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단법인 통일맞이는 방북 30주년을 맞아 당시 전대협, 노동계, 기독교, 학계, 통일운동, 일반 대학생 등 각 부분별로 7명의 기고문을 통해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시대에 '늦봄의 방북사건'을 재조명하고, 판문점선언시대 문익환 방북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찾고, 이를 재평가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연재글은 이혁희 통일맞이 운영위원장이 보내왔습니다.[편집자말]
 
겨레말사전 문익환 목사는 김 주석을 만나서 박용수의 '겨레말사전'을 선물했다.
▲ 겨레말사전 문익환 목사는 김 주석을 만나서 박용수의 "겨레말사전"을 선물했다.
ⓒ 사단법인 통일의 집

관련사진보기

 
1989년 김일성 주석을 만난 늦봄 문익환 목사는 "주체사상 때문에 남쪽에서 통일이 어렵다"는 돌직구를 날린다. 한국 전쟁 이후 최초로 이북을 방문한 재야의 지도자로서 이남 민중들의 목소리를 솔직히 전달하고 솔직한 답변을 듣는 것이 꼭 필요했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남북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대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이다.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만이 우리는 상대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말과 글, 사진과 영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바로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능력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 만남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합의'는 '진정성'이 담긴다. 30년 전 늦봄 문익환 목사가 목숨을 걸고 방북하여 확인한 것은 통일을 향한 '이북의 진정성'이었다. 우리는 흔히 이 '진정성'을 파악하는 일이 마치 우리의 전유물인양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이북도 우리의 진정성을 알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이다.  30년 전과 2018년 판문점은 그런 면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그 '진정성'을 놓고 또 다른 선택이 놓여있다. 

늦봄의 평양행과 문 대통령의 판문점행의 놀라운 닮은 점
 
남-북 정상, 군사분계선 사이에 두고 첫만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만남을 하고 있다.
▲ 남-북 정상, 군사분계선 사이에 두고 첫만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018녀 4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만남을 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늦봄이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토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허담 조평통 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것이 바로 '4.2공동성명'이다. 그리고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역사적 합의가 '4.27 판문점선언'이다. 3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대화라는 '가치'와 진정성이라는 '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 두 합의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4.2공동성명'의 머리에는 '겨레의 거세 찬 통일열망을 바탕으로 (늦봄이) 평양행에 올라 회동하였다'고 되어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판문점에서 회동'하였다며 두 회동 모두 겨레의 갈망이란 같은 '출발점'에서 나왔음 명시하고 있다.  

또, '4.2 공동성명'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의 민간 지도자가 분단을 넘어 평양을 방문'하였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는데, '4.27 판문점선언'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에 내려'왔다며 같은 맥락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닮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북은 '4.2 공동성명'에 "통일이냐, 영구분열이냐의 갈림길에 있는 우리 민족에게 민족적 단합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쌍방의 접촉과 교류의 길을 터놓는 선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는다.

마찬가지로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고 되어있다. 적어도 두 선언은 같은 '의지'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의 '진정성'을 보려고 노력하다

그러나 역사적 유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늦봄과 문 대통령이 불편한 상대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진정성'의 덕목이다. 이 덕목은 일방의 것이 아니라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즉, 서로의 진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89년의 평양과 2018년의 판문점의 풍경은 정확히 하나로 겹친다. 

늦봄이 방북한 목적은 "남한 정부와 국민의 통일 열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김일성 주석의 마음의 신뢰를 얻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여 이를 남한 민중에게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남한의 불신을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늦봄은 방북 전 과정에서 '솔직한 대화'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 나아가 김일성 주석을 '설득'하는데 주력하였다.

그는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 그 실현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여 김일성 주석으로 하여금 이북의 통일방안을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로 바꾸도록 만들었다.

또, 정치‧군사적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이북식 접근법에 대해 "민중을 믿고 다방면에 걸쳐 교류를 함으로써 당국이 정치‧군사회담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고 설득하여 마침내 '정치·군사회담과 경제·문화교류의 병행'이라는 역사적 동의를 얻어냈다.

지금이야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거쳐 이 접근방식이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 만해도 이런 동의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진심이 통하여 마음을 바꾼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늦봄의 주장에 단호한 거부도 있었고, 설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늦봄은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김일성 주석과 이북의 지도자들을 설득하였다.

그런데,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여 근본적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은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부터 힘든 '설득'의 과제가 안겨져 있었다. 바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였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비핵화'는 결코 의제가 될 수 없었다. 이북은 일관되게 '비핵화' 문제는 북미간의 문제임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문점회담을 앞두고 국내 여론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성패를 가름한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늦봄이 방북을 결단하면서 느꼈을 부담감과 마찬가지로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의 심장도 매우 빠르게 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을 늘 통하는 법이며 남북관계에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의 정상은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분명히 했다.  

"남한은 진정 통일을 원합니까?"

 
하나됨을 위하여 문익환 방북을 모티브로 한 작품, 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
▲ 하나됨을 위하여 문익환 방북을 모티브로 한 작품, 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
ⓒ 임옥상

관련사진보기

 
늦봄은 자신의 방북을 통해 '진심'이 통한 예로 '남쪽 통일방안에 대해 북쪽의 동의를 얻어낸 일'을 꼽았다. 실제 6.15 남북공동선언 2항으로 이것이 사실임이 확증되었다. 이런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진정성'이었다.

'4.2 공동성명'의 첫 머리에 '쌍방의 솔직한 의견이 개진되고'라며 당시의 분위기를 기록해 놓을 정도였다. 늦봄이 이남의 진심을 전달하고 이북의 진정성을 발견하고자 했었던 데는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분단의 시간은 남북 사이에 깊은 오해와 불신을 만들었고, 급기야 상대방이 진실을 말해도 도무지 믿지 않는 '이상한 사고'가 굳어져 버렸다.

이 '지독한 불신'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통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남을 불신하기는 이북도 마찬가지였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김 주석이 늦봄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시 김 주석은 두 번의 만남 과정에서 늦봄이 던지는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해주고는 정작 늦봄에게 딱 하나의 질문만을 던졌다. "남쪽도 진정 통일을 원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늘 우리가 '절대선'이고 '진실하며' 모든 문제는 북한에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북도 우리를 불신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늦봄이 온 힘을 다해 "그렇다"고 대답하자 김 주석은 그 대답에 크게 안도하여 그 자리에서 "노태우 대통령, 김대중 총재, 김영삼 총재 등 누구든 당장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남북은 서로에 대해 불신과 오해를 가진 체 살아왔으며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다. 그러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므로써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전진해 왔다. 늦봄이 30년 전에 확인하였고, 이미 수많은 과정을 통해 확인된 것이 있다. 바로 '이북도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늦봄과 임수경과 문규현과 그리고 수 많은 방북자들의 발걸음을 통해 이북도 확인한 것이 있다. '이남도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또 다시 절망적인 불신과 오해의 벽 앞에 서 있다. '북한이 진정 비핵화를 할 것입니까?'라는 질문이다. 이미 판문점의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여 '4.27 판문점선언'으로 명확히 선언되었고, 작년 9월 문 대통령이 평양 인민들 앞에서 선포한 '북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우리는 의심하고 있다. 오늘도 거리에서는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다'이라는 주장이 전파되고, 전문가란 사람의 입에서 온갖 분석이 쏟아진다.

이 모든 것은 30년 전 평양에서 만난, 그리고 작년 판문점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슴으로 느낀 '진정성'에 대한 몰이해이자, 지독한 편견이다. 간혹 이들의 주장에 '그렇지 북한을 어떻게 믿어'하고 끄덕이는 당신에게 늦봄 문익환 목사가 30년을 돌아와 묻는다. "남한은 진정 평화를 원합니까?"라고.  

<4.2 공동성명>

쌍방은 솔직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고 이해와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서 나라의 자주적 평화통일과 관련된 원칙적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쌍방은 상치되는 이해와 주장을 넘어 7·4남북공동성명에서 확인된 자주·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2. 쌍방은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의 지속을 목적으로 하는 두 개 조선정책을 반대하고 끊임없이 하나의 민족 그리고 통일된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3. 쌍방은 정차군사회담을 추진시켜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동시에 이산가족 문제와 다방면에 걸친 교류와 접촉을 실현하도록 적극 노력한다.
4. 쌍방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에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
5. 쌍방은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은 북남대화와 평화 및 통일의 성취와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쪽은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 기간에 대화가 장애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문익환 목사는 올해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 기간 북에서 취한 유연한 대화자세를 평가하였다.
6. 문익환 목사는 교차승인, 교차접촉에 대한 북의 거부적 입장과 통일의지를 확인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쪽은 문익환 목사가 주장하는 북남교류와 점진적인 연방제통일방안이 두 개 조선을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7. 쌍방은 우리 민족이 굳게 단결해야 할 필요성과 그 절박성을 통감하면서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힘있는 사람은 힘을 내며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을 내어 나라의 통일위업 실현에 적극 이바지할 데 대한 공동의 염원을 표시하였다.
8.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쪽은 전민련의 범민족대회 소집 제안을 지지하고 문익환 목사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려는 남조선 청년학생들을 지지하며 쌍방은 그 실현을 위하여 계속 인내성 있게 노력한다.
9. 쌍방은 이상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합의가 금후 북남 사이의 다각적인 공식 대화에서 협의의 기초가 될 수 있고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그 실천대책을 북남 당국과 제 정당·단체들에 건의한다. 

인민들의 거세 찬 통일열망을 바탕으로 하여 실현된 문익환 목사의 이번 평양 방문은 우리 나라 민족통일운동사에 기록될 획기적인 쾌거이다. 
쌍방은 문익환 목사의 뜻깊은 평양방문이 통일이냐, 영구분열이냐의 갈림길에 있는 우리 민족을 올바른 애국의 길로 이끄는 고무적인 힘이 될 것이며 북과 남 사이에 쌓여온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고 사상과 신앙·제도의 차이를 초월한 민족적 단합을 촉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며 북남대화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쌍방의 접촉과 교류의 길을 터놓는 선구적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임을 확인한다. 
쌍방은 문익환 목사의 평양방문이 회담 당사자들 사이에 다같이 유익하였다고 인정하면서 쌍방의 합의의 결과는 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적 양심을 지닌 북과 남의 어느 누구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
  
1989년 4월 2일 평양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문익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허 담


 
 통일맞이 이혁희 운영위원장
 통일맞이 이혁희 운영위원장
ⓒ 통일맞이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