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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에게 있어 전시는, 작가로 치면 출판과 같은 것입니다. 영화감독에겐 영화개봉, 연극인에겐 무대에 오르는 일. 고독한 작업을 마치고, 이제 세상과 만나는 일. 심판의 시간이 시작되거나 영광의 서막일 수도 있는 그 일.

민화작가 김희순은 지난 4월 '월간 민화 5주년 기념 - 민화뉴웨이브 25인전'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5월 중순엔 인천 갤러리 다솜서 '화류동풍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는 오는 6월 스페이스 오매의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 공동전시를 준비하고 있죠. 11월엔 '민화의 비상展'도 예약중입니다. 김희순 작가를 통해 한 민화작가의 시작부터 비상까지를 들었습니다. 아울러 전시의 의미에 대해서도요.
 
김희순 작가가 2019 <민화 만화경>에 준비중인 작품 . 흘러간 물에 다시 발담글 수 없듯, 그는 오늘의 전시는 오늘의 것에서 와야한다고 믿는다.
▲ 김희순 작가가 2019 <민화 만화경>에 준비중인 작품 . 흘러간 물에 다시 발담글 수 없듯, 그는 오늘의 전시는 오늘의 것에서 와야한다고 믿는다.
ⓒ 김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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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를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곳 경인교대 평생교육원 민화과정에서 2006년부터 배웠어요. 당시 동양화가 김선형 교수가 2004년부터 주로 교사들에게 연수했죠. 저는 유일한 일반인. 2014년 현대민화공모전서 수상하면서 강사가 되어 현재까지 왔어요. 이곳은 학구적이고 예술적 접근을 처음부터 강조했어요.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는 일도 중요시했죠.

난 카톨릭대서 이문성 교수에게도 배웠는데, 거긴 조금 더 도제식이었어요. 공모전에 주목했고, 민화의 장식적인 면에 중점을 두는 정교하고 집단적인 작업도 많았어요.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토양 위에서 제가 자랐어요."      

- 다른 많은 분야가 있을 텐데, 민화에 특별히 빠지게 된 이유라면?
"민화를 보면서, '이 작가들이 세상의 이치를 알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민요의 흥타령 같은 걸 듣는 느낌! 세상은 힘겹지만, 그래도 한번 세상을 즐기며 살아보세 하는 거잖아요. 척박한 삶에서 어떻게 저런 해학과 평화가 있을 수 있나? 긴박한 속도감도 있고, 적당히 왜곡된 공간도 있고.

개인적으론 그때 좀 소진된 느낌이었어요. 2년여 기간 동안 저를 유폐시켜 놓고 살았었어요. 어느 순간 세상에 나가야지 했는데, 그때 민화와 만난 거예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배울 것은 여전히 많았어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매력이기도 했어요."

- 커뮤니티?
"민화는 장(場)이 마련돼 있달까? '이러다 언제 그림을 그려?' 할 만큼 모임과 공모와 전시 이런 것들이 꼬리를 이었어요. 그 준비를 하면서 작가들 개성이 생긴 거 같아요.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우리 민화는 기술 중심이거나 관 중심이진 않았어요. 획일적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만남도 즐거웠어요."
 
김희순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의 민화반.  김작가(왼쪽서 다섯번째) 역시 2006년엔 이들 중 하나였다. 민화는 커뮤니티와 전시와 공모가 풍부하다. 이런 토양이 현재 민화 번성의 한 이유다.
▲ 김희순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의 민화반.  김작가(왼쪽서 다섯번째) 역시 2006년엔 이들 중 하나였다. 민화는 커뮤니티와 전시와 공모가 풍부하다. 이런 토양이 현재 민화 번성의 한 이유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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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순 작가는 한국 민화의 토양으로 몇 개의 공간을 꼽았습니다. 월간 민화도 그중 하나. 가회민화박물관이나 조선민화박물관 및 민화뮤지엄 등도 짚었죠. 김희순 작가는 이곳 등서 여는 공모전을 두루 오가며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자 모임 민수회에도 참여하고, 화요회, 한국민화협회, 경민회 등에도 적을 두었죠. 먼저 난 언니가 작은 아이들 가르치듯, 그가 배웠던 공간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에서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츰 매너리즘에도 빠졌습니다.

"하얀 벽에, 똑같은 작품 거는 게 싫어졌어요. 그래서 조금 쉬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스페이스 오매 김이숙 대표를 만났죠. 오매가 인사동에 있을 당시 기획전을 했었죠. 성수동으로 이전한 오매를 보니까 공간이 독특했어요. 연립주택서, 노출된 시멘트벽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런 낯선 장소에서 전시를 하고 싶었죠."

김희순 대표는 자신이 그간 활동과정서 알게된 몇 명의 작가들에게 공동전시를 제안합니다. 그래서 열린 것이 2018년 스페이스 오매서 열린 '민화@성수 - 현대 민화의 지역맞춤 쇼케이스'였습니다.

"우리는 구체적 공간과 주제가 있었어요. 성수동 수제화와 가죽 브랜드에 민화를 적용하는 것이었죠. 지역적 기반이 분명하고, 상업적 성격의 제품으로 적용된다는 점 등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림이 온리원으로 존재하지 않고 파생되고 변주된다는 점도 꽤 흥미로웠어요."

과거를 절대 못 이긴다, 오늘의 민화 있을 뿐

- 올해 열리는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 기획자 김이숙 대표도 그런 이야기를 했죠. "민화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민화는 대박이다. 그런데 민화가 일상에서 보이지 않고, 상업적 아이템으로 유통도 되지 않는다"고. 지난해 그 작업의 의미와 성과를 평가해 본다면?
"우리들 작품과 활동이 여러 곳에 임팩트를 주었어요. 올 11월에 준비되는 '민화의 비상展'도 그렇죠. 민화공모전 수상작가들 모임서 서른 명을 추려, 기획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예요. 스타 작가가 나오고, 작품이 팔리고, 국제 페어와 전시회에서 해외 콜렉터과 접속되는 걸 계속 함께 이야기해요. 작가 메니지먼트를 하는 거죠. 기반이 단단히 닦이고, 지속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해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설명을 펼쳐라! 이런 이야길 듣고 있어요."

- 전시를 통해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에게 이번에 주어진 주제는 '초현실' 하나예요. 그렇게 해보라는 숙제를 받았어요. '느닷없이 뜬금없이 갑자기! 그러면서 여전히 민화일 것.' 고흐의 작품이 나온 건, 그가 그 이전 시대를 차곡차곡 쌓았기에 가능했어요. 내가 가진 게 뭘까? 어떻게 그걸 펼쳐낼까? 고민이 크죠."

한때, 시대의 유행이었지만 사그라든 예술 혹은 공예의 영역은 한둘이 아닙니다. 서예도 꽃꽂이도, 한지공예나 종이접기도 그랬죠. 전통의 기반이 확연하고, 곳곳에 수많은 민화 애호인들이 있는 현 상황. 이 '호시절'에 민화는 다음 단계를 보고 있습니다. 문득 김희순 작가 개인의 활동 토양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김희순 화류동풍. 혼합매체 목판.  81개의 작품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세상이 오롯하다.
▲ 김희순 화류동풍. 혼합매체 목판.  81개의 작품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세상이 오롯하다.
ⓒ 김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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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종로 계동에 살았어요. 우편 가회동엔 고급 한옥이 많았고, 좌편 원서동은 상대적으로 하꼬방 분위기였죠. 우린 작은 한옥서 살았는데, 골목을 돌아 대문을 열면 햇살이 비추는 앞마당 작은 정원에 꽃들이 있었어요. 맨드라미는 햇빛에 붉었고, 봉숭아는 조롱조롱, 나팔꽃은 뒤틀었고, 과꽃은 여름이 끝나는 걸 알려줬죠. 잡초 무성한 뒤뜰은 고적해 보였구요. 거기서 놀던 전경들, 느낌이 제겐 원초적 아름다움이죠."

- 작가님께 전시란 어떤 의미인지 듣고싶네요.
"하나의 맺음? 결과 보고? 오늘을 사는 게 좋아요. 오늘이 지나면 또 다른 삶이 오죠. 다음 일을 우리는 알 수 없죠. 만약 오늘 느낀 것을 오늘 정리하지 못한다면, 오늘은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말아요. 전시는 그 시간을 붙들고, 보여줘요. 전시는 치열하게 붙들었던 오늘들의 기록이죠. 지나온 어제를 품고, 오늘을 작업하는 현재진행형 작가이고 싶어요. 이전 시대의 민화를 우리는 절대 능가할 수 없어요. 고전주의가 그 시대와 더불어 끝난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는 오늘의 우리 과제를, 오늘 풀어갈 뿐이에요."
 
가르침은 배움을 준다. 그가 그렇게 받았듯이, 그렇게 돌려준다. '오늘의 민화'를 주장하는 김희순 작가의 그림은 변화가 자연스럽다
▲ 가르침은 배움을 준다. 그가 그렇게 받았듯이, 그렇게 돌려준다. "오늘의 민화"를 주장하는 김희순 작가의 그림은 변화가 자연스럽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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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