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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모인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원들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원들이 공주우체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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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우체국 집배원인 고 이은장씨(35)가 지난 12일 일을 마치고 잠을 자다 돌연사했다. 동료들은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집배노동조합은 지난 한 해만 25명의 집배원이 숨졌다고 밝히며,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무기계약직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다 돌연 숨진 고 이은장씨의 과로사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공주우체국 앞에서 열렸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결의대회를 열고 이씨에 대한 순직 인정과 갑질 책임자 처벌, 무료노동 중단,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전국집배노조 충청지역본부 이주훈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노조원들과 유가족인 고 이은장씨의 어머니 구향모씨, 형 이재홍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김영호 민중당 충남도당 위원장, 장진 정의당 충남도당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본부 김기수본부장, 공공운수노조 대전지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고 이은장씨 어머니가 거주하는 마을의 주민들과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주농민회 회원 등 공주시민들도 함께했다.
 
고 이은장씨 어머니 구향모씨와 고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씨
 고 이은장씨 어머니 구향모씨와 고 김용균 어머니인 김미숙씨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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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이 죽어가고 있다

고 이은장씨의 어머니 구씨는 결의대회가 시작되는 시간부터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통곡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이은장집배원 추모하고 산자는 투쟁하라!"
"장시간노동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죽음의 우체국 투쟁으로 박살내자!"
"과로사 인정하고 우정본부 사과하라!"
"집배인력 증원하고 토요택배 폐지하라!"
"집배원 다죽는다 집배인력 증원하라!"
"관리자 갑질 책임자를 처벌하라!"


좁은 골목에 노동가와 구호가 울려 퍼졌다. 현수막과 피켓을 든 노동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결의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결의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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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집배노조 충청지역본부 이동우 부본부장은 "지난주 우리는 비보를 접했다. 모든 죽음의 무게가 다르지는 않지만, 젊은 나이에 꽃피지도 못하고 죽어갔기에 아쉬움이 크다"며 "우리는 죽지 않는 직장, 자식에게 남겨줄 수 있는 직장을 요구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똑같이 피 흘리고, 때리면 아프고 힘들면 괴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와 (공주우체국)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기에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이다"라며 "그동안 수많은 죽음에도 책임자 처벌은 없었다. 반드시 책임자 처벌로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전국의 집배원들이 오전 배달을 끝내고 여기에 모였다. 지난 5년간 92명의 집배원 동료를 떠나보냈다. 사고뿐만 아니라 장시간 중노동을 견디지 못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배달하는 도중에 오토바이를 끌어안고 생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 죽어가는 집배원, 일하는 노동자 살려내라고 많은 곳에 외쳤다. 더 이상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은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이은장씨 형인 이재홍씨가 유족 발언을 하고 있다.
 고 이은장씨 형인 이재홍씨가 유족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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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제 동생은 가족이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먼 세상으로 떠났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자전거 전국종주나 헌혈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착한 성격에 동료가 힘들까봐 다쳐도, 아파도 병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하루에 천이백통의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80km 비가 오나 눈이오나 다녀야 했다. 출근길에 가지고 다니던 가방에는 반창고와 연고만 들어있었다. 온몸에 파스를 붙이면서 참아야 했던 것은 '정규직'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싸늘한 동생의 죽음을 만지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고 억울했다."

고 이은장씨의 형인 이재홍씨의 말이다. 그는 "34살밖에 살지 못한 동생의 죽음을 놓고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는 우정본부와 자료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공주우체국 등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는 죽지 않고 일하도록..."
 
김영호 민중당 충남도당 위원장이 연대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호 민중당 충남도당 위원장이 연대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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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과 노조원들이 공주우체국에 들어가자 오형근 우체국장이 고 이은장 어머니로부터 발언을 듣고 있다.
 유족들과 노조원들이 공주우체국에 들어가자 오형근 우체국장이 고 이은장 어머니로부터 발언을 듣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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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공주우체국장이 나와서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우체국 관계자 그 누구도 나오지 않자, 참석자들은 유가족과 함께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한참이나 소리치자 오형근 공주우체국장이 현장을 찾았다. 이후 우체국장과 담당과장 등이 동석한 가운데 1층 휴게실에서 면담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고 이은장씨의 어머니 구씨는 오열했다.

"우리 은장이 어떡하냐, 우리 아들 책임져야 한다. 여기 있는 남은 집배원들 우리 아들처럼 안 만든다고 꼭 약속하고 책임져야 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앞으로 우리 집배원들 절대 고생시키면 안 돼, 아들 둔 입장은 다 똑같아요, 남은 집배원을 위해서 우리 아들 편하게 보내줘요."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우리는 이은장 집배원의 사망 원인을 과로사로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에서는 특별 감독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가족과 진상조사단을 꾸릴 것이다. 구성되면 현장에서 일했던 모든 노동자와 일선의 책임자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우체국장에게 요구했다.
 
공주우체국장과 면담 자리에서 고 이은장씨 어머니 구향모씨와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공주우체국장과 면담 자리에서 고 이은장씨 어머니 구향모씨와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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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는 "자식은 평생을 못 보낸다. 이 아픈 가슴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가슴속에 불덩어리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억울하고 분통 터지고 힘들다.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있던 자식이 없어지면 얼마나 힘든지, 유가족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는 죽지 않고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는 이런 아픔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면서 많은 사람이 죽어간 것을 우리는 다 찾아내고 바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형근 우체국장은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협조하겠다. 유족들에게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약속 안 지켜지면 직접 책임을 요구하겠다. 유족 앞에서 오늘 한 약속을 꼭 지켜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故이은장씨 영정을 모시고 생전에 일하던 2층 분류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故이은장씨 영정을 모시고 생전에 일하던 2층 분류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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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화 꽃바구니가 놓인 고 이은장씨 자리를 어머니가 바라보고 있다.
 하얀 국화 꽃바구니가 놓인 고 이은장씨 자리를 어머니가 바라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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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영정을 앞세우고 고 이은장씨가 근무하던 2층 우편물 분류 장소로 이동했다. 우편물을 분류하던 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가지런히 하며 유가족을 맞았다. 고 이은장씨 자리에는 하얀 국화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고 이은장씨 어머니 구씨는 물론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씨도 통곡했다. 동료들은 국화꽃을 가져다 놓으면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원들은 이번주부터 공주우체국 앞에서 '고 이은장집배원의 과로사 순직 인정 및 공주우체국 갑질 책임자처벌 무료노동 즉각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공주우체국, #고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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