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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날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27)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날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27)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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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지 말라!" "왜 거짓말하나?"

경찰이 지난해 10월 7일 고양 저유소 화재 실화(실수로 낸 불) 혐의를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 피의자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려 123차례에 걸쳐 거짓말하지 말라며 추궁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일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 아니냐'고 하거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고양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 주의 조치와 소속 직원 재발 방지 교육을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기북부경찰청 홍보 담당 경찰관 역시 피의자 A씨의 이름 일부와 국적, 나이, 성별, 비자 종류 등을 언론사에 공개해 피의자의 신분을 노출시켜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주의조치를 권고했다.

"거짓말 하지 말라" 123회 반복,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자백 강요"

A씨를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아시아의 친구들' 등은 지난해 12월 26일 경찰이 A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고양저유소에서 대형 폭발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당시 A씨가 저유소 근처에서 날린 풍등이 저유시설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 중실화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고양경찰서는 10월 10일 A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조사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은 지난해 10월 8일 A씨를 긴급 체포한 뒤 11월 1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28시간 50분 동안 신문했는데, 4차 피의자 신문에서 거짓말 발언이 123회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신문 조서에는 4차 때 56회를 포함해 모두 62회 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4차 피의자신문 영상녹화자료 녹취록 확인 결과 그 2배가 넘는 123회였다.

인권위가 이를 유형별로 구분했더니 ▲ "피해자가 이미 모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답변을 하였음에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 60회, ▲"모순점 지적과 무관하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이 아니냐'고 반복한 경우" 32회, ▲ "거짓말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였음에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거나 '거짓말 아니냐'고 반복하는 경우" 20회, ▲ "단순히 거짓말인지를 묻거나 확인한 경우" 11회였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는 "경찰관의 거짓말 발언은 피해자가 피의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나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의자신문은 체포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임의조사에 해당하고, 이 과정에서 설사 명백한 증거가 있더라도 피의자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진실은 그 자체로 피의자 진술을 탄핵하는 증거로서 가능한 것이지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이를 근거로 압박과 강요를 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찰관의 피의자 신상정보 등의 공개로 인해 피해자 개인은 물론이고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실화의 가능성에만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게 해 안전관리 부실 문제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민변 "이주노동자 강압 수사 관행에 경종"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인권위 결정을 환영했다. 민변은 이날 오후 낸 논평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는 대부분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후의 형사 절차에서 그 자백을 배척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면서 "인권위 결정은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압적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가진다"고 반겼다.

다만 민변은 "경찰은 수사 당시 피의자에게 '한국말을 잘하는데 왜 통역이 필요하냐'라고 반문했고, 결국 피의자는 통역 없이 수사를 받을 뻔했다"면서, 인권위가 피의자의 '통역을 받을 권리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걸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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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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