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화요일 밤 시간대를 겨냥해 새 예능을 내놓았다. JTBC <취향존중 리얼라이프-취존생활>(이하 <취존생활>)은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요즘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에서 착안해 스타들의 취미 도전기를 다른 신규 프로그램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확산되는 등 최근 달라진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한 <취존생활>의 기획의도는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낼 만하다. 과연 이 프로그램의 실제 내용에서도 이를 반영해냈을까?

기존 관찰 예능 틀 못 벗어난 구성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 JTBC

 
<취존생활>의 방송 내용은 기존 일반적인 관찰 예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안정환-정형돈-권은비(아이즈원)-장성규 등 고정 4인의 MC와 새롭게 취미를 찾으려는 유명 스타들이 등장해 그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전문 복싱 선수로도 활동했던 스포츠 마니아 이시영은 새롭게 탁구에 도전했고 나이 60 되도록 일하느라 이렇다한 취미 한번 가져보지 못했던 이연복 쉐프는 전문 상가에 들러 이런저런 악기를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게 뭘까 깊은 고민에 빠진다. 노령의 반려견 돌보기 외엔 별다른 여가 생활이 없던 채정안, 나보다 가족을 위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취미가 뭘까 찾아보는 조재윤 등을 소개하며 방송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취미를 권유한다.

그런데 화면에 담아내는 방식은 기존 예능, 특히 채널마다 넘쳐나는 관찰 예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새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미리 촬영된 VCR 영상을 보고 스튜디오에서 고정 vs. 초대손님 사이 옥신각신하는 대화가 오가는 방식에 '취미'라는 소재 하나만 살짝 바꾼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현실에 근접한 채정안, 이연복의 취미 도전기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 JTBC

 
<취존생활> 첫 회에서 그나마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건 채정안, 이연복의 영상이었다. 일에 치여 사느라 취미 마련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상황이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쉬는 날엔 그냥 잠만 잔다거나 그냥 멍하니 시간만 보내다 휴일을 그냥 허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혹은 몇번 시도해 봤지만 바빠서, 귀찮아서 등 여러 다른 이유로 일찌감치 관두기도 한다. 이날 방송에서 채정안은 신체를 가꾸기 위한 필라테스 자격증 취득에 살짝 발을 내딛기도 하지만 이내 싫증을 낸다. 늦은 나이에 각종 바이올린, 드럼 등을 살펴 본 이연복 역시 뭐하나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에 화를 내기도 한다.

반면 이시영, 조재윤은 굴삭기 면허 취득에 나서고, 탁구 수업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너무 작위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연예계에서 이미 안정적인 입지를 굳힌 배우 조재윤이 "만약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굴삭기 면허 취득에 나선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

제목만 다른 연예인 리얼리티 프로?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JTBC 새 예능 <취존생활>의 한 장면. ⓒ JTBC

 
방송인 정형돈, 안정환, 장성규와 아이즈원 멤버 권은비까지 스튜디오 MC를 여러 명 배치했지만 이들의 역할은 그저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다소 모호해 보인다. 특히 안정환, 정형돈과 달리 권은비와 장성규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포맷은 이들의 재능을 그냥 허투루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취존생활> 첫 회에선 채정안, 이시영 등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들의 일상도 일부 소개하고 있다. 화려한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다르게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채정안은 백내장을 앓고 있는 반려견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매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시영은 과일 몇 조각만으로 아침 식사를 하며 자신을 관리한다. 

'최초 공개! 채정안 싱글하우스'라는 타이틀 자막에서 알 수 있듯, <취존생활>은 잠시 <나 혼자 산다> 혹은 <미운우리새끼> 등 다른 관찰 예능의 방향으로 잠시 경로를 이탈하기도 한다. 취미와 관련된 연예인들의 생활 습관을 보여주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취존생활>의 정체성에는 물음표가 붙게 된다.  이 프로그램이 '제목만 다른, 흔하디 흔한 리얼리티 예능'처럼 보인다면 잠깐은 주목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기는 어렵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취존생활 JT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