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6위 한화의 덜미를 잡으며 하위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9-3으로 승리했다. 최근 11경기에서 6승5패로 경기력이 살아나던 삼성은 한화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중위권 도약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19승28패).

삼성은 최근 4경기에서 1승도 추가하지 못했던 덱 맥과이어가 7이닝4피안타(2피홈런)7탈삼진3실점 호투로 노히트노런 경기 이후 한 달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타선에서는 김상수가 4안타3득점, 이학주가 시즌5호 홈런을 터트렸고 구자욱과 다린 러프도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시즌 개막 후 좀처럼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강민호의 멀티 홈런이었다.

이만수-김동수-박경완을 잇는 KBO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삼성 강민호

삼성 강민호 ⓒ 연합뉴스

 
2013 시즌이 끝난 후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강구못'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가 "(다른 구단들은 FA시장에서) 강민호 구경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 유행어였다. 이는 당시 강민호가 롯데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었다(실제로 강민호는 2013년 11월 13일 원소속 구단 계약기간에 롯데와 4년 75억 원이라는 거액의 FA계약을 체결했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였다. 2013년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4번이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3할 언저리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을 보장하는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도 점점 좋아졌다. 이만수, 김동수, 박경완의 뒤를 잇는 KBO리그 최고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강민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롯데 역사상 최고의 안방마님이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FA 계약을 체결한 첫 해 이런 저런 잔부상으로 98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229 16홈런 40타점으로 주전 도약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사실 강민호는 FA를 앞둔 2013 시즌에도 타율 .235로 부진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야구팬들은 강민호를 거액에 붙잡은 롯데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2015년 곧바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2015년 타율 .311 35홈런 86타점, 포수 최초로 3할 30홈런에 성공하며 타격으로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강민호는 2016년에도 타율 .323 20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285 22홈런 68타점으로 타격이 다소 주춤한 2017년에는 130경기에 출전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7년 5월4일 kt 위즈전에서는 이만수, 김동수, 박경완 같은 레전드들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00홈런을 때려낸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강민호는 2017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롯데는 4년 전처럼 강민호에게 올인할 여유가 없었다. 손아섭이라는 또 한 명의 초대형 FA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팀의 1순위 FA에서 멀어진 강민호는 14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한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안방 보강을 노리던 삼성에서 강민호에게 4년 8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개막 후 이어지던 부진 씻고 최근 3경기 2홈런 6안타 작렬
 
 삼성 강민호

삼성 강민호 ⓒ 연합뉴스

 
강민호의 연고구단이면서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민호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던 삼성은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었던 2013년부터 내심 진갑용의 뒤를 이을 포수로 강민호를 탐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삼성 팬들은 강민호를 '삼민호'라 불렀을 정도. 하지만 롯데가 강민호를 잡기 위해 75억 원을 베팅하면서 삼성의 강민호 영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삼성은 4년 후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 연속 9위에 머물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은 FA시장에서 80억 원을 투자해 강민호를 영입했다. 강민호는 삼성 유니폼을 입은 작년 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9 22홈런71타점을 기록하며 9위였던 삼성을 6위까지 끌어 올렸다. 롯데 시절에 비해 개인성적은 다소 하락했지만 삼성은 강민호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작년 시즌 팀 홈런 9위(146개)에 그쳤던 삼성은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이지영을 키움 히어로즈로 보내고 작년 27홈런을 쳤던 외야수 김동엽을 영입했다. '주전급 백업포수'였던 이지영이 떠났으니 강민호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시즌 개막 후 41경기에서 타율 .209 5홈런16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시즌이 흐를수록 점점 성적이 떨어져 김한수 감독을 고민스럽게 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지난 17일 kt전에서 2루타 2개를 포함해 4안타를 몰아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고 21일 한화전에서 시즌 두 번째 멀티 홈런을 터트렸다. 5번타자로 출전한 강민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워릭 서폴드로부터 투런 홈런을 때렸고 7회에는 3번째 투수 김종수를 상대로 또 하나의 아치를 그려냈다. 강민호는 최근 3경기에서 홈런2개, 2루타 2개를 포함해 안타 6개를 몰아치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의 안방은 주전 강민호가 343이닝을 책임지고 있는데 반해 김민수가 9경기서 33이닝, 김응민이 8경기서 29.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두산 베어스와 함께 주전 포수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심한 팀이다. 이제는 결코 적지 않은 강민호의 나이(35세)를 고려하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강민호가 살아야 삼성이 살아난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강민호 본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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