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9 VNL 한국-터키 경기 모습(2019.5.21)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9 VNL 한국-터키 경기 모습(2019.5.21) ⓒ 국제배구연맹

 
졌지만 선전했다. 한국 배구 대표팀 사상 최초의 외국인 코칭스태프인 라바리니호가 국제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21일 자정인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간)에 열린 '2019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 첫 경기에서 터키에 세트 스코어 0-3(15-25, 26-28, 19-25)으로 패했다.

한국은 라이트 김희진 10득점, 레프트 표승주 8득점, 강소휘 6득점, 센터 김수지 6득점, 이주아 5득점, 정대영 3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터키는 주 공격수로 급성장한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세·194cm)가 19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었다. 에브라르는 2000년생에 불과한 장신 공격수다.

특히 2세트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고공 강타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에브라르는 2018-2019시즌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맹활약하며 바크프방크의 우승에 기여했다.

터키는 레프트 공격수도 좋은 활약을 했다. 한데 발라든(22세·189cm) 15득점, 파트마 이을드름(29세·180cm) 8득점을 기록했다. 센터진도 퀴브라 아크만(25세·197cm) 10득점, 아슬르 칼라츠(25세·185cm) 8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세터는 바크프방크 주전 세터인 잔수 외즈바이(23세·182cm)가 맡았다. 에즈기(24세·170cm)도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이날 터키 대표팀은 1군 주전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주전 센터인 에다 에르뎀(32세·188cm)만 경기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센터 적극 활용... '공격 다변화' 시도 인상적

한국 대표팀은 비록 패했지만, 경기 내용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터키 대표팀 1군을 상대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인 라바리니 사단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스피드 배구로 변신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특히 공격의 다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좌우 윙 공격뿐만 아니라, 센터진의 중앙속공과 이동공격,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을 적극 활용하라는 의지가 보였다.

다만,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를 좌우할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은 아직 매끄럽지 못했다. 이는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초기 현상'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세계 최상급의 '스피드 배구 지도자'다. 경력과 성과로 이미 검증이 끝난 감독이다. 세계 정상급인 브라질 여자배구 리그에서 소속팀 미나스를 스피드 배구로 탈바꿈시키고, 올 시즌 브라질 리그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라바리니와 함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 합류한 기술 코치, 체력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등 4명도 현재 세계 최정상급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화 멤버'들이다.

짧은 훈련, 주전 공백... 스피드 배구 완성 '시간 필요'
 
 '세르비아 현지 단체 사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세르비아 현지 단체 사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 국제배구연맹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한 기간은 고작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9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일 새벽 격전지인 세르비아로 출국했다. 훈련을 하지 않는 일요일 등을 빼면, 실제 훈련 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VNL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양효진, 박정아, 이재영, 이소영, 김해란 등이 부상 재활 때문에 승선하지 못했다. 핵심인 김연경은 3주차 미국 대회부터 합류한다.

승패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경기를 거듭하면서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얼마나 잘 적응하고, 습득해 가느냐가 핵심 관전 포인트이다.

한국 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세계 최강' 세르비아다. 세르비아는 현재 여자배구 세계랭킹 1위 팀이다. 지난해 열린 2018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세르비아의 핵심 선수는 보스코비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MVP를 수상했다. 국내 배구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에서 김연경과 함께 팀 동료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보스코보치는 이탈리아 대표팀의 에고누(21세·190cm)와 함께 세계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세르비아, 네덜란드전에 '1군 주전' 대거 출전

세르비아도 이번 VNL 1주차 대회에 대표팀 1군 주전 멤버들이 대거 출전했다. 22일 새벽 네덜란드와 첫 경기에서 라이트 보스코비치(22세·193cm), 레프트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28세·190cm), 부샤(25세·187cm)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모두 출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주도한 공격진들이다.

브란키차도 한국 배구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2012년 1월 V리그 시즌 중간에 현대건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활약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네덜란드와 첫 경기에서 보스코비치는 25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브란키차 11득점, 부샤 9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센터진은 벨리코비치(29세·190cm), 마야 사비치(26세·189cm), 미나 포포비치(25세·187cm)가 활약했다. 세터는 장신 선수인 미르코비치(25세·185cm)가 선을 보였다. 미르코비치는 폴란드 리그 강호인 헤미크 폴리체의 주전 세터다. 리베로는 세계선수권 대회 백업 리베로였던 푸시치(26세·170cm)가 출전했다.

세르비아의 기존 주전 멤버 중 센터 라시치(29세·191cm), 세터 오그네노비치(35세·183cm), 리베로 실비야 포포비치(33세·176cm) 3명은 이번 VNL 대표팀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휴식과 재활 차원에서 후보 엔트리 명단에도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 통역, 라바리니 감독 옆에 서지 못한 '해프닝'

세르비아가 VNL 초기부터 주전 멤버들이 출전한 것은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1주차가 세르비아에서 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대회이다.

특히 주전 센터인 벨리코비치는 지난 18일 2018-2019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렀다. 소속팀인 노바라가 이모코를 꺾고 팀 역사상 최초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벨리코비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마치고, 불과 3일 만에 세르비아 대표팀에 합류해 첫 경기에 출전했다.

세르비아가 한국과 경기에서도 주전 멤버를 풀가동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세계 최강과 경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에서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식 통역이 라바리니 감독 옆에 서지 못하고, 팀 닥터가 대신 통역을 했다. 이화영 통역이 국제배구연맹(FIVB)에 한국 대표팀의 매니저 겸 통역으로 등록이 돼 있기 때문이다.

FIVB는 경기 직전에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팀 매니저는 코칭스태프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통역이 라바리니 감독 옆에 설 수 있도록 FIVB에 직책 변경 신청 등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한국-세르비아의 VNL 2번째 경기는 22일 오후 11시 50분부터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BS Sports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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