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마지막 장면. 뒤 영상에 흑백무성영화로 열심히 연습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빠르게 스케치되어 더욱 흥겨운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글로리아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마지막 장면. 뒤 영상에 흑백무성영화로 열심히 연습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빠르게 스케치되어 더욱 흥겨운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 문성식 기자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의 화려한 막을 올린 건 글로리아오페라단(단장 양수화)의 <사랑의 묘약>이다.

17일부터 19일까지 공연되는 <사랑의 묘약> 첫날 공연에는 이를 보려는 관객들이 1층부터 3층까지 꽉 채웠다.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이탈리아 최고 예술인상인 '카발리에리 훈장'에 빛나는 마르코 발데리의 지휘에 맞춰 벨칸토오페라의 복잡한 기교를 잘 살렸다. 또 이날 공연은 보드빌 극장을 표현한 무대디자인과 서곡의 우아한 발레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네모리노 역을 맡은 테너 알렉산드로 루치아노의 목을 누르는 창법은 2층 이상 앉은 관객들에겐 다소 잘 전달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청아한 음색은 매력적이었다. 또세련된 의상과 단발 헤어스타일의 소프라노 이리나 로아나 바이안트는 곧고 탄력있는 음색으로 여주인공 아디나의 모습을 시원하게 잘 표현했다.

이날의 또 다른 주인공은 사실상 바리톤 박경준과 베이스 유준상이었다. 아디나를 쟁취하려는 벨코레 역의 바리톤 박경준은 눈썹선에 딱 맞춰 딱 눌러쓴 군모의 타이트함이 군인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특히 풍채만큼 우렁차고 중후한 목소리로 벨칸토 오페라의 멜로디와 기교까지 완벽하게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둘카마라 박사 역의 베이스 유준상 또한 마법사 같은 나비넥타이에 연미복이 돋보였다. 특히 시원하고도 팽팽한 목소리로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파는 간교하고도 코믹한 역할을 잘 그려, 아리아 후 우렁찬 브라보를 받았다.

2막 4장도 흥미로웠다. 무대 위에서는 잔네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희진과 동네처녀들 앙상블(메트오페라합창단)이, 무대아래 여자무용수들과 서로 점대칭으로 어긋나게 움직이며 "네모리노의 사촌아저씨가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라고  비밀스럽게 웅성이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되게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장면을 보자, 이탈리아에서 도니제티 오페라를 150여회 이상 연주하며 도니제티생가 박물관장, 도니제티 극장의 예술감독 겸 극장장과 축제위원장을 지낸 연출가 프란체스코 벨로또의 이력이 실감났다.

<사랑의 묘약> 원작은 19세기 시골농부와 지주의 딸 이야기인데, 벨로또는 이를 1920년대 무성영화 상영극장의 전기공과 극장주인으로 바꾸었다. 무대는 극장과 마을을 표현한 회전식 무대를 정면과 후면, 45도 각도로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정면빛이 아니라 역광으로 각 인물의 내면심리를 잘 드러냈으며, 이는 주인공들이 극중 극, 무대 속 무대에서 역할을 하는 것을 더욱 부각시켜줬다.
 
 2막4장은 아래 무용단과 위 소프라노 이희진(잔네타 역)과 동네처녀들 앙상블이 점대칭으로 춤을 추며 네모리노가 막대한 유산을 받았다고 비밀스런 동작을 하는 것을 흥미롭게 표현하였다.

2막4장은 아래 무용단과 위 소프라노 이희진(잔네타 역)과 동네처녀들 앙상블이 점대칭으로 춤을 추며 네모리노가 막대한 유산을 받았다고 비밀스런 동작을 하는 것을 흥미롭게 표현하였다. ⓒ 문성식 기자

 
테너 알렉산드로 루치아노는 바리톤과 베이스, 심지어 소프라노와 함께 중창을 할 때에 음량면에서는 확실히 약세를 보였다. 때문에 2막 7장의 유명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는 이 작품에서 이 테너의 실력을 드러내주는 유일한 창구처럼 보였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있듯 감미롭고도 충만한 감정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테너 알렉산드로 루치아노의 목소리를 연주 내내 작았지만, 극 후반 아디나의 사랑을 얻은 직후부터는 진짜 목소리로 힘주어 크게 발성했다. 어쩌면 이날 테너 알렉산드로 루치아노의 다소 작았던 성량은 우유부단하고 제 목소리를 못 내면서 '남몰래' 눈물 흘린다는 꿈쟁이 네모리노 캐릭터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나 한다.

한편,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18일(토)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4월부터 5월초까지 오페라 솔로 및 이중창 영상을 카톡전송해 선발된 참가자도 함께 무대에 섰다.

다음으로 오페라극장에서 호남오페라단의 지성호작곡 <달하, 비취시오라>(5/24-26), 노블아트오페라단 <나비부인>(5/31-6/2),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갈라> (6/8-9), 자유소극장에서 박창민 작곡의 <배비장전>(5/24-26), 선이오페라앙상블의 <코지 판 투테 - 여자는 다 그래>(5/31-6/2) 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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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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