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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이었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 임금을 1년으로 계산하여 그 날 이후부터 12월 말일까지 여성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날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가장'으로 상징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위해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현장의 사례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생계에 성별은 없다' 기획을 통해 총 9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 세 번째 글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썼다.[편집자말]
 
 저는 성소수자 노동자 그중에서도 게이 콜센터 노동자입니다. 벌써 6년째 콜센터에서 감정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상담원의 "노동"은 존중받고 있습니까?
ⓒ sxc
 

"40분이나 기다렸습니다. 거기 2명 일합니까?"
"문의 좀 하려고 어제부터 전화했어요."
"노동부가 일자리 창출 말하기 전에 상담원부터 더 뽑아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고용노동부 위탁전화상담원 A씨는 전화를 받자마자 민원인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많아졌다. 많은 민원인들이 오랜 시간 통화를 대기해야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 4.5시간을 근무하며 제대로 물 한 잔 마셔보지 못하고, 화장실 한번 가보지 못한 채 밀려오는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항의 민원은 줄지 않았다.

최근 3개월 동안 성대결절과 인후염을 앓고 있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A씨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높은 노동 강도로 일하고 있지만 지난달 월급은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오후에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A씨는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고용노동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노동은 존중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전화는 누가 받을까?

고용노동부는 울산, 천안, 광주, 안양 총 4개의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울산 고객상담센터의 120여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500여명은 위탁고용 되어 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상담전화 '1350'과 지역 고용센터 대표전화로 걸려오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각종 지원금과 관련한 상담을 하고 있다. 즉,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은 고용노동 정책과 법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A씨를 비롯한 전화상담원들은 민원에 정확한 답변을 위해 정부정책과 고용노동법을 항상 공부해야 한다. 요즘은 3월부터 신설된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제도를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도 숙지해야할 내용이 너무 많아 근무가 끝나도 공부를 한다. 퇴근길에 공부할 자료를 챙겨가는 건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상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동일노동 차별임금 위탁전화상담원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들은 모두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고용형태에 따라 근로조건에 큰 차이가 있다. 위탁 고용된 전화상담원들은 직접 고용된 전화상담원이 받는 명절상여금, 정액급식비, 복지포인트 등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기본급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위탁 전화상담원인 A씨는 시급 8350원을 받는다. 시간 외 근무를 해도 수당은 받지 못했다. 위탁업체는 서비스 레벨을 높인다는 이유로 매월 개인별 실적을 평가했다. 그리고 등급을 매겨 수당을 지급했다.

A씨는 이 수당을 받아야 실수령액이 겨우 최저임금을 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노동청에 진정하여 시정되기는 하였지만, 직접 고용된 전화상담원과의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A씨는 전화량이 폭주하는 월요일이나 공휴일 다음 날에는 몸이 아파도 휴가를 쓰지 못한다. 직접 고용된 전화상담원들은 1년에 60일의 유급병가가 있지만, 위탁 전화상담원들은 개인연차를 소진하고, 무급휴가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노동조합에서 콜센터 처음으로 파업과 집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위탁 전화상담원들이 받는 고충과 차별을 알리고, 처우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해가 지나 봄이 왔지만 A씨의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졌고, 직접고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의 업무는 상시지속적인 주요 사업이자, 4개의 센터 모두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명의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단계 실태조사에서 전화상담원 직종 중 콜센터를 아예 제외시켰고, 3단계인 민간위탁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올해 2월 정부의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 발표는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었다.

A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원청인 고용노동부의 태도이다. 위탁 전화상담원들은 고용노동부가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86%가 4.5시간 시간제 일자리

A씨를 포함해 전화상담원 573명 중 493명(86%)은 4.5시간만 근무하는 단시간 노동자이다. 이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전문성이 필요한 상담을 짧은 시간동안 압축해서 하고 있다.

A씨는 작년에도 4시간동안 평균 100건의 전화를 받아 과중한 업무량을 호소했다. 올해도 많게는 120건의 전화 상담을 진행하였다. 상황은 작년보다 더 악화되었다. 올해는 새로운 고용노동정책이 진행되면서 민원 서비스 요구와 문의 상담이 전년 동분기보다 약 10만 건이 증가하였다.

기존 상담원 인력으로는 해결이 되지 못할 만큼 민원전화는 늘어났으나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 퇴직자 등 공백자리에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1분기 동안 민원인들이 장시간 통화대기 등의 이유로 민원을 포기한 건수는 약 86만 건이다. 전년도 보다 약 67%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민원인들은 장시간 통화대기에 대한 불편함을 A씨와 전화상담원들에게 항의했다.

지난 5월 2일,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조합원 A씨와 함께 전일제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4.5시간제 운영방식을 전일제로 전환하여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는 전일제를 희망하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 고용노동부는 2개월 간 전일제 운영을 진행한바가 있다. 이 기간 동안 수신율, 서비스레벨이 모두 95%가 넘었으며 민원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전일제에 참여한 전화상담원들은 "바람직한 근로조건에서 인간답게 일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성의 일자리를 쪼개 고용률을 높이는 시간제 일자리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여성의 일·생활·균형을 지원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왔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정부의 정책이 다소 미흡했다.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법정휴가, 주휴수당, 사회보험, 복지혜택 등도 보장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일자리가 되었다.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일자리를 쪼개 고용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 되었다. 그 결과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시간제 노동자 비중은 2018년 13.5%까지 늘어났고, 시간제 여성노동자의 비중은 지난 10년간 평균 70%수준을 유지했다. 즉, 여성노동자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성들의 노동을 저평가할 것인가?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임금차별타파의 날에 성별임금격차가 '100:64가 아닌 100:37.5'라고 주장한다. 남성 정규직과 여성 비정규직을 비교했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의 과반수는 전화상담원 A씨처럼 간접고용, 시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

A씨도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계부양자가 아닐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육아와 가사 때문에 전일근무를 못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차별을 받으며 그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다.

더 이상 여성의 노동력이 저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도 이 사회를 움직이는 노동자임을 인정하자.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비혼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정적 삶'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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