성을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대부분 영화평이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봤다.

영화는 마을 사람으로 제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대장장이 '고수'를 등장시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수'의 삶을 보여줌으로서 '생명살림'의 길을 묵묵히 걷는 시민의 힘이 얼마나 고귀한지 보여주려 했던 것이 영화제작자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나루'는 누가 구할 것인가?" 
  
영화는 주화파와 척화파의 논쟁에 초점을 맞춘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루'라는 여자아이(힘없고 가장 연약한 백성)를 누가 구해낼 수 있는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주화파), 김윤석(척화파), 박해일(왕), 고수(마을사람) 중에 누가 온전히 보호하고, 키울 수 있느냐? 이 말이다. 
 
척화파 김윤석과 화친파 이병헌의 대결 영화 남한산성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영화 '남한산성'
 


영화 맨 앞부분에 김윤석은 '나루(여자 아이)'의 할아버지를 단칼에 죽인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나라'를 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아가 된 '나루'는 흘러흘러 김윤석 슬하로 들어간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할아버지의 슬하에서 자유롭게 자라나던 아이가 
김윤석의 슬하에 들면서 아이답지 않은 아이로 (유교)예법을 익히며, 자라난다.
기존 체제 질서에 순종적인 아이로 변하면서 어쩐지 어색한 '나루'의 모습이 재밌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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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벼슬아치인 김윤석은 
천민인 고수에게 찾아가 '나루'를 부탁한다. 
 
자신이 쌓아왔던 신념의 성은 완전히 무너졌으며,
새로운 길은 생전 한번도 주목하지 못했던, '고수'에게서 어렴풋이 발견했기에 그렇다. 

그의 마지막 고백은 이렇다. 

"백성을 위한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이병헌)도 나(김윤석)도 그리고
우리가 세운 이 임금(박해일)까지도 말이오.
그것이 이 성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오."

 
남한산성의 한 장면 척화파 김윤석은 '나루'를 바라보며, 국가가 취해야할 입장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그 선택으로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없음을 알며 고뇌한다. ⓒ 영화 '남한산성'
 


김윤석은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왕을 보필했고, 국가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고백은 '낡은 것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새로운 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명시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평화가 찾아온 마을과 고수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고수는 누구인가" 

'고수'는 가난한 이들과 이웃하며 살아가는 천민이다. 그에게는 정다운 이웃과 마을이 있었다. 마을은 아이들을 온전히 품는 <생명의 터>다. 이들은 가난했기에 서로 공동체를 이루며,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어 왔다. 그것은 지금도 이 땅 곳곳에 남아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 평온이 찾아온 곳에서 아이들은 연날리기를 하며 뛰어논다.
한 친구가 나루에게 와서" '나루'야 연 날리러 가자! "라고 말한다.

김윤석의 슬하에서 예법을 익히던 '나루'는
어느새 다시 자연스러운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고수가 나루에게 한 말 ...
"너무 멀리 가진 마라!" (마을을 벗어나지 마라)

'나라'의 옛말이 바로 '나루'

아이들이 연 날리며 노는 것이
'생명'이 생명답게 뛰노는 것이며, '평화'다. 

그 아이들이 온전히 자라며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마을'이다.


작가가 의도했을지 모르지만 재밌게도 '나루'는 바로 '나라'의 옛 말이다.
나루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나라를 이루었기 때문에 
나라의 어원이 된 것이다.

'나라(나루)를 구한다는 것'

 
남한산성 '나루'는 척화파 김윤석에 의해 할아버지를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되어, 남한산성으로 들어온다. 이 아이를 온전히 키워줄 이는 누구일까? ⓒ 영화 '남한산성'
 
  
결국 '나루(한 아이)'를 온전히 구한다는 것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의 일 만이 아니다라는 것이며, 
 
바로 한 아이, 한 아이를 온전히 키워갈 각 마을의 시민들의 몫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라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력이 아니고, 전쟁이 아니다.  
더군다나 마을공동체(호혜적 관계)가 깨어진 현대 사회에서 

모든 생명들이 약동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오늘도 마을의 아이들(생명)을 정성껏 만나며, 묵묵히 키워가는 '생명살림꾼들'이 있다. 새로운 가치질서(생명평화)를 따라 교육하고,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아마도 이런 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혼자는 힘이 없다. 조직되어야 한다. 혼밥, 혼술로 대표되는 홀로 살도록 강요하는 시대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좋은 뜻을 함께 하며, 구현해 갈 수 있는
정다운 이웃들과 마을을 토대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는 '생명살림'의 고수가 되길 다짐해 본다. 그게 '나라'를 구하는 길이리라. 

 

태그:#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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