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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18일 오전, '모르는 사람' 이아무개(38)씨 결혼식에 갔다. 처음 보는 '직장 동료' 넷과 함께였다. 만남 장소인 부산진역 건너편 결혼식장 아래 편의점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참석했던 경험이 없었다. 경험자에게 말을 건넸다.

"어색해서 어쩌죠?"
"편하게 해요. 친한 척도 좀 하고. 어차피 결혼식 정신 없잖아요. 우리는 신경도 안 쓸 거예요." 
  
 인생 중대사인 결혼식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삼십대는 하객이 많이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작 참석할 친구들은 없어 하객 알바가 성행한다.
 인생 중대사인 결혼식의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삼십대는 하객이 많이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작 참석할 친구들은 없어 하객 알바가 성행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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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8층에 있는 결혼식장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비로 들어서자 어르신들만 가득했다. 이삼십대로 보이는 젊은이는 우리 다섯 사람과 결혼하는 이씨가 전부였다. 어르신들께 인사하느라 정신 없던 그가 잠깐 한숨 돌릴 때를 기다렸다. 지금이다 하며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그에게 축하 인사를 하러 다가갔다. 

축의금 넣는 곳을 지나쳐 신랑에게 직행했다. 그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곤 이내 웃었다. 

"진짜 축하 드려요."
"결혼 축하 드립니다!"


우리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0.1초 정도 잡았으니 스쳤다고 해야 할까?

"어, 고마워!" 

그는 우리를 스치며 말했다. 눈은 허공에 두고 있었다.

청년들 "축의금 부담에 결혼식 안 간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식장 안쪽에서 앞 순서 결혼식을 잠깐 봤다. 식이 끝나 막 부부가 된 커플이 친구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OO아 사랑한다!" "오오~" "와~!" 40명쯤 되는 젊은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식장안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촬영이 끝나자 함께 웃고 떠들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의 결혼식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210여 명 하객 중 30명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어르신들이었다.
 그의 결혼식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210여 명 하객 중 30명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어르신들이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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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도 저랬으면...' 처음 보는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의 결혼식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210여 명 하객 중 30명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어르신들이었다. 경험 많은 '동료'에게 물었다.

"다른 곳도 이래요?"
"보통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또 금이잖아요. 결혼식에 참석할 시간도 없고 축의금도 부담되니까. 더군다나 모처럼 휴일인데 평소 못한 나들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어요?"


다른 '동료'가 말을 받았다.

"요즘은 타지에서 결혼하는 경우도 많으니 시간 없는 젊은 사람들이 안 오는 거 아닐까요?"
"그럼 어르신들은 어떻게 오죠?"
"어르신들은 버스 대절해서 오시죠 뭐."


4월 29일자 중앙일보의 <각자도생 2030 "결혼 계획 없어 남 결혼식 안 가">를 보면 20·30세대는 '시간을 빼앗기고 장소가 멀어서' '경조사비와 교통비가 부담돼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청년들 자신의 삶이 팍팍하니 남 결혼식을 갈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멀어서 시간 뺏기고 교통비도 부담"
   
다행히도 이씨의 결혼식은 짧게 끝났다. 12시에 시작했으나 주례가 없어 시간이 덜 걸렸다. 이씨 부부가 직접 결혼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랑 아버님의 덕담을 들었다. 나와 '동료'들도 웃으며 결혼식장에서 같이 사진을 남겼다. 결혼식의 절정은 신랑이 스스로 부른 축가였다. 그는 남진, 장윤정의 듀엣곡 '당신이 좋아'를 불렀다. "꿀맛 같은 그대 사랑에"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무도회장으로 변했다. 어르신들은 연신 "얼쑤!" "잘한다"를 외치며 손뼉을 쳤다.

"사진촬영 하겠습니다. 친지분들 앞으로 나와주세요!"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신랑 친지는 넷, 신부 친지는 둘이었다. 괜히 반갑고 찡했다.

"친구분들 앞으로 나와주세요!" 이제 나와 '동료'들 차례다. 이제껏 여유로웠던 신랑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고 눈꼬리는 파르르 떨렸다. 신랑의 친구들은 나와 '동료들' 5명을 포함해 총 8명뿐이었다. "자 여기 보실게요. 사랑한다 OO아 크게 외치면서 신부 안고 일어서세요! 친구들은 환호도 좀 해주시구요!" 신랑이 있는 힘껏 외쳤다. "사랑한다, OO아!" "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환호를 질렀다. 어색했던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다.

'가짜 하객'은 식권 안 받고 일당 2만5천 원

"수고하셨습니다!" 어색한 시간이 끝났다. 신랑은 몇 없는 사람들에게 연신 감사인사를 표했다. "진짜 고맙습니다! 잘 살게요." 우리 '동료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이번에는 '스쳐가지' 않았다. 그는 힘주어 악수했다. 눈도 마주쳤다. 이번에는 '동료들'이 신랑의 눈을 피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축하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으니까. 

오늘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신랑은 식권을 권하지 않았고 우리 역시 받을 생각이 없었다. 나와 '동료들'은 식장을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끼리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결혼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우리 중 하나가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다들 좋은 주말 보내시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자 우리는 그렇게 흩어졌다. 시계를 보니 오후 12시 52분이었다. 52분만에 한 커플이 부부가 됐고 내 역할은 그렇게 끝났다.

'2만5천 원 받으세요!' 다음날 카카오페이로 돈이 들어왔다. 신랑, 신부와 하객 알바를 연결해주는 하객대행 전문 플랫폼에서 하객 아르바이트 '인증 사진'을 본 후 지급한 아르바이트 비용이었다. 쉽게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좋다가도 괜히 마음이 씁쓸해졌다.

비록 모르는 이들의 결혼을 축하를 해주고 왔지만 무언가 허전한 생각이 들어 신랑에게 개인적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님! 인생 선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부를게요. 제가 다 찡했어요.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앞에 1이 사라졌다. 그러나 답장은 없었다.

'모르는' 선배는 왜 어색한 연기까지 해가며 알바로 하객을 채웠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았다. 식장에서 본 모습으로 짐작하건대 친구가 적어서는 아닐 것 같았다. 그는 사회성이 좋았다. 긴장한 가운데서도 활발했고 유머러스했으며 어르신들에게 공손했다. 나를 고용했던 하객대행 전문 플랫폼은 "신랑, 신부님들이 결혼식을 타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친구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하객 대행을 찾는다"고 말했다. 직장이 친구들 많은 지역이 아니거나 결혼식 장소가 멀면 친구들이 참석할 수 없어 하객 알바를 찾는다는 것이다. 

20·30세대, 결혼식은 많은 사람과 함께  

한국갤럽은 4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하객 범위에 대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했다. 이  결과, 20·30세대는 50·60세대보다 결혼식 하객이 많은 것을 선호했다. '결혼식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는 항목에 40대 이상의 19~26%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에 20·30대는 32~4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2030세대는 5060세대보다 결혼식에 많은 하객을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2030세대는 5060세대보다 결혼식에 많은 하객을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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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우리를 왜 불렀을까?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서였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는 답이 없었다. 취업난, 주거난, 결혼난으로 힘든 청년들은 이제 하객도 채울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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