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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들이 나온 아이들
 봄나들이 나온 아이들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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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4일 새벽 4시 30분. 112 신고센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어린 아이가 혼자 대전 법동의 한 공중 화장실 앞을 서성이고 있다는 신고 전화였다.

"출동입니다. 출동!"

법동을 순찰 중인 112 순찰차에 즉시 무선으로 출동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잠시 뒤 순찰 경찰이 도착했다. 파란색 점퍼를 입은 남자 아이가 눈에 띠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 탓에 아이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아이가 입은 잠바가 지나치게 얇았다. 아이는 봄 잠바를 입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

한참 뒤 아이 엄마로 보이는 여성을 찾아냈다. 그는 "아이를 버린 게 아니"라고 말했다.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상의하기 위해 친구를 잠시 만나러 갔다 왔다"고 했다. 아이 혼자 얼마나 둔 것이냐는 질문에 "두 시간"이라고 말했다가 "아주 잠깐이었다"고 말을 이내 바꾸었다. 아이 엄마는 횡설수설하였다.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이동한 그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된다며 잠시 맡아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월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지난 5월 10일 신미경(대전 도마동 거주)씨를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지원(가명·7)이가 처음 자신의 집에 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신씨는 현재 두 명의 딸(28세, 25세) 외에 네 명의 아이를 위탁해 돌보고 있다.

지은(가명·9)이도 부모가 위탁을 원한 케이스다.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센터장 임현숙)를 통해 신씨 집에 오게 됐다. 지은이는 다섯 살 때까지 아이를 24시간 돌봐주는 어린이집에서 지냈다. 주말에만 아빠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은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아빠는 지은이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은 지은이 아빠를 방임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단기 쉼터에 지내던 지은이는 고모가 위탁을 원하면서 신씨와 지내게 됐다.

한 달 전 신씨 집에 온 현우(가명·5)와 현기(가명·4)는 가정폭력 피해자다. 아빠가 아이들을 학대해 어린이집 원장 신고로 구출됐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개입해 위탁을 결정한 뒤 신씨 집에 왔다. 네 명 아이들 모두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처음 지원이(당시 3세)를 대전가정지원센터에서 봤을 때, 우리 보고 너무 환하게 웃어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데려왔어요. 천진난만한 모습에 반했지요. 그 날이 굉장히 추웠거든요. 아이가 봄 잠바 비슷한 걸 입고 있었어요. 겨울에 공중화장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너무 가엽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지원이는 당시 앞니 1개, 아랫니 1개가 썩어서 조금밖에 안 남아 있었다. 어금니는 썩어서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상태였다. 신씨는 어린이치과에 지원이를 데려가 썩은 이를 모두 치료해 주었다. 하지만 조금 밖에 안 남아 있는 이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앞니 1개랑 아랫니 1개가 지금도 없거든요. 속상해 죽겠어요."

신씨는 음식 먹을 때 힘들어 하는 지원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막내 현기는 애교스러워 너무 이쁘지만 "아빠, 엉덩이 매매해" 라는 말을 지금도 하루에 열 번은 말한다고. 파리채를 "회초리"라고 표현하고 "아빠가 회초리로 매매"라고 덧붙이는 현기를 볼 때마다 신씨는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뒤 현우와 현기는 신씨 품을 떠난다. 아빠가 아이들을 데려오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이들을 또 때리면 어쩌나 노심초사다. 하지만 부모가 데려간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정신 차려 보니 아이가 없어져 버렸더라고 하더라구요. 애 아빠도 이제 정신 차리지 않았을까요?" 신미경씨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다행이고." 신미경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 위에 두고 사랑해 하트 뽕뿅을 날리는데..."

신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돈 받아쓰려고 그런다는 시선. 뭐하러 남의 아이를 키우냐는 인식이 있어요. 안타깝죠. 이런 것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위탁제도'를 아시나요?
5월 22일은 '가정위탁의 날'이다. 두 가정(원가정과 위탁가정)에서 두 아이(내 아이와 위탁된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자는 의미에서 가정의 달인 5월의 22일로 정해졌다.

가정위탁은 친부모가 사정상 직접 양육이 불가능할 때 만 18세 미만의 아동을 가정에 맡겨 보호·양육하는 제도다. 아이가 본래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단체 시설에 맡겨질 때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 시행돼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가정위탁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낮다. 2017년 말 기준 전국의 가정위탁 아동은 총 1만1975명이다. 이 중 혈연관계가 아닌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반위탁은 937(7.8%)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조부모(7942명ㆍ66.3%)나 친인척(3091명ㆍ25.9%) 위탁이다. 여전히 가족 관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보건복지부 2004년부터 가정위탁의날 기념식을 개최해 홍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17일에도 제16회 가정위탁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전국 위탁부모 18명과 종사자 4명 등 모두 27명이 유공표창을 받았다.
 
대전위탁지원센터 임현숙 센터장은 "선진국은 가정위탁이 아동 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며 "보다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위탁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탁모 지원 등 가정위탁 관련 문의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fostercare.or.kr)나 시·도별 18개 지역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좋아하던 아이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인터뷰] 대전위탁가정지원센터 김민욱 사회복지사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 김민욱 사회복지사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 김민욱 사회복지사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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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가정위탁의 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김민욱 사회복지사는 6년 째 대전가정지원센터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아이들은 300여 명에 이른다.
 
"가정에 위탁해 준 아이들 중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이 교통사고로 제작년에 죽었어요. 남은 동생이 아직까지 힘들어하는데 마음이 아파요."
 
김씨는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부모님 댁으로 돌아가려던 때에 사고가 생겨 더 마음이 미어졌다는 김씨. 그는 "친부모가 연락을 두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개인정보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을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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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多談) 대표이자 회고록 작가.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