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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춘계학술대회 행사장 앞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인터뷰 장면
 2019 춘계학술대회 행사장 앞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인터뷰 장면
ⓒ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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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은 한동대학교 외래 교수는 현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약중독 전문가인 김 교수에게 최근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마약중독 실태와 그 원인에 대해 2019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18일 오후 학술대회 장소인 한동대학교 올네이션스홀 오디토리움 앞에서 만나 전문가적 견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주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중독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하셨는데요, 특별히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일단 저는 대학에서 지도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면서 중독에 대해 눈을 뜨게 됐고요. 미국과 캐나다에서 중독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면서 선진국보다 중독자들에 대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더 중독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됐고 선진국에서 배운 여러 좋은 시스템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고 정착시키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제가 중독전문가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최근 며칠 사이에 마약에 대한 뉴스가 여러 번 보도됐습니다. 특히 '해피벌룬'에 관한 기사도 접할 수 있었는데요. 마약중독 전문가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산화질소(N20)를 흡입하도록 만들어 놓은 해피벌룬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람들도 있기에 부작용이 꽤 심각하죠. 게다가 이 풍선 안에 어떤 물질이 섞여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폐해가 어디까지 미칠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해피벌룬은 모양 자체가 일반 풍선인지 마약 풍선인지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속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 최근 4년 동안 검거된 마약사범이 해마다 1만 명에서 1만4천 명에 육박한다고 하는데요. 이제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특히 청소년들의 범죄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마약사범이라 하면 중년의 범죄자들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중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대마초를 흡입하는 것에 대해 다소 낭만적으로 바라보던 시대와는 차원이 달라진 건데요. 특히 마약은 신경계의 중심인 뇌와 척수, 즉 중추신경계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의 청소년이 마약에 손을 대게 되면 수면 부족,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고, 또 이런 부작용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규제할 법적인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약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마약류 구매방법이나 유통경로 등에 대해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다 보니,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 '한 번 정도야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별 심각성 없이 마약에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약 관련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두어서 어느 정도 선까지는 기사에 내보낼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분명 필요할 것입니다. 보도윤리에서 벗어나 조회 수에 연연하는 기자들의 태도와도 상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약중독의 치료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나 동기강화상담 등이 효과가 있다고 학술대회 세미나를 통해 말씀하셨는데요. 사후치료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국민들이 마약을 접하기 전에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홍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마약청을 신설해서 체계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식약청 소속한 부서에서 업무를 맡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과 일본,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는 별도로 조직된 마약청에서 예방을 위한 홍보업무와 마약중독자 관리 및 마약사범 수사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대처능력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또한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일선 현장을 다니며 마약중독의 심각성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 일반 국민들 정서로는 마약 중독자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범죄를 저질러 놓고 우리가 낸 세금을 왜 치료과정에 쏟아부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텐데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일단 마약사범으로 붙잡힌 사람들에게 처벌하지 않고 무조건 치료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고요. 만약 그들을 처벌하기만 하고 치료하지 않아 관리하는 것이 소홀해진다면 국민 세금은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이 투여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도소에서 마약사범들을 수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그에 필요한 인력, 즉 교도관들을 양성하는 것과 교정시설을 유지하는 등의 비용을 고려한다면 처벌과 함께 치료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미국에서 중독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의 심리치료 및 연구를 수행한 경력이 있습니다.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중독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미국과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중독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죠. 중독자들에 대한 사후관리와 치료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사후관리 시스템이 없습니다. 즉 객관적으로 중독 수준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Addiction 저널을 비롯해 외국 유명학술지 SSCI 12편, SCIE에 논문 1편, 국내 학진등재 학술지에 논문 1편 등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후배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선배로 유명하던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지금 하고 계신 일만으로도 힘들 만한데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웃음) 학자로서의 연구성과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실 이건 제 필요에 의해서 얻어진 결과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연구하지 않으면서 상담자의 역할만 계속하게 되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연구도 좋아하지만 실제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는 것 역시 좋아합니다. 저는 일하면서 연구하는 과정 자체를 매우 좋아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태그:##마약중독, ##클럽마약, ##중독의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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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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